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력설비, 전체 발전설비 5% 수준이지만
신규 양수 건설에 14조원 투입…2036년 연간 1조 시장 형성
현대화 사업, 주기기 교체 비용이 절반 이상
K-기술표준 활용, 제도ㆍ기술ㆍ설비 국산화 시급
“국내 지형에 맞는 최적 발전원…산업 정착 지원해야”
현대화 사업을 준비 중인 국내 첫 양수발전소 청평양수./ 사진:한수원 |
[대한경제=신보훈 기자] 수력양수 시장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국토 면적의 약 80%를 차지하는 산악 지형은 수력발전을 위한 최적의 조건이며, 국내 건설사들이 보유한 뛰어난 토건 기술은 시공 과정의 불확실성을 해소한다. 수력발전 기술표준과 장비 국산화를 통해 유일한 약점인 기술 경쟁력 문제를 해결하면 세계 4∼5위권의 수력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9일 한수원에 따르면 국내 운영 중인 수력발전 설비는 총 6.5GW 규모다. 일반수력은 1.57GW(39기), 양수 4.7GW(16기), 소수력 0.245GW(181기)가 운영 중이다. 이는 전체 발전설비 약 149GW 중 5%도 채 되지 않는 수준이다.
하지만 10년 후가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신규 양수발전 9개소(5.7GW)가 준공되면 총 10.4GW 규모의 양수 시장이 형성된다. 이 과정에서 약 14조원의 사업 자금이 투입된다.
노후 수력설비의 주기기 등을 교체하는 현대화 사업도 지속적으로 진행된다. 한수원은 향후 10년간 양수 6기, 일반수력 19기의 현대화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2036년부터는 매년 1조원 규모의 수력 정비 시장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한수원 관계자는 “수력발전소의 물리적 수명은 100년이지만, 30∼40년에 한 번씩 주기기를 교체해야 한다. 그 외 기타 보조기기와 정기 정비를 위한 경상경비 등을 포함하면 연간 1조원 규모의 지속 가능한 수력시장이 형성된다”면서, “수력 산업은 국제적으로도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되는데, 국내 신규 양수 건설이 완료되면 미국, 중국, 일본 등에 이어 세계 4∼5위권의 시장을 형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은설희 기자 |
설비용량 500㎿ 기준 신규 양수발전소를 건설하는 데 투입되는 비용은 약 1조2000억원이다. 이 중 50%가 토건공사 등 시공비고, 주기기 비용은 약 25%를 차지한다.
반면, 노후 양수발전소의 현대화 사업은 주기기 교체 비용이 50%를 차지한다. 국내 최초로 양수 현대화 사업을 완료한 삼랑진양수는 전체 사업비 1246억원 중 주기기 교체 비용만 619억원이었다. 일반 수력발전기의 경우 이 비용이 70%에 달한다. 가장 최근 현대화사업을 마친 화천수력 4호기는 사업비 140억원 중 주기기 교체비가 103억원이었다. 한수원이 기술표준을 개발하고, 주기기 국산화 연구에 매진하는 이유다.
이번에 개발된 수력 기술표준은 △구조 △수차발전기 △보조기기 △공통 등 4개 분야, 총 50종의 표준으로 구성된다. 시범운영 과정을 거쳐 단체표준에 지정되면 표준운영 위탁기관을 지정하고, 기술표준 운영센터(가칭)를 구축할 예정이다.
각 현장에 한국형 기술표준이 정착될 시 국내 수력설비 제작 및 운영 기술이 집약되고, 국내 연구개발 제품의 실용화 과정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다양한 외국표준 번역 및 해석 비용을 줄이고, 설계ㆍ제작ㆍ시공자가 동일한 기준을 활용해 발전소 품질도 향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술표준을 뒷받침할 국산화 R&D 사업도 활발하다. 현재 30㎿급 수차발전기 개발 국책과제가 진행 중에 있다. 2026년 개발을 목표로 하는 이 연구과제엔 한수원과 두산에너빌리티, 연세대 등이 참여하고 있다. 양수 주기기의 경우 3㎿ 이하 마이크로형과 30㎿급 소형 주기기 개발을 위한 정부 과제가 진행 중이다. 나아가 100㎿급 중형 주기기 R&D 사업도 현재 관계 부처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영환 홍익대 교수는 “그동안 수력발전 사업은 규모가 작아 국가적으로 큰 관심을 못 받았지만, 지금부터라도 기술개발 투자와 국산화에 매진해야 한다”며, “한국은 유럽 등과 달리 전력계통이 폐쇄돼 있고 산악 지형이 많다. 천연 에너지저장장치이자, 청정 에너지원인 수력양수 산업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보훈 기자 b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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