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Rㆍ원전해체 분야 표준화 작업도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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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한슬애 기자 |
[대한경제=신보훈 기자] 전력산업기술기준(KEPIC)은 전력설비의 설계ㆍ제조ㆍ건설ㆍ운영뿐만 아니라 검사ㆍ유지정비ㆍ해체 등 전 과정에서 적용되는 기술 규범이다. 1995년 초판이 처음으로 발행된 이후 30년간 축적된 국내 전력기술의 집대성이라고 할 수 있다.
오랜 역사만큼 그 규모도 방대하다. 대한전기협회가 5년마다 발간하는 KEPIC 책자는 총 332권, 페이지로는 약 9만 쪽에 달한다. 20년 전과 비교하면 그 내용이 5배 이상 증가했다. 지금도 관련 기술 표준은 지속해서 추가되고 있다. 적용 대상은 원자력발전부터 화력발전, 신재생에너지, 송ㆍ배ㆍ변전 등 전력망 설비, SMR(소형모듈원자로) 기술까지 전력 분야 전 영역을 아우른다.
KPEIC의 위상은 2009년 정점을 찍었다. 당시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출 사업에 KEPIC이 채택되면서 최초로 국제 시장에 진출했다. UAE 원전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선 관련 업체가 KEPIC 인증을 받아야 했기 때문에 당시 국내 원전 업계의 필수 표준으로 자리 잡은 계기가 됐다. 현재 KEPIC 인증업체는 170여 개사 정도다.
KEPIC 제도의 꽃은 ‘KEPIC-Week’ 행사다. 전력산업계 교류를 위해 매년 대한전기협회가 개최하는 이 행사는 관련 기술 및 정보의 최신 동향을 다룬다. 올해 주목할 만한 분야로는 인공지능(AI) 외에도 SMR과 원전해체 분야가 있다. SMR과 원전해체는 아직 본격적으로 상용화된 기술이 아닌 만큼, 대한전기협회도 KEPIC을 통한 표준 정립 과정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SMR 표준화 분야는 지난해 KEPIC SMR소위원회 활동을 통해 도출한 19가지 항목이 발표된 바 있다. 이후 SMR 특별위원회가 산업계 수요조사를 거쳐 25개 표준화 목록을 추가로 도출했고, 향후 최종적인 표준화 항목을 확정해 상세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올해 SMR 기술개발 워크숍에서도 관련 개발 현황을 논의한다.
최근 고리1호기가 국내 최초로 해체 작업에 들어가면서 원전 해체 분야 표준화도 주목받고 있다. 대한전기협회 KEPIC본부는 ‘원전해체 전력산업기술기준 개발 사업’을 통해 비용ㆍ안전성평가, 절단, 철거 등 필요한 표준을 개발 중이다. 원전해체 분야 KEPIC은 총 20종으로 개발 예정이며, 이 중 10종을 선정해 국제표준화를 추진한다는 목표다.
대한전기협회 관계자는 “올해 KEPIC-Week는 내년에 배포될 2025년판 발행에 앞서 다양한 산업계 의견을 수렴하는 논의의 장”이라며 “고리1호기 원전해체 승인 등 이슈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세션, SMR 개발 및 이에 따른 표준화 수행 계획 등 심층적인 발전방향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보훈 기자 b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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