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국내 현장 맞춤형 수력발전 기술표준 개발
외산 주기기 사용, 유럽 규격 참고하던 한계 극복 ‘첫발’
2년여 시범운영 거쳐 단체표준 등재 추진
“국내 기술로 자생력 확보해야 할 시기”
그래픽: 김하나 기자 |
[대한경제=신보훈 기자] 외국 기술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국내 수력양수 산업이 기술표준 개발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기술자립에 돌입한다. 그동안 국내 수력양수 생태계는 다른 발전원에 밀려 주기기 등 국산화 작업이 더뎠지만, 신규 양수발전소 건설과 노후 수력발전소 현대화 등 대형 사업이 잇따라 확정되면서 기술자립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은 대한전기협회, 한국수력산업협회 등과 3년에 걸친 연구개발 끝에 국내 환경에 최적화한 수력발전 기술표준을 개발했다.
기술표준은 수력양수발전소의 건설, 정비, 운영, 기자재 설계ㆍ제작ㆍ검사 등 전주기에 걸쳐 표준화된 기술 지침이다. 지금까지는 일본ㆍ유럽 규격 등을 참고하면서 발전소 건설ㆍ운영ㆍ설비교체 등 전 과정이 외국 기준에 종속되어 왔다. 이번 한국형 기술표준 개발로 기술자립의 초석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한수원 관계자는 “수력발전 기술표준은 약 3년의 개발, 부합화, 검증 과정을 거쳐 올해 결실을 맺었다. 현재 운영 중인 수력발전소를 대상으로 시범적용 중이며, 2026년부터는 비영리기관으로 이관해 확산시킬 계획”이라며, “국내 산업환경에 맞는 기술표준을 통해 산업의 국산화 기반을 구축하고, 기업 육성 및 산업계 품질 향상을 도모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평수력발전소./ 사진:한수원 |
한수원이 기술표준을 개발하고 이를 통한 산업 생태계 구축에 나선 배경은 국내 수력양수 시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2011년 이후 신규 사업이 없었던 양수발전은 원전 및 재생에너지의 보조전원으로 재주목받으며 5.7GW 규모의 신규 프로젝트가 확정됐다. 국내 설치된 1.5GW 규모의 수력발전 설비 또한 노후화 문제로 현대화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데, 외국 장비 및 정비기술에 의존하다 보니 자립의 필요성이 커졌다.
수력발전 기술 국산화 연구개발(R&D)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8년 전 연구를 마친 10㎿급 수차발전기 개발에 이어 현재 30㎿급 수차발전기 연구개발 과제가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양수발전을 위한 펌프수차 기술개발이 이뤄지고 있으며, 중형급 양수발전 주기기 개발을 위한 R&D도 추진할 계획이다.
권창섭 한수원 수력처장은 “수력발전소는 주기기를 중심으로 전체 설비가 종축으로 설계돼 있는데, 외국산 주기기를 사용하면 그 밑에 수많은 설비가 모두 이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면서, “수력양수 발전에 대한 외국 의존도를 낮추고, 국내 기술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시기가 됐다. 기술표준은 이를 위한 기본적인 밑바탕”이라고 강조했다.
신보훈 기자 b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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