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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원전 수주 확정] K-원전, 16년 만에 해외수출…26조원 규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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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5-02 06:50:24   폰트크기 변경      
체코 두코바니 5ㆍ6호기 수주 확정…오는 7일 본계약

그래픽: 김기봉 기자


[대한경제=신보훈 기자]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을 주축으로 하는 팀코리아가 사업비 26조2000원(4000억 코루나)에 달하는 체코 신규 원전의 수주를 확정했다.

한수원은 체코전력공사(CEZ) 산하 두코바니 Ⅱ 원자력발전사(EDUⅡ)가 발주한 두코바니 원전 5ㆍ6호기의 최종 사업자로 선정됐다고 1일 밝혔다. 지난해 7월 EDF(프랑스전력공사)를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지 약 10개월 만이며, K-원전의 해외수출은 2009년 UAE(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이후 16년 만이다. 

본계약은 오는 7일 체코 프라하에서 이뤄진다.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내각회의 직후 “신규 원전 건설 계약체결식이 7일 열릴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같은날 체코 정부는 원전 건설에 투입될 예산도 최종 승인했다.

이에 따라 팀코리아는 두코바니 단지에 1000㎿짜리 원전 2기(APR1000)를 건설한다. 2029년 착공해 2036년부터 차례로 가동하는 게 목표다. 팀코리아에는 한수원을 비롯해 한국전력기술ㆍ한전KPSㆍ한전원자력연료ㆍ두산에너빌리티ㆍ대우건설 등이 참여한다. 국내 원전산업계는 이번 체코 원전 수주로 15년 이상의 장기 일감을 확보할 것으로 평가한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양국은 체결식 개최 계획 등을 협의하고 있으며, 성공적인 체결식 개최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UAE 바라카에서 체코 두코바니까지

글로벌 무대에서 입증된 K-원전의 기술력


이번 체코 원전 수주는 K-원전의 기술력을 글로벌 무대에서 완벽하게 입증했다는 의미를 지닌다.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의 사업수행 경험이 세계 원전의 중심인 유럽에서의 사업수주로 이어진 것이다. 특히, 웨스팅하우스(미국), EDF(프랑스전력공사) 등의 원전 선진국의 경쟁에서 따낸 것이라 더욱 값지다. 팀코리아의 주축인 한국수력원자력은 이번 수주를 계기로 명실상부한 글로벌 원전사업자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된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번 체코 두코바니 5ㆍ6호기 건설사업 수주는 짜임새 있는 팀코리아의 구성과 UAE 바라카 원전에서 확인된 K-원전의 기술력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팀코리아는 주계약자인 한수원을 주축으로 대우건설(시공), 두산에너빌리티(주기기 제작ㆍ공급), 한전기술(계통설계), 한전원자력연료(연료공급), 한전KPS(시운전 및 발전소 정비) 등으로 구성됐다. 기획에서부터 설계ㆍ구매ㆍ시공에 이어 운영까지 사업의 생애주기를 일괄 제공한다는 장점이 발주처에 크게 어필한 것이다. 특히, 한수원은 UAE 바라카에 적용한 한국형 신형가압경수로 APR1400(1400㎿)을 발주처에 요구에 맞게 APR1000(1000㎿)으로 신속하게 전환하는 기민함을 보여줬다.


그래픽: 김경미 기자


바라카 원전에서 증명된 ‘온타임 온버짓(예산 내 적기준공)’은 발주처의 신뢰를 얻기 충분했다. 2009년 수주한 바라카 원전(총 4기)은 2020년 8월 1호기를 시작으로 지난해 9월 4호기까지 차질없이 순차적으로 가동했다. 마지막 공사비 정산을 둘러싼 약간의 잡음이 있긴 하지만, 심각한 갈등 요소는 아닌 것으로 전해진다. 세계원자력협회에 따르면 한수원의 원전 건설 단가는 2021년 기준 ㎾당 3571달러로, EDF(7931달러)의 절반 이하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유럽의 맹주인 EDF와 경쟁할 때만 하더라도 수주를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K-원전의 탄탄한 공급망과 예산 내 적기 준공이라는 강점이 정치적 불리함을 멋지게 극복했다”며, “국내에선 평가절하하는 시각도 존재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K-원전은 이미 대체 불가한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고 강조했다.

바라카 원전은 최근 ‘해외건설의 날’에서 대한민국 60년 해외건설사에서 10대 프로젝트로 선정됐다. 사업비 20조원은 단일 프로젝트로는 역대 최대 규모였다. 그러나 이번 체코 두코바니 5ㆍ6호기(사업비 26조2000억원, 4000억코루나)의 본계약이 체결되면, 해외건설사는 새로 쓰일 전망이다.

여기에 체코는 화력발전을 줄이는 대신 원전 비중을 2050년까지 50%로 늘리기로 함에 따라 테멜린 단지에도 신규 원전 2기(3ㆍ4호기)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한수원은 지난해 7월 우협대상자 선정 당시 테멜린 3ㆍ4호기도 포함되어 있어, 테멜린 사업이 확정될 경우 수주액은 총 50조원에 달할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유럽에 K-원전의 깃발을 꼽았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신재생에 열을 올렸던 유럽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에너지안보 차원에서 원전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이번 체코 원전 수주는 당장 발주가 임박한 루마니아ㆍ폴란드 원전 사업에 교두보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원전생태계도 활기를 띨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수주로 인해 국내 300여개 원전 기자재ㆍ부품사에서 15년 이상 수행할 일감을 확보했다고 평가한다. 또한, 원전산업계 전체적으로도 중장기 사업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됐다.


신보훈 기자 b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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