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정가격 30억 이상 종합사에 적용
건설산업 고유 생산체계 붕괴 우려
부실ㆍ중대재해 ‘면피 행정’ 지적도
[대한경제=임성엽 기자] “서울시의 직접시공 확대는 멀쩡한 오케스트라 지휘자더러 ‘지휘대에서 내려와 바이올린을 켜면서 지휘도 함께하라’는 모순된 정책입니다.” (서울시 소재 실내건축업 대표 A씨)
서울시가 쏘아 올린 ‘공공건설 직접시공제’가 내년부터 전국 지방자치단체로 확대 시행된다.
하지만 전문ㆍ종합건설업계는 물론 시공 현장참여자와 발주기관, 공사감독자에 이르기까지 ‘공공건설 현장 대혼란’의 서막이 올랐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실시공이나 중대재해 발생 시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겠다는 ‘행정 편의주의’에 매몰된 발상이 건설업 고유의 생산체계를 붕괴 일보 직전까지 몰아넣었다는 것이다.
25일 관계기관과 건설업계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내년 1월1일 지방자치단체 입찰 시 낙찰자 결정기준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전국 지자체에 ‘직접시공 평가 시행’ 가이드라인을 배포했다.
행안부는 1000억원 이상 초대형 공사를 포함해 추정가격 30억원 이상 공사는 직접시공 만점 비율을 20%로 조정해 평가할 것을 지시했다. 내년부터 광역시ㆍ도와 시ㆍ군ㆍ구 교육청, 지자체 산하 공사ㆍ공단, 출연기관 사업에서 ‘수주’를 하려면 어떤 공사든 20% 이상 종합건설사가 직접시공을 해야 한다.
서울시는 이미 지난 2022년 7월부터 ‘직접시공 확대 등을 통한 하도급 풍토 개선방안’을 시행해 직접공사비 기준 원도급사가 50% 이상 직접시공하도록 의무화했다.
그러나 건설업은 수요자인 발주처로부터 주문을 받아 사회간접자본(SOC) 확충부터 토목, 주택 등 건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복합제품을 공급하는 산업이다. 종합건설사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로 전체 사업의 계획, 조정, 관리를 통해 시공 전반을 이끌어나가고 바이올린이나 첼로, 피아노처럼 분야별로 역량을 갖춘 전문업체가 전문시공을 협력해 목적물을 완성하는 방식이다.
특히 이런 협력 구조는 건설업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분업화’는 근대화의 산물로, 생산의 모든 과정을 세부적ㆍ전문적인 부문으로 나눠 협력업체와 힘을 합쳐 제품을 생산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는 물론 조선업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런데 유독 건설업에만 하도급이 ‘부실시공’을 야기한다는 증명되지 않은 명제로 산업 활성화에 역행하는 셈이다.
한 건설사 대표는 “반도체와 자동차 등 첨단산업부터 청소용역에 이르기까지 현대사회 모든 사업이 분업과 하도급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왜 건설산업에만 전문화에 역행하는 직접시공을 추진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부문별 공사비 현실화’라는 실질적인 처방책을 놔두고 시장상황도 모르는 탁상행정으로 기간산업인 건설을 존폐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고 꼬집었다.
임성엽 기자 starle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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