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위기, 웨스팅하우스 분쟁 …한미 협력 발판 평가도
커지는 글로벌 원전 시장…CFE 이니셔티브 ‘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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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두코바니에 건설돼 상업운전 중인 원자력발전소./ CEZ 제공 |
[대한경제=신보훈 기자] 체코 두코바니 원전 5ㆍ6호기에 대한 본계약은 오는 7일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이끄는 팀코리아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은 지난해 7월이었으니, 최종 수주까지 약 10개월이 걸린 셈이다.
1일 관련기관 및 업계에 따르면 당초 본계약은 올해 3월이 유력했다. 그러나 국내외 ‘변수’로 인해 약 두 달이 늦어졌다. 우협대상자 지위를 잃은 것은 아니지만, 한수원은 수주 확정까지 가슴을 졸여야 했다.
변수는 경쟁사의 ‘몽니’로 시작했다. 막판 경쟁에서 탈락한 EDF(프랑스전력공사)는 우협대상자 발표 직후인 체코 반독점당국에 절차상 문제를 제기했고, 먼저 탈락한 미국 웨스팅하우스도 원자로 원천기술에 대한 특허권 문제를 거론하며 강하게 압박했다. 체코 반독점사무소는 지난해 10월 원전 건설계약을 일시 보류하는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조치로 국내 정세도 혼란에 빠졌다. 이후 탄핵까지 4개월여 동안 직무대행에 대대행까지 나서는 혼란이 지속됐다. 국가수반의 부재는 경쟁국에 빌미를 제공하기 충분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와 한수원은 문제해결을 위해 백방으로 뛰었고, 체코 정부 역시 K-원전 기술력에 대한 신뢰를 버리지 않았다. 올해 1월 한미 원자력 수출 및 협력 원칙에 관한 기관 간 약정(MOU)이 정식 서명됐고, 한전ㆍ한수원은 웨스팅하우스와 최종 합의하면서 지적재산권 분쟁을 종결했다. 이에 체코 반독점사무소는 지난달 24일 EDF의 항소를 기각했고, 불과 일주일 후 체코 정부는 한수원의 수주 확정를 발표했다.
한수원이 웨스팅하우스의 원천기술을 인정하고 기술료를 지급하기로 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오히려 웨스팅하우스와 공동 전선을 형성해 수주전에 뛰어들 수 있다는 평가다. 팀코리아에 더해 ‘팀코러스(KORea+Us)’로도 접근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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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 빌바오 이 레온 세계원자력협회 사무총장이 2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5 40주년 한국원자력연차대회'에서 기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 / 한수원 제공 |
세계적으로는 ‘원전 르네상스’가 다시 도래할 전망이다. AI(인공지능)ㆍ데이터센터 등 전력수요가 급증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각국마다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원전이 실질적인 대안으로 떠오르면서다.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파리기후협약에서 제시한 탄소중립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선 2050년까지 글로벌 원전 발전용량은 1200GW로 늘어나야 한다. 현재 발전용량(약 400GW)의 3배에 달하는 수준으로, 매년 1000㎿짜리 대형원전 20개와 SMR(소형모듈원자로) 70개를 지어야 하는 물량이다.
최근 서울에서 열린 ‘한국원자력연차대회’에 참석한 사마 빌바오 이 레온 WNA 사무총장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으면서 열과 전기를 동시에 생산하는 전원은 원자력이 유일하다”며, “유럽 등 많은 국가가 에너지를 경제성장의 필수 인프라로 인식하고, 실용주의적 원전 정책을 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CFE(무탄소에너지) 이니셔티브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CFE는 태양광ㆍ풍력 등 재생에너지에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원자력까지 포함한 에너지 체계다. 간헐성이 큰 재생에너지로만 AIㆍ데이터센터ㆍ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에너지 사용량을 충당할 수 없으니, 원자력까지 무탄소전원에 넣어 대응해야 한다는 논리다.
‘장미대선’을 앞둔 국내에서도 원전의 역할이 재조명되고 있다. 유력 후보 중 일단 탈원전 언급은 없다. 지난 20대 대선에서 RE100을 강조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원전 문제는 전기공급의 필요성과 위험성이 동시에 존재해 어느 한쪽을 일방적으로 선택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면서도, “향후 우리 사회는 첨단 기술산업 중심으로 바뀌어야 하고, 안정적 전기 공급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치적 논리를 떠나, 원전의 필요성을 어느 정도 인정해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신보훈 기자 b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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