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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ntain &] 서울 동부 三山 종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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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7-08 06:00:17   폰트크기 변경      
망우ㆍ용마ㆍ아차산 하루에

독립운동 역사와 고구려 전설 따라

숲ㆍ산ㆍ강ㆍ도시 ‘四色’에 빠지다


아차산 1보루에서 본 한강 풍경


‘곰탕 산행’. 흐린 날씨 탓에 보이는 풍경이 뿌연 곰탕국물 같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최근 주말마다 비가 많아 갈 때마다 그런 곰탕 산행이었다. 날이 괜찮다 싶으면 약속이 깨지고 제대로 된 산행이 쉽지 않다.

그래도 다시 산뜻한 산행을 기대하며 집을 나섰다. 여름이니 무리하지 말자는 차원에서 낮은 산을 선택했다. 대신 하나만 오르면 너무 싱거울(?) 수 있다는 생각에 낮은 산들을 몇 개 연결하기로 했다. 서울 동부에 있는 망우산, 용마산, 아차산 종주다. 모두 높이 300m 전후의 낮은 산이지만 세 개의 정상을 다 돌려면 약 10㎞ 정도로 거리는 짧지 않다.


망우역사문화공원 입구


중랑캠핑숲을 지나 망우역사문화공원으로 향한다. ‘망우동행길’이라는 커다란 글자 옆으로 나무 계단길이 보이는데 이 계단길을 오르면 공원이 나온다.

망우역사문화공원은 역사적 인물들, 특히 독립운동가들의 뜻을 기리는 곳이다. 실제로 망우산에서는 독립운동가의 묘소와 묘터를 많이 볼 수 있다.

역사는 1930년대에 늘어난 서울의 장례 수요를 위해 망우산 일대에 공동묘지 단지를 조성하면서 시작된다. 처음에는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도 없이 그저 평범한 공동묘지였다. 1944년 만해 한용운 선생을 이곳에 안장하고 민족대표 33인의 일부도 모시면서 독립운동가들의 영면지라는 의미를 갖게 됐다. 이후 다른 독립운동가들과 유족들도 이곳에 많이 안장됐다고 한다.

1970년대에 들어서 신규 매장을 중단하고 묘역 정비를 시작하면서 공동묘지라는 이름을 벗고 망우리공원으로, 그리고 현재의 망우역사문화공원으로 자리 잡았다.



△씁쓸한 유관순 열사 비석


유관순 열사의 유언이 담긴 비석


공원을 지나 조금만 올라가면 유관순 열사의 마지막 유언이 담긴 비석이 있다.

유관순 열사는 처음에 이태원 공동묘지에 안장됐으나 공동묘지 유해 대부분이 유실됐고 겨우 수습된 유해들을 이곳에 합장했다. 유관순 열사도 이 가운데 포함됐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따로 모실 수 없으니 이렇게라도 열사의 뜻을 새겨 놓은 것인데, 씁쓸한 이야기다.

편치 않은 마음을 내려놓고 다시 걷는데 앞쪽으로 예쁜 빨간 점들이 몇 개 보인다. 산딸기다. 산행 중 산딸기를 본 건 오랜만이다. 작고 귀여운 몸이지만 진한 빨간색으로 단단하게 여미고 있다. 정말 계절은 어긋남이 없나 보다. 있을 때 있고 있을 데 있다.


망우산 입구에서 발견한 산딸기



오른쪽 야자매트길로 향한다. 이제 포장길을 벗어나 산길이 시작되는 모양이다.

망우산이 높진 않다고 해도 그래도 산이다. 편한 경사는 아니다. 동반자들의 숨소리가 들린다. 땀방울도 맺히기 시작한다.

정상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는다. 독립운동가 묘소 안내표지를 여럿 지나다 보면 전망데크가 나오는데 정상이다. 정상 표지석은 따로 없다. 데크 너머로 왼편에 도봉산, 오른편에 불암/수락산 뷰가 소박하게 제공된다.


망우산 정상에서 본 도봉ㆍ불암ㆍ수락산


△한강 품은 풍경과 북한산 능선

잠시 쉬었다가 용마산으로 출발한다. 완만한 내리막길이다.

포장도로가 다시 나타나지만 바로 가로질러 다시 숲길로 들어선다. 망우산쪽 숲길보다는 좀 더 넓고 깨끗한 느낌이다.

용마산 표시를 따라 오른쪽으로 완만한 경사길을 오르내린다.

길이 살짝 지루해질 때쯤 깔딱고개쉼터라는 곳이 보인다. 망우에서 용마로 갈아타는 구간인 거 같은데 긴 계단길 옆에 있는 데크로 잘 꾸며진 쉼터다. 570 계단이라고 적혀 있는 걸 보니 오르기 전에 충분히 쉬었다 가라는 배려인 것 같다.

역시 만만하지 않다. 경사가 쉽지 않다. 끊임없이 이어진 계단에 동반자들이 하나 둘 뒤처지기 시작한다. 해까지 나니 땀도 많이 나고, 오늘 가장 힘든 구간이지 싶다.


깔딱고개 중간 전망대에서 본 한강. 뒤쪽으로 예봉산과 검단산이 보인다.


그래도 오르는 길이 고되지만은 않다. 한강을 포함한 서쪽의 경치를 볼 수 있는 포인트도 있고 북동쪽 북한산의 쉼 없는 능선을 느낄 수 있는 포인트도 있다. 포인트마다 눈으로 달래며 오른다.

긴 계단의 끝. 조금 더 앞으로 걸어가니 올라오면서 봤던 서쪽뷰가 다시 보인다.

이만한 곳은 없을 것 같다며 모두 쉬어가기로 결정했다. 철퍼덕 바위 위에 앉아 커피랑 음료랑 간식거리를 꺼내 나눈다.


깔딱고개 위에서 본 북한산. 쉼 없는 서울의 스카이라인이다.



땀을 식히고 용마산 정상으로 향한다.

완만한 경사를 오르다 보면 헬기장이 나오는데 용마산 정상과 아차산이 갈리는 지점이다. 우측 정상으로 향한다.

정상까지는 멀지 않다. 아차산을 왼쪽에 두고 좀 오르다 보면 어느새 정상. 용마산 정상에는 등산객들이 많았다. 정상표지석 앞에서 인증하느라 바쁘다.

오늘 오른 3개 산 중 유일하게 제대로 된 정상 표지다. 그래도 용마산 정상에서는 그다지 볼만한 풍경은 없다.

망설임 없이 마지막 아차산으로 향한다. 좀 전에 지나왔던 헬기장 밑 계단길을 지나 아차산 4보루로 향한다.



△고구려가 설치한 보루…전망 탁월

용마산, 아차산 일대에는 보루가 몇 개 있다. 고구려가 한강 일대를 차지하면서 설치한 것들이다. 적군 감시가 보루의 주요 기능 중 하나인 만큼 보루는 보통 좋은 전망을 갖고 있다. 이 일대 보루 중 개인적으로 아차산 4보루가 제일 볼 게 많다는 생각이다.


아차산 4보루


보루에 오르면 서쪽 한강 뷰도 좋지만 보루 자체도 나름 예쁘게 꾸며져 있다.

풀밭이 내는 초록빛과 중간에 남북으로 조성된 산책길의 곡선의 조화가 은근히 괜찮다. 시선은 산책길 오른쪽 끝 큰 팥배나무와 하늘의 푸른 빛과 구름으로 이어진다. 풍경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모두들 사진으로 남기느라 분주하다.

풍경을 빠져나와 3보루로 향한다. 아차산 정상이다.

사실 정상인지 잘 모를 정도다. ‘아차산 정상’이라는 안내판만 정상이라고 주장하는 듯하다.


아차산 1보루에서 본 청계ㆍ관악산


마지막 1보루 쪽으로 향한다. 오른쪽으로 남산도 보이고 앞쪽으로는 관악산과 청계산도 보인다.

어린 아이와 함께 온 가족들이 밝은 표정으로 산책을 즐기고 있다. 산길은 끝난 듯하다.

걱정했던 비는 없었고 오히려 해가 나면서 풍경 빛이 좋아져 산행하기 좋았다. 일부 구간을 빼면 서울 둘레길과 많이 겹쳐 어렵지 않은 길이다.

북한, 도봉부터 수락, 불암, 관악, 청계까지 서울을 대표하는 산과 멀리는 검단산과 예봉산까지 볼 수 있는 코스이기도 하다. 여기에 한강 뷰도 있다. 서울 주변 봉우리들의 스카이라인과 한강이 그린 무심한 커브. 두 곡선과 줄곧 함께 한 하루였다.

글ㆍ사진=박종현 산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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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부
김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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