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 운영 차질 피해, 국민 몫
“이해관계자 상생, 정부 대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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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현장 배처플랜트 예시. /사진:대한경제DB |
[대한경제=서용원 기자]현장 배처플랜트(Batcher Plant) 설치 필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업계의 이해관계가 얽혀 좀처럼 안착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국토부가 개정을 추진한 ‘건설공사 품질관리 업무지침’은 레미콘 제조사의 반발에 규제 완화의 폭이 줄었고, 이번엔 레미콘 믹서트럭 운전기사가 들고 일어서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배처플랜트가 그동안 없었던 시설인 만큼 이해관계자 모두 상생으로 가려면 정부의 재정 및 기술지원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최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권 특히 서울 도심 내 레미콘 수급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2022년 삼표 성수공장이 폐쇄됐고, 올해말 삼표 풍납공장도 문을 닫는다. 이러면 서울 시내 레미콘 생산기지는 천마콘크리트 세곡공장과 신일씨엠 장지공장, 2곳만 남게 된다. 서울 시내 레미콘 생산량도 2021년 335만㎥에서 2026년 150만㎥로 55% 이상 확 줄어든다.
반면 도심 노후화로 재건축ㆍ재개발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레미콘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 공공데이터포털에 따르면 서울 내 30년 이상 된 건축물은 2022년 기준 전체 52.1%(29만3000동)에서 2025년 현재 61.2%(34만1000동)까지 증가했다. 2027년 가시화할 압구정 3구역(5800가구), 대치동 은마(5962가구) 재건축사업에만 161만㎥의 레미콘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 전체 생산량을 훌쩍 뛰어넘는 물량이다.
현장 배처플랜트의 설치 이유는 충분하지만, 문제는 이해관계자 간의 입장차다. 단적인 예로 국토부는 지난 3월 건설공사 품질관리 업무지침 개정을 통해 전체 소요량의 50%로 제한한 배처플랜트 생산ㆍ공급량 규제를 폐지하려고 했지만, 레미콘 제조사의 반발에 부딪혀 철회했다.
곱씹어 볼 대목은 이해관계자 간 입장차를 모두 받아들이다 보면 결국 피해는 국민(입주자)에게 돌아간다는 점이다. 실제 교통체증이 극심한 4대문 안으로 레미콘을 운반할 경우 ㎥당 1만원의 운송비 할증이 붙고, 이는 고스란히 분양가로 얹혀진다. 타설 물량을 제때 반입하지 못해 발생하는 품질관리는 또 다른 문제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무조건 강행ㆍ반대를 할 게 아니라 공존 아이디어를 모색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일례로 건산연 보고서에선 이동형 배처플랜트 개발ㆍ보급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박상헌 건산연 연구위원은 “현장 배처플랜트 설치는 새로운 사업 모델”이라며, “중소업체들이 이동형 배처플랜트를 개발ㆍ공급할 수 있도록 정부가 재정 및 기술지원을 하고, 믹서트럭 운전기사들은 배처플랜트 운영 및 관리 등을 하는 인력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용원 기자 an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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