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구 풍납공장 연내 가동 중단
90분 내 운반 가능社 10여곳 남아
강남 등 재건축ㆍ재개발 물량 집중
대안으로 꼽히는 BP도 논란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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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대한경제 |
[대한경제=한형용 기자] “2∼3년 내에 서울 강남 등 도심지역 내 레미콘 공급 대란이 현실화될 수 있다.” - A건설사 B임원
서울 강남ㆍ서초 등 교통난이 심각한 지역에 5000가구 이상 대규모 재건축ㆍ재개발 사업이 집중되면서 레미콘 공급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시 내 레미콘 생산공장들이 잇따라 문을 닫으면서 2027년을 기점으로 공급 부족 문제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게 핵심이다. 대안으로 꼽힌 건설현장 배처플랜트(Batcher PlantㆍBP) 설치 여부를 놓고 시공사와 레미콘 제조사 간 힘겨루기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건설 현장의 핵심 자재인 레미콘 공장이 도심을 떠나고 있다. 삼표산업이 운영하는 서울 송파구 풍납동 공장은 올해 말 가동을 중단한다. 앞서 삼표산업이 운영해온 서울 성동구 성수동 공장은 2022년 8월 철거됐다. 내년이면 서울지역 레미콘 공장은 강남구 세곡동 천마콘크리트, 송파구 장지동 신일씨엠 등 2곳만 남게 된다. 이렇게 되면 2026년 이후 강남ㆍ용산 등 서울 도심지역에 레미콘을 납품할 수 있는 공장은 천마콘크리트, 신일씨엠을 포함해 광주와 성남, 하남 등지에 있는 총 13개 공장으로 좁혀진다.
문제는 주요 재건축ㆍ재개발 사업지로 이동해야 하는 레미콘 믹서트럭의 진입시간과 공급량이다.
레미콘은 생산 후 굳어지는 특성 때문에 생산 후 90분 내 타설을 원칙으로 한다. 시공사는 이를 고려해 통상적으로 건설현장 반경 20∼25㎞ 이내에 있는 8∼10개 규모의 레미콘 제조사를 선정한다. 하지만 도심권에 남게 되는 레미콘사는 2026년 이후 단 2곳에 불과한 상태다.
도심권을 제외한 수도권 내 다른 레미콘 공장은 8ㆍ5제 시행에 따라 레미콘 타설 골든타임인 90분 내 진입이 쉽지 않다. 유일하게 안양권에 있는 10개사만 평균거리가 21㎞, 운반시간 90분으로 시간을 겨우 맞출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레미콘 공급량도 관건이다. 레미콘업계에 따르면 압구정 3구역의 레미콘 추정 수요량은 80만㎥, 은마아파트는 81만㎥ 수준이다. 수도권 내 13개 공장의 연간 운송 가능한 물량 추정치인 178만㎥의 90%에 달한다. 대규모 공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될 때에는 레미콘 수요가 공급량을 뛰어넘는 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앞서 서울 도심지역에 레미콘을 납품해온 삼표 성수ㆍ풍납공장, 천마콘크리트 세곡 공장, 신일씨엠 장지공장은 2021년 335만㎥를 공급해오다 삼표 성수공장이 문을 닫은 이후인 2023년에는 124만㎥가 감소한 206만㎥로 쪼그라들었고, 2026년에는 삼표 풍납 공장 물량까지 사라지며 2021년 대비 약 180만㎥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2021년과 비교해 50%가 넘는 공급물량이 사라지면서 레미콘 공급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건설업계의 설명이다.
결국 2027년 이후 착공이 예상된 △압구정 3구역(5800가구) △대치동 은마(5962가구) △잠실주공 5단지(6491가구) 등 주요 단지는 이미 착공한 현대건설의 반포주공1단지 1ㆍ2ㆍ4주구 현장과 같이 배처플랜트 활용을 검토할 가능성이 커졌다. 압구정2구역, 한남 3ㆍ4구역, 용산정비창 전면 1구역 등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건설사 한 관계자는 “180여곳에 달하는 서울지역 내 재건축ㆍ재개발 사업지 상당수는 도심지에 집중됐다”며 “동시다발적으로 공사가 진행될 때에는 레미콘 공급 부족 현상 발생 가능성이 높고, 교통 여건도 좋지 않은 만큼 현장 배처플랜트 설치를 검토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형용 기자 je8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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