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도 기술형에 적용땐 더 문제
공사규모 따른 비율 차등화 필요
[대한경제=임성엽 기자] 전문가를 포함한 범 건설업계에선 직접시공 정책의 궤도 수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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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공공사 주요공종 직접시공의 상생방안 마련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부실시공은 종합건설사가 종합적인 계획, 관리, 조정 역할에 집중하지 못할 때 발생하는 것”이라며 “‘종합’은 종합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하고, ‘전문’은 분업ㆍ전문화된 시공에 충실할 수 있도록 정책 방향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서울시의 직접시공 확대 정책은 중앙정부와도 궤를 달리한다. 중앙정부에선 건설사 상생협력 평가제도를 운영하는 등 업계의 하도급을 오히려 권장하고 있다. 이런 이원화된 제도 때문에 공공건설현장의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만 크다.
전영준 건설산업연구원 실장은 “지금 상황에선 서울시 공사를 많이 수주할수록 오히려 중앙정부 공사에서 가점을 받을 확률은 낮아지는 모순점이 발생한다”며 “서울시가 직접시공을 확대하려면 중앙정부와 충분히 논의한 뒤에 차근차근 시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기술형입찰 대형공사에는 직접시공을 제외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상징성이나 예술성, 고난도, 고기술이 필요한 시설물을 구축하기 위해 건설사 책임으로 설계부터 시공까지 건설사업 전 과정을 맡는 기술형입찰 사업에 직접시공 원칙까지 주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술형입찰은 통상 공종별로 수백억원대 하도급 계약을 체결한다. 일례로 최근 철도지하화 시대에 맞춰 터널보링머신(TBM) 프로젝트 발주가 활황인데, TBM은 1000억원이 넘는 하도급 계약을 체결한다.
그런데 TBM을 직접시공하려면 종합건설사가 TBM 운영인력은 물론 장비까지 직접 임대해야 한다. ‘비상식적’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전 실장은 “기술형입찰을 직접시공하라고 하면 어떤 대형 건설사도 참여가 불가능하다”며 “최소한 기술형입찰까지는 직접시공 정책이 적용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형공사일수록 직접시공 비율을 충족하기 어려운 만큼, 핵심 공종에 대한 일괄적인 직접시공 규제보다는 공사 규모에 따라 직접시공 요구 비율을 차등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범 정부 차원을 넘어 건설업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유독 건설업 영역에서 ‘하청’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불법 하도급은 문제지만, 다른 모든 하도급은 법적 제도에 따른 정당한 생산활동에 속한다.
유 위원은 “삼성전자의 1차 벤더업체들은 삼성전자 제품을 위한 많은 부품을 생산하지만, 그들을 하청업체라고 폄하하지 않는다. 글로벌 협력사들도 많이 존재하고 있다”며 “건설업에서도 하도급이란 지위를 상생협력을 위한 협력사로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상생협력을 통한 분업화와 한층 더 전문화된 시스템을 정착시켜 책임시공을 강화하는 방법이야말로 부실시공을 방지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임성엽 기자 starle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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