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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경진 한양대 교수가 17일 ‘컨테이블 2025 서머’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안윤수 기자 @ays77 |
[대한경제=이계풍 기자] “생성형 AI가 마케팅의 모든 영역을 대체할 수 있다는 기대와 달리, 실제로는 인간과 AI의 역할 분담이 성패를 좌우합니다.”
차경진 한양대 교수는 지난 17일 ‘컨테이블 2025 서머’에서 지난 1년간 아모레퍼시픽과 진행한 초개인화 고객관계관리(CRM) 실험 결과를 처음 공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기업들이 생성형 AI를 마케팅에 도입하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한계들이 드러나고 있다. AI의 기술적 성능이 아닌 인간과의 협업 구조 설계에 따라 다른 결과 값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화장품 업계에서 AI와 데이터 분야에 가장 큰 투자를 해온 아모레퍼시픽조차 기존 마케팅 방식의 한계에 직면했다. 실제 아모레퍼시픽이 400만 고객을 대상으로 월 평균 10회의 마케팅 문자를 발송한 결과, 클릭률이 기대치를 밑돌았다.
차 교수팀은 삼성카드와 협업해 개발한 골프지수, 외식지수, 럭셔리지수 등 200개 라이프스타일 지수를 활용했다. 구매 이력을 넘어 생활 패턴까지 분석해 ‘색조 마니아’ ‘럭셔리 지향 워킹맘’ 등 총 26가지 페르소나를 구축했다.
실험은 △추천 △페르소나 분석 △메시지 전략 △문구 생성 △검수 △클릭 예측 등 6개 AI 에이전트 협업 구조로 설계됐다. 이를 통해 클릭률이 급상승했다. 하지만 모든 과정을 AI에게 일임했을 때는 오히려 성과가 떨어졌다. 차 교수는 “인간이 고객 이해와 소구점(특장점) 개발을 담당하고, AI가 개인별 맞춤 문구를 생성하는 협업 구조가 가장 효과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실험 과정에서 가장 주목할 발견은 ‘개인화-감시감 딜레마’였다. 기존 충성고객들은 개인화된 메시지에 긍정적으로 반응했지만, 신규고객들은 ‘감시당한다’는 불편함을 느껴 클릭률이 감소했다. 차 교수는 “제품 타깃팅에는 외부 데이터가 유용하지만, 메시지에 직접 반영하면 고객이 프라이버시 침해로 받아들일 수 있다”며 “기술적 구현 가능성과 고객 수용성은 다르다”고 강조했다.
AI 에이전트 간 피드백 실험에서도 흥미로운 결과가 나타났다. 시뮬레이션에서는 수정을 많이 반복할수록 성능이 향상됐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2∼3회 수정이 가장 효과적이었다. 너무 많은 조정이 오히려 성과를 떨어뜨린 것으로 나타났다.
차 교수는 “AI 마케팅 혁신의 핵심은 기술 완성도가 아니라 현실적 제약을 충분히 고려한 인간과 AI 간 협업 설계에 있다”며 “고객 수용성과 실무 한계를 균형 있게 고려한 AI 도입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계풍 기자 kp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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