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책 방향에 우려 목소리
차경진 교수 “중요한 건 AI 전환”
GPU 구매 부문 추경 쏠림 지적
이준호 한국화웨이기술 부사장
“한국형 챗GPT 만들기는
규모의 경제 관점서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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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티퍼런스 강남에 딥테크 전문가 30여명이 모인 가운데 ‘AI Agent’를 주제로 <대한경제> 주최 ‘컨테이블 2025 서머’가 열렸다. 사진은 김태형 대한경제 산업부장을 좌장으로 토론이 진행되는 모습. 이날 패널에는 (오른쪽열 왼쪽부터) 국승용 기아 팀장, 박용민 LG AI연구원 팀장, 차경진 한양대 교수, 김동환 포티투마루 대표, 문경호 플랜얼라이언스 대표가 참여했다. 사진: 안윤수 기자 ays77@ |
[대한경제=이계풍 기자] AI 에이전트(인공지능 비서) 시대를 앞두고 업계 전문가들이 새 정부의 ‘소버린(자국) AI’ 정책에 대해 현실적 우려를 제기했다. 오픈AI,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빅테크가 이미 거대언어모델(LLM) 주도권을 쥔 상황에서 100조원 투자보다 실제 산업 현장의 AI 전환(AX)이 더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대한경제〉는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티퍼런스에서 ‘AI 에이전트 - 컨테이블 2025 서머’를 개최했다. 이재명 정부의 AI 정책을 이끌 AI미래기획수석에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혁신센터장이 임명되면서 핫이슈로 떠오른 소버린 AI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LG AI연구원, 기아, KT, 42마루, 리벨리온 등 국내 주요 AI 기업과 한양대 등 학계 전문가 30여명이 4시간 동안 열띤 토론을 벌였다.
▲구글 100조, MS 150조 vs 韓 100조 투자
김동환 포티투마루 대표는 “올해 구글이 100조원, MS가 150조원을 투자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100조원으로 따라잡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전혀 다른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차경진 한양대 교수도 “오픈AI가 100조원 이상 투자해서 수익은 1조원 조금 넘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기업들을 모아 공동으로 LLM(거대언어모델)을 만드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고 말했다.
GPU(그래픽처리장치) 확보 문제도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 대표는 “우리가 5만장 확보한다고 하지만 해외 빅테크 기업 하나가 35만장을 보유하고 있어 7배 차이가 난다”며 “똑같은 인력과 기술을 가져도 경쟁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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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블 2025 서머’에서 강연을 듣는 딥테크 청중들. 사진: 안윤수 기자 ays77@ |
▲산업계 AI 활용 분주
반면 산업 현장에서의 AI 활용에 대해서는 유의미한 성과들이 소개됐다. 김동환 대표는 “LNG 선박 설계의 경우 전문가 50명이 10개월 걸리던 일을 AI가 10일 만에 끝낸다”며 “통신사 콜센터에서는 인바운드 콜이 80%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백기현 대우건설 연구위원(서울대 객원교수)은 “작년까지 직원ㆍ학생들에게 코딩하라고 했는데, 올해는 모든 직원이 라이브코딩을 배우고 있다”며 “일하는 시대에서 일을 시키는 시대가 됐다”고 현장 변화를 전했다.
차경진 교수는 “이번 추경예산 1조7000억원 중 1조4000억원이 GPU 구매에 들어갔는데, 정작 중요한 것은 AX”라며 “경찰청 112 콜센터나 수사보고서 분석 등 공공분야 활용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스마트한 선택적 기술자립”
전문가들은 소버린 AI의 필요성에는 대체로 공감했다. 박용민 LG AI연구원 팀장은 “라이선스 자체가 돈은 안되지만 파생되는 경제적 가치는 의미가 있다”며 “리벨리온, 퓨리오사 같은 국산 NPU(신경망처리장치) 업체들과의 협력을 위해서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준호 한국화웨이기술유한회사 부사장은 “한국형 챗GPT 만들기는 규모의 경제 관점에서 되지 않는다”며 “스마트한 선택적 기술자립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문경호 플랜얼라이언스 대표는 “챗GPT와 대화하다 보면 나보다 나의 행동 패턴을 더 기억해준다”며 “개인 데이터가 해외 기업에 종속되는 것이 우려된다”고 소버린 AI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AI로 인한 인력 변화 우려도 제기됐다. 김동환 대표는 “올해 들어 신입 개발자를 한 명도 뽑지 않았다”며 “사회적 합의와 재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했다.
참석자들은 “소버린 AI든 AX든 결국 우리가 AI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가 관건”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계풍 기자 kp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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