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공 땐 용도 변경 어렵고 추가비용

분양가격보다 떨어진 ‘마피’ 속출

비현실적 제도 탓…전국서 소송전

[대한경제=이종무 기자] 수요자가 벌떼처럼 나서 계약하던 생활형 숙박시설(생숙)이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분양대금을 내지 않고 시행사와 시공사에 소송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기존 아파트를 대체하는 투자 상품으로 인기몰이하던 생숙이 부동산 시장을 흔드는 ‘시한폭탄’이 되어 돌아온 셈이다. 전문가들은 시대에 뒤처진 규제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생활형 숙박시설 집단소송 주요 단지. /사진:대한경제 DB

2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생숙 소유자들이 최근 수억원의 손해를 감수하며 매각에 나서고 있다. 한때 청약 경쟁률이 수백대 1을 보였던 생숙이 이제는 웃돈을 포기한 급매물로 시장에 속출하고 있다.

경기 안산에 들어설 예정인 생숙 ‘힐스테이트 시화호 라군 인테라스 1차’는 전용 면적 114㎡ 매물이 4억5550만원에 나와 있다. 최초 분양가격인 5억5500만원보다 9950만원 낮은 마이너스 프리미엄(마피) 매물이다. 서울 중구에서 이달 준공된 ‘세운 푸르지오 G-팰리스’는 전용 30㎡가 분양가(6억7800만원)에 6780만원 마피가 붙었다.

지난 정부 집값 급등기에 각종 부동산 규제가 강화한 이래 아파트를 대체하는 ‘주거 상품’으로 수요가 쏠렸다. 특히 주택으로 간주되지 않아 대출이 수월하고 세금 등 규제도 덜 받는 생숙에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2021년 이후 생숙을 주거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건축법이 개정되자 관심이 뚝 끊겼다. 급기야 지난해부터 금리 고공행진이 계속되면서 주택 시장마저 얼어붙자 높은 대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한 투자자가 마피로 분양권을 내놓기 시작했다.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아파트 청약 경쟁률과 매매가격이 급등하는 것과 달리 ‘아파트 대체 상품’에 정반대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의하면 이달 넷째 주(지난 23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0.12% 상승해 27주 연속 오른 반면, 서울에서 분양한 오피스텔은 지난 6월까지 21개월간 하락세가 이어졌다.

이런 흐름은 단기간에 바뀌기 쉽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빅 컷(기준금리 0.5%p 인하)을 단행했지만 이미 주택담보대출 등 시장 금리에 선반영되면서 매매가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진단이다.

이재원 부동산원 부동산통계처장은 지난 26일 열린 ‘주택 공급 활성화를 위한 세미나’에서 “통상 주택 공급 대책 효과는 3년의 시차가 있다”면서 “실제 속도감 있는 공급과 시그널(신호)이 보여야 앞으로 주택 가격이 공급 확대를 예측하고 안정되는 방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종무 기자 jm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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