비표준화된 터널 내경 공사, TBM 장비 보유도 어려워
“전력구 터널 장비 유연한 적용 필요”
동해안 변환소 전력구 공사 터널구간 종평면도./ 사진:한전 |
[대한경제=신보훈 기자] 송전선로 지중화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지만, 국내에서 전력구 공사를 수행할 수 있는 전문 TBM 업체는 손에 꼽는다. 대형 전력구 공사 발주가 늘어나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이고, 장비당 수십∼수백억원을 들여 TBM 장비를 직접 보유하고 있어야 해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종합심사낙찰제로 발주되는 고난이도 전력구 공사를 수행할 수 있는 TBM 전문업체는 동아지질, 강릉건설, 호반TBM, 특수건설, AJ지오텍 등으로 5개 사에 불과하다.
장비 한두 대를 보유하며 상하수도관 공사 등 소규모 터널공사나 수행할 수 있는 업체는 꽤 있지만, 쉴드 TBM을 활용해 대규모 전력구 터널을 뚫을 수 있는 전문업체는 극소수다. 특히, TBM 장비를 제작하면서 시공까지 할 수 있는 국내 업체는 동아지질과 강릉건설 2개 사에 불과하다.
TBM 시공업체들은 각 사의 전략에 따라 장비를 보유하고 있는데, 어떤 전력구 공사가 발주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비표준화된 고가의 장비를 무작정 늘리기는 쉽지 않다. 예컨대 내경 4500㎜짜리 TBM이 투입되는 전력구 공사가 유찰됐다고 해서, 언제 또 4500㎜ 공사가 나올지 모르는데 신규 장비를 제작하기는 힘들다는 이야기다. 공사에 투입되지 않는 장비는 기한 없이 창고에 보관해야 하며, 유지보수 비용도 만만치 않다.
TBM 업계 관계자는 “한 대에 2억∼3억원 정도 하는 장비라면 다양한 구경으로 여러 대씩 보유하겠지만, TBM은 4500mm 기준 100억원이 들어간다”라며 “보통 전력구 공사는 2400∼6000mm 크기로 진행되는데, 4000mm 초과 단면은 자주 나오는 공사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업체들 입장에선 당연히 규격화된 크기로 자주 발주되는 2400∼3000mm 공사에 맞춘 장비를 많이 보유할 수밖에 없다. 터널 구경이 유사한 공사들은 장비를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해 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신보훈 기자 b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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