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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 안 되자 잔금납부 거부 확산…시행ㆍ건설사 ‘돈맥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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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9-29 17:00:43   폰트크기 변경      
부동산 시장 뇌관 ‘생숙’

뒤바뀐 제도…실태와 파장


주택 수 미포함ㆍ분양권 전매 가능

정부, 돌연 주택용 용도 변경 방침

완공 시설은 추가 공간 확보 난제

강제이행금ㆍ숙박업 등록 선택지


수분양자들 ‘사기 분양’ 줄소송

금융위험상품 분류에 대출도 막혀

분양대금 납부ㆍ공사비 연체 확산

영세 사업자 파산 공포에 시달려


[대한경제=이종무 기자] #1. 충북 청주에 들어설 생활형 숙박시설(생숙ㆍ레지던스) ‘힐스테이트 청주 센트럴’이 내년 4월 입주를 앞두고 있지만 벌써부터 분양권 매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최대 2억5000만원의 웃돈이 붙은 매물을 제외하면 평균 5000만원대에 프리미엄(피ㆍP)이 형성됐다. 다른 쪽에서는 정반대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수분양자 일부가 시행사와 시공사, 분양대행사에 계약 취소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실거주가 불가능하단 사실을 명확히 고지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2. 경기 안산의 생숙 ‘힐스테이트 시화호 라군 인테라스’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내년 초 준공될 예정인 인테라스 1차는 억대에 가까운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었다. 전용 114㎡ 매물이 분양가 5억5500만원보다 9950만원 떨어진 4억5550만원에 나왔다. 인근 인테라스 2차는 2022년 중도금 대출을 일으킬 계획이었지만 분양한 지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중도금을 빌려줄 은행도 찾지 못했다. 주거용으로 사용 중인 생숙에 공시가격 10%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겠단 정부 규제 탓이다.


29일 전국이 생숙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국레지던스연합회 등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서 생숙 관련 집단 소송만 최소 50여건, 인원만 3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정부 방침 탓에 주거용으로 살지 못하는 데다, 이에 따라 팔자니 경기와 금리 등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상황이 녹록지 않은 때문이다.

힐스테이트 청주 센트럴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서울 중구에서 이달 준공한 ‘세운 푸르지오 G(지)-팰리스’는 이미 매매가격이 분양가격보다 낮은 마이너스 프리미엄(마피)이 형성됐다. 전용 면적 30㎡ 분양가가 6억7800만원이었는데 현재 매물에는 최고 6780만원의 마피가 붙었다. 사실상 통상 분양가의 10%인 계약금을 전액 포기하는 수준이다. 이곳 역시 일부 수분양자가 같은 이유로 시행사와 시공사에 소송을 하며 잔금 납부까지 거부하고 있다.


사진:대한경제 DB


△ ‘용도 변경’ 사실상 불가
생숙은 집값 상승기였던 2020~2021년 아파트 대체 상품으로 각광 받았다. 주방이 있어 취사가 가능한 구조이지만 주택 수에는 포함되지 않고, 당첨 즉시 분양권 전매도 가능해 세금과 각종 규제에서 자유로웠다. 전입신고도 가능해 세입자를 들이면 임대 수익까지 얻을 수 있었다.

그러다 정부는 2021년 생숙을 주거용으로 쓰려면 오피스텔 등 주택으로 용도를 변경해야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를 어기면 건축법 위반으로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그렇지 않으면 잔금을 내고 숙박업으로 신고해야 한다.

문제는 이미 완공된 생숙은 사실상 오피스텔로 용도 변경이 어렵다는 점이다. 오피스텔은 생숙보다 법정 주차 대수가 많아 그만큼 추가 주차 공간을 확보해야 하는 탓이다. 이밖에도 전용 출입구 설치, 소방 기준 충족 등 추가 비용을 동반한다. 또 용도 변경을 하려면 수분양자 100%가 동의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별로 지구단위계획이 다른 점도 오피스텔로 용도 변경하기 어려운 배경으로 꼽힌다.

대표적으로 세운 푸르지오 지-팰리스 분양 당시 업체들이 ‘실거주가 가능한 대체 주거용’으로 안내하면서, 수분양자 가운데 ‘사기 분양’이라며 계약 해지를 요구하는 단체 소송파와 현행대로 숙박업을 진행하려는 등기파로 의견이 갈린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시행ㆍ시공사들은 기존 계약 약관을 근거로 분양 해지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 ‘돈맥경화’에 건설사도 불안
건설업계는 좌불안석이다. 금융권이 생숙을 위험 상품으로 취급하기 시작하면서 잔금(분양대금) 대출마저 꽉 막혔기 때문이다. 분양대금이 미납되면 시행사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과 중도금 대출을 떠안게 되고 시공사는 건물을 다 짓고도 공사비를 못 받을 처지에 놓일 수 있다. 실제 분양대금 납입 지연 사태가 전국으로 확산하면 영세 시행사는 이를 감당 못하고 파산할 가능성도 있다.

시행사가 파산하면 신용 공여를 제공한 시공사는 이미 투입된 공사비와 대규모 대출금을 떠안아야 한다. 나이스신용평가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해 8월 현재 제2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익스포져(위험 노출액)는 수도권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15.3%에 불과한 반면, 생숙, 지식산업센터 등 비아파트는 53%에 달한다.

앞으로 부동산 경기가 회복해 생숙 등 투자용 부동산이 다시 활기를 띤다 해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다. 경기 안산에 한 공인중개사는 “마피로 매물을 내놓아도 고금리에 대출 규제가 강화한 상황에서 수익을 보긴 힘들다”며 “생숙 시장이 단기간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무 기자 jm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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