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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 30년] 송파, ‘청계천을 닮은’ 정원형 도시를 디자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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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7-01 06:00:57   폰트크기 변경      
송파대로 명품거리 혁신

석촌호수→가락시장 1.5km 

보행자 중심 미관ㆍ문화축 설계 

더 스피어ㆍ갤러리ㆍ벚나무 등 

사시사철 문화축제와 어우러져 

벚꽃 개화 시기 때 862만명 방문 


‘송파대로 명풍거리 조성사업’ 조감도 중 차선축소한 모습. / 사진 : 송파구 제공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정책은 공약으로 시작되지만, 행정은 결국 한 사람의 ‘하루’로 완성된다. 퇴근길에 마주한 거리의 쉼터, 아이가 다니는 영어교실, 부모님이 찾는 복지관. 그 조각들이 모여 도시의 얼굴을 바꾼다. 그리고 그 변화는 멀리서가 아니라, 우리 동네 구청에서부터 시작된다. <대한경제>는 지방자치 30주년을 맞아 ‘내 삶을 바꾼 풀뿌리 민주주의’를 조망한다. 네 번째 사례는 서울 송파구다.


도시를 산책… ‘송파대로 명품거리’라는 혁신


‘송파대로 명풍거리 조성사업’ 조감도 중 정원조성. / 사진 : 송파구 제공 


송파는 더 이상 ‘강남 옆’의 도시가 아니다. 구청장이 바뀌고 정책이 방향을 잡자, 일상이 먼저 달라졌다. ‘걷는 길’이 바뀌고, ‘배우는 공간’이 공공이 되고, ‘쉬는 권리’가 행정의 의무가 되었다. 그 변화의 이면에는 서강석 송파구청장의 도시경영과 실행력이 있다.

도시를 바꾸는 일은 먼저 도로에서 시작됐다. ‘송파대로 명품거리 조성사업’은 서 구청장의 도시철학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핵심 과제다. 석촌호수에서 가락시장까지 이어지는 1.5km 직선축을 따라 보행자 중심의 정원형 도로를 조성하는 이 사업은 단순한 도시미관 정비가 아니다. 송파 전역을 하나의 문화축으로 잇는 전략적 도시 재설계다.



지난 4월 21일 ‘더 스피어’ 방문한 시민들과 서강석 구청장. / 사진 : 송파구 제공 


‘더 스피어’, ‘호수교갤러리’, 정원형 소나무 숲, 계절화와 벚나무가 어우러진 거리. 이미 25개 세부사업 중 18개가 마무리됐다. 올해 하반기에는 석촌호수로(1.2km)의 차선축소가 본격 추진된다. 서울경찰청은 지난해 7월, 이 구간 차감이 교통 흐름에 지장이 없다는 점을 공식 확인했다.

도시 인프라만 달라진 게 아니다. 이 거리를 거닐고, 머무는 이들의 성격도 바뀌었다. 지난봄 벚꽃 개화 시기 석촌호수와 롯데몰 일대에만 862만명이 방문했다. 특히 관광객의 동선이 잠실을 넘어 송파 전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구정의 또 다른 중심축은 문화다. 송파는 지역문화의 ‘무게중심’을 빠르게 구축하고 있다. 지난 2023년 석촌호수 동호변에 문을 연 ‘더 갤러리 호수’는 개관 전부터 30만명이 찾았고, 세계적인 팝아티스트 필립 콜버트의 전시로 국내외의 주목을 받았다.


세계적인 팝아티스트 필립 콜버트 설명을 듣는 서강석 구청장. / 사진 : 송파구 제공 


서울놀이마당은 대보수를 통해 돔 공연장의 한계를 극복했고, 올해 하반기에는 건립 30년 된 송파구민회관을 500석 규모의 ‘송파문화예술회관’으로 리모델링해 재개관한다.

봄에는 ‘호수벚꽃축제’, 가을엔 ‘한성백제문화제’, 겨울엔 ‘루미나리에’. 축제는 1년 내내 이어지고, 송파는 사계절 도시콘텐츠를 갖춘 곳으로 자리를 굳혔다.

이 같은 문화 확산 전략은 송파대로 명품거리 조성과 연결돼, 도시 전체를 거대한 ‘문화 생활권’으로 바꿔가고 있다.

정비사업의 속도를 바꾼 ‘지원행정’


‘더 스피어’ 전경. / 사진 : 송파구 제공 


‘규제행정’이 아닌 ‘지원행정’이라는 모토 아래, 송파의 재건축·재개발 사업도 탄력을 받고 있다. 현재 송파구 관내에서만 41개 단지가 정비사업을 추진 중이다.

대표 사례는 ‘올림픽 3대장’이라 불리는 대단지 재건축이다. 송파구는 안전진단 기준 완화를 국토부에 적극 건의해 이를 통과시켰고, 지지부진하던 정비사업의 물꼬를 텄다. 구는 공무원 자의적 판단에 따른 규제를 배제하며, 마찰이 생긴 조합에는 직접 개입해 조정 역할을 수행했다. 마천지역의 재개발은 이러한 ‘행정의 가르마’로 주민 신뢰를 얻은 사례다.

송파의 도시정책은 서울시와의 협업에도 방점이 찍혀 있다. 잠실주공5단지, 마천2·5구역의 신속통합기획, 풍납과 거여동 일대의 모아타운 조성까지 시와의 연계가 필수적이다. 오랜 세월 변화를 기다려온 주민들에게 송파의 도시계획은 지금, 실제로 움직이고 있다.

송파가 보여주는 지방자치의 궤적은 단순한 사업성과를 넘어 ‘도시가 삶의 공간으로 진화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응답이다. 청계천이 서울의 중심축을 바꿨듯, 송파대로는 동남권 도시구조를 새로 쓸 준비를 하고 있다. 그 끝에 서 있는 건 사람이다. 도시의 본질은 결국 하루의 경험으로 완성되기 때문이다.

교육부터 복지까지, 송파가 설계한 생활 리듬


복지ㆍ교육ㆍ문화 ‘트리플 혁신’

교육부ㆍ서울시도 벤치마킹 

원어민 영어교실ㆍ노인종합복지관


원어민 영어교실 모습. / 사진 : 송파구 제공 


송파는 인구 65만명으로 서울 자치구 중 가장 인구가 많다. 그만큼 교육에 대한 요구도 높다. 이에 구는 2023년 서울시 최초로 ‘어린이집·유치원 원어민 영어교실’을 도입했다. 만 5세 대상에서 시작된 이 사업은 지난해 만 4세 아동과 직장 어린이집까지 확대됐다. 현재 관내 어린이집과 유치원 대부분이 참여하고 있다.

단지 강사 파견에 그치지 않고, 커리큘럼과 교구, 강사 교육까지 포함해 완결된 모델로 자리 잡았다. 만족도는 99%다. 이 모델은 서울시와 교육부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었고, 전국적으로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복지정책도 일상에 깊이 들어와 있다. 송파구의 보훈수당은 월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두 배 인상됐다. 서울시 수당과 중복수령이 가능하도록 조례를 개정해, 보훈대상자는 2973명에서 2025년 6000여 명으로 증가했다.

6ㆍ25 참전유공자에게는 매년 6월 25일, 참전수당 30만원이 지급된다. 장례를 공공이 함께 챙기자는 의미에서 ‘영정사진 지원사업’도 새롭게 시작했다.

구 전체 예산의 60%가 복지에 투입된다. 독거 어르신 생활보조수당, 서울시 최초 장애인 추가 수당 등은 통계보다 온도의 복지다. 지난 25일 개관한 ‘문정노인종합복지관’은 송파에 29년 만에 신설되는 노인종합시설로, 이제 어르신의 일상이 더 이상 복지관 밖에서 방황하지 않도록 만들었다.

서강석 구청장은 33년 공직생활을 거쳐 서울시구청장협의회 신임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구청장과 2000여 명 공직자가 주민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꿀 때 변화가 시작된다”라고 말한다.

결과적으로 송파구민 10명 중 9명이 “송파에 사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답했다. 합계출산율은 0.711명으로 서울시 자치구 중 1위. 삶의 질과 도시의 매력을 가늠할 수 있는 수치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신뢰다. 구민들은 민원 만족도 조사에서 93%가 ‘만족’이라 답했고, 친절·신속성 평가에선 98%가 긍정 응답을 했다. 정책에 대한 반응이 아니라, 행정에 대한 신뢰가 형성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정치적 수사는 없다. 삶을 바꾸는 행정만 있다. 지방자치 30년, 송파는 지금 풀뿌리 민주주의가 실제 삶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박호수기자lake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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