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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 건축물 불신 키운 골재시장 - 중] ① 알면서 쓰는 저품질 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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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4-03 06:00:31   폰트크기 변경      
형ㆍ동생하며 ‘리베이트’ 거래 만연… KS인증이 되레 조롱거리

생태계 훼손 문제로 채취량 제한

양질의 제품 공급량 절대적 부족

시중 유통골재의 20% 이상 저품질

처벌 유명무실… 업계 악용 지적


그래픽 : 대한경제 


[대한경제=한형용 기자] # 지난달 26일 국토교통부와 A지자체, 한국골재산업연구원은 B골재업체에 대한 골재품질 수시검사(불시 검사)를 진행했다. B사는 앞서 진행한 정기검사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았지만, 골재 납품 송장을 확인한 결과 C레미콘사에 상당량의 부적합 골재를 공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불합격 판정을 받은 업체는 재검사 통과 전까지 납품이 제한되며, 이를 어길 시 골재취지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그러나 B업체가 처벌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D사 임원은 “20여년 업계에서 일했지만, 부적합 골재 공급으로 처벌된 사례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연간 4조원 규모의 골재산업에 저품질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부적합 골재가 건설현장에 무차별적으로 공급된 여파다. 골재업계는 양질의 골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보니, 수요에 맞추려면 저품질 골재라도 공급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2022년 붕괴사고가 발생한 광주 화정 아파트 건설현장은 저품질 골재를 공급받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당시 해당 현장에 레미콘을 공급한 10개사 중 8곳은 사고 후 국토교통부의 품질관리 실태 점검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이 중 3곳은 골재(자갈ㆍ모래)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적발됐다.

한 레미콘사 임원은 “광주는 건설노조 등에서 대형 레미콘사 공급 물량을 15% 수준으로 제한해온 곳이다. 골재 업체들은 레미콘 업체들과 형ㆍ동생하며 저품질 골재를 공급해왔고, 결국 대형 참사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실제 광주 화정 아파트 붕괴 현장에서는 광주서구청이 해체 작업을 위한 레미콘 품질 신뢰도를 고려해 쌍용레미콘에 직접 연락해 물량 전체를 납품토록 지시하기도 했다. 통상적으로 거래해온 골재와 레미콘 품질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저품질 골재 유통을 부추기는 리베이트 관행도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S사 본부장 출신인 E골재업체 임원은 “저품질 골재라도 로비(리베이트)를 하면 된다는 게 업계에서 여전히 통한다”며, “정부나 지자체도 이러한 불공정 관행을 알고 있지만, 당장 필요한 수요량을 감당할 수가 없어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업계는 이를 악용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유통 중인 골재의 20% 이상은 저품질로 봐야 하지만, 레미콘에 뒤섞인 상태라 건설현장 입장에선 확인할 길이 없다. 확인한다해도 골재채취법에 명시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다. 처벌은 유명무실해졌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질의 골재를 생산하더라도 가격에서 차별화되지 못하는 문제도 있다. 골재업계 관계자는 “삼표는 2006년 국내 최초로 철근콘크리트 구조에 사용되는 골재에 대한 ‘KS인증’을 획득했지만, 돌아온 것은 업계의 조롱이었다. KS인증 골재라 해도 가격을 더 받는 게 아닌데, 굳이 돈을 들일 필요가 있느냐였다”면서, “만약 그때 정부에서 나서 골재품질에 대한 인증을 강화했다면 광주 화정, 인천 검단 등의 붕괴 사고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셈이다.

골재 수급 문제는 1990년대를 기점으로 불거졌다. 가장 우수한 골재로 꼽히는 강사(강모래)는 1990년대 후반 이후 자취를 감췄고, 해사(바닷모래)마저 바다어장의 생태계 훼손 문제 등으로 채취량이 제한되면서다.

국토교통부의 최근 10년간 연도별 골재채취현황에 따르면 고품질 골재로 분류되는 하천골재 채취량은 2018년 266만㎥로 전체의 1.1%를 기록한 이후 단 한 번도 1%를 넘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0.3%(54만㎥)로 줄어들었다. 바다골재 채취량 역시 2015년 2378만㎥(11.7%)에서 지난해 536만㎥(2.7%)로 급격히 감소했다.

국토부는 지난해 10월 골재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연간 전체 골재수요량의 5%로 제한하던 바다골재 공급량을 5년간 25%로 정해 탄력 적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나 지자체에 납부하는 공유수면 점ㆍ사용료(채취료)는 도매가격 10% 수준에서 주민지원 확대를 이유로 20∼30%가량 인상됐고, 골재업계는 가격 경쟁력 저하로 실제 생산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산림골재 역시 2020∼2021년 각각 9665만㎥(전체 채취량 대비 40.9%), 9490만㎥(38.9%) 규모에서 지난해 6726만㎥(33.4%)로 쪼그라들었다.

한형용 기자 je8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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