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ㆍ안전 무관한 부대공종 집중
공종마다 특성ㆍ실행원가 제각각
부실시공 방지정책과 현장 괴리
핵심공종 의무화 보완책도 문제
적정공사비ㆍ간접노무비 등 외면
장비확충ㆍ인력고용 엄두도 못내
[대한경제=임성엽 기자] 서울시가 지난 2022년부터 직접시공을 의무화한 뒤에도 실효성 있는 정책적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접시공 미준수 현장은 전체 중 10%에 육박했고, 현실적인 적용도 어려워 품질이나 안전과 무관한 공종에 직접시공 비율이 집중됐다.
25일 서울시에 따르면 직접시공 의무화가 적용된 전체 540건의 공공건설현장에서 직접시공을 지키지 않은 현장은 9.3%에 달했다. 분야별로 토목현장이 14.3%로 가장 높았고, 조경(10%), 건축(3.7%) 순으로 집계됐다.
특히 건설현장의 90.7%가 직접시공을 준수하는 것도 아니라는 지적이다. 직접시공이란 수치상의 비율을 맞추려고 품질이나 안전과 무관한 부대공종에 직접시공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시에 따르면 A건축공사 현장에서 철콘 직접시공 비율은 1%에 불과했다. 타일(14%), 수장(19%), 조적(6%) 등으로 부대공종을 통해 직접 시공 비율을 맞췄다.
직접시공 55%를 기록한 B보수공사에서도 콘크리트 공종의 직접 시공 비율은 3%에 불과했다. C신축공사도 토공, 흙막이 공종의 직접시공 비율은 6%에 그쳤다.
이는 직접시공을 통해 부실시공을 막겠다는 서울시의 정책이 현장에서 통용되고 있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책과 현장의 괴리가 크다는 핵심 증거다.
서울시 각급 발주기관에서도 정책적 실현수준은 매우 낮다. 시 감사위원회의 감사 결과, 발주기관에서 직접공사 방침 이행률은 17%에 불과했다.
원래 발주기관은 직접시공 확인서를 통해 직접시공 준수 여부를 확인해선 안 된다. 수급인의 직접시공 계획서를 기준으로 노무비, 자재납품, 장비사용 내역, 사회보험과 소득세 납부내역까지 직접시공을 증빙할 수 있는 서류 일체와 현장 점검까지 진행해 직접시공 준수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결국 직접시공이 한정된 인력을 운영하는 발주기관에도 엄청난 부담을 끼쳐 위장직영이나 불법하도급 발생을 조장하는 등 ‘관리 사각지대’를 만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서울시 발주기관 관계자는 “철콘은 실행 단가가 하도급 적정심사 비율상 도급비의 180%를 넘는 것은 기본이고, 200%를 상회하는 경우도 많다. 다른 공종은 60% 이하로 적은 사례도 있다”며 “각 공종마다 특성이 있고, 실행 원가도 제각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고난도에 위험공종으로 하도급사에서도 꺼려 하는 철콘에 대해 무조건 직접시공을 하라고 하면 실제로 어느 건설사가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부대공종을 제외하고 핵심공종에 대해 직접시공 의무화 조치를 취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이 경우 더 큰 문제가 예상된다. 현장소장은 물론 현장 기술자 인건비조차 제대로 공사비에 반영되지 않는 현실에서 핵심공종을 위한 장비 확충과 함께 관리자까지 직접 고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건설사 대표는 “공사기간이 2년이면 안전관리자 1명의 인건비만 최소 1억4000만원이 드는데, 산업안전관리비는 1억2000만원만 책정돼 있다”며 “이 비용으로 안전시설을 확보하려면 도급자가 사비로 마련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런 어처구니 없는 현실 속에서 직접시공을 확대 적용하면 원청사는 인력 관리에 따른 간접 노무비가 폭증하게 되는데, 이건 어떻게 보전할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임성엽 기자 starle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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