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망 지중화 예산, 지자체 분담, 전기료 인상 등 제시
수도권 지하에 준공된 전력구./ 사진:연합 |
[대한경제=신보훈 기자] 유찰을 거듭하는 전력구 공사의 해결책은 간단하다. 공사비를 증액하면 된다. 그러나 200조원인 넘는 부채로 경영압박을 받고 있는 한국전력이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이 투입되는 전력구 공사비를 마냥 올리기는 힘들다.
기피시설로 인식되는 지상 송전선로를 비싼 값을 들여 지중화해야 한다면, 누군가는 이 비용에 대한 추가 부담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해마다 전력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시기에 전력망을 적기에 건설하기 위해선 지중화 비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전은 제10차 송변전설비계획에서 송변전설비 건설 촉진을 위한 방안으로 지중화 작업 확대를 제시한 바 있다. 향후 가공송전선로 경과지 선정 시 지중송전선로 적용 여부를 동시에 검토해 가능지역에 지중화를 적용하고, 주민 수용성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었다.
문제는 비용이다. 글로벌 연료가격을 반영하지 못하는 전기료 때문에 누적적자가 40조원대에 달하고, 6월말 기준 부채는 202조원으로 불었다. 한해 이자로 지출하는 비용만 4조원이다. 이런 재정 상황에서 가공선로 건설비의 10배가 드는 지중화 작업은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문주현 단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지금의 부채 상황에서 지중화 공사비를 풍족하게 배정하긴 어렵다. 국가적으로 발전소만 돌려서 될 문제가 아니라 적재적소에 송전을 해야 하는데, 수용성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전력구 건설이라면 정부 차원에서 전력망 지중화 예산을 따로 배정하는 등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기 문제는 민생 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요소다. 국회에서도 여야가 합의해 방안을 찾아야 한다. 한전에만 맡겨둔다고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지상 송배전망에 대한 지역 주민의 반발을 고려했을 때 앞으로 지중선로 건설은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수용성이나 공사인력 부족이 아닌 건설비가 될 가능성이 크고, 이미 현실에서 사업을 지연시키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앞으로도 지중선로를 위한 송배전망 설치 비용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를 충당하기 위해 전기료를 올리든, 해당 지자체가 함께 비용을 부담하든 누군가는 돈을 더 내야 한다”라며, “비용 분담에 대한 조속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신보훈 기자 b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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