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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콘 운송 거부”…갈길 먼 배처플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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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7-04 06:00:40   폰트크기 변경      

전운련, 광운대 현장 설치에 반발

현산 수도권 모든 현장 운송 거부

상차 후 거부…제조사 피해 불똥


“도심교통혼잡 구간 설치 불가피”

“믹서트럭 기사 생계 위협” 갈등 




[대한경제=서용원 기자]건설현장 배처플랜트(Batcher Plant) 설치에 대한 반발이 레미콘 제조사에서 운송업계로까지 번졌다. 레미콘 믹서트럭 운전기사들로 구성된 전국레미콘운송총연합회(전운련)가 HDC현대산업개발의 현장 배처플랜트 설치 계획에 반대하며 단체 운송거부에 나선 것이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노총 산하 전운련은 지난 2일부터 HDC현대산업개발의 수도권 내 모든 건설현장에 레미콘 공급을 전면 중단했다. 현대산업개발이 서울 노원구 광운대 복합개발단지 사업현장에 배처플랜트 설치를 검토하는 것에 대한 항의다. 배처플랜트는 건설현장에 설치되는 레미콘 생산설비다.

현대산업개발은 현장여건 상 배처플랜트 설치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레미콘은 상차 후 90분 이내에 현장에 타설돼야 하는데, 광운대 개발지 인근은 총 3930가구 규모의 대단지가 형성돼 동북권 대표적인 교통혼잡 구간에 속하기 때문이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성수 삼표공장 등 서울 레미콘 생산기지가 폐쇄함에 따라 도심 현장은 레미콘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배처플랜트를 설치하더라도 외부 유입을 필수로 병행해야 하는데, 막무가내로 운송을 거부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도 수도권 레미콘 수급의 어려움을 인지하고, 최근 현장 배처플랜트 설치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건설공사 품질관리 업무지침’을 개정했다. 다만, 레미콘 제조사들의 민원을 받아들여 생산량을 전체 수요량의 50%로 제한했다. 배처플랜트를 설치하더라도 50%는 외부에서 반입해야 한다. 

그러나 전운련은 이마저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로 일감이 줄었는데, 배처플랜트까지 설치되면 믹서트럭 운전기사는 생계를 위협받을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전운련 관계자는 “레미콘은 통상 반경 25㎞ 내 공급이 가능하다고 본다. 광운대 현장 주변에는 14곳의 레미콘 제조사가 있는데도 현장에 배처플랜트를 설치하겠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지난 4월부터 배처플랜트 설치 철회를 요청했지만,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 오는 7일까지 방침을 바꾸지 않으면, 운송거부는 수도권 넘어 현대산업개발의 전국 모든 현장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수도권 현장에서 심각한 공급 부족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운송거부 초기인 데다, 현대산업개발 등도 백방으로 비조합원이 있는 레미콘 공급사를 수소문하고 있어서다.

그러나 운송거부가 장기화해 전국 현장으로 확산될 경우, 이후 사태에 대해선 장담할 순 없다. 이미 일부 레미콘 제조사는 조금식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믹서트럭 운전사가 레미콘 상차 후 송장에 현대산업개발 현장이 확인되면 운송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레미콘 제조사 관계자는 “비조합원 운전기사를 최대한 섭외해 대응 중이지만 공급량 감소로 매출 손실이 불가피하다”며 “상차 후 운송을 거부하는 사례까지 생겨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편, 현재 수도권에 등록된 레미콘 믹서트럭은 약 1만1700여대이며, 이 중 전운련 소속 차량은 8300여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용원 기자 an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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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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