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ㆍ1, 2차 상법 개정안 연속 통과
재계 “투자환경 악화” 강력 반발
[대한경제=김희용 기자] 경영계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기업 경영을 옥죄는 법안이 연이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내 대표기업들의 경쟁력 악화와 ‘탈(脫)한국’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미국 고관세 정책과 중국 덤핑 공세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국내 정치권까지 대못 규제를 박아버린 셈이다.
더불어민주당은 25일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를 담은 ‘2차 상법개정안’을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했다. 지난달 1차 상법개정안, 전날 노란봉투법에 이어 3연속 기업 규제 법안이 여당 주도로 입법화됐다.
2차 개정 상법은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에 집중투표제 도입을 의무화하고, 감사위원 분리선출을 기존 1명에서 2명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집중투표제는 주주가 보유 지분만큼 후보자 수를 곱한 의결권으로 특정 후보에 몰표를 던질 수 있게 해 경영진의 이사회 장악력을 제한한다.
1차 상법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와 ‘3%룰’ 강화를,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정의 확대와 손해배상 제한을 규정해 노조 리스크를 극대화했다.
이날 경제 8단체는 공동성명을 통해 “지난달 1차 상법 개정 이후 불과 한 달 만에 추가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입법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균형 잡힌 법안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재계는 국내 핵심 산업군이 위기 상황에 내몰려 있는 상황에서 기업을 옥죄는 법안이 충분한 사회적 논의 없이 줄줄이 통과됐다는 점에서 우려하고 있다.
그렇잖아도 국내 기업들은 격화하는 글로벌 제조업 경쟁에 치여 생존 기반을 잃어버리는 중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고관세 정책을 무기로 국내 제조업체들에게 현지 투자를 강요하고 있으며, 중국에서는 정부가 제조업체들에게 천문학적인 보조금 혜택을 기업에게 퍼주며 과잉 생산된 물량을 글로벌 시장에 쏟아내는 덤핑 공세를 펼치는 중이다.
IMD(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가 발표한 2025년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은 69개국 중 27위를 기록해 전년(20위) 대비 7계단이나 하락했다. 이는 역대 최고치였던 작년보다 급락한 것으로, 기업효율성 부문에서 21위에서 30위로 9계단 뒷걸음질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글로벌 기업들의 한국 투자 재검토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한국GM의 헥터 비자레일 대표는 최근 고용노동부가 마련한 간담회에서 “(노란봉투법으로) 본사에서 한국 사업장에 대한 재평가할 가능성이 있다”며 경고장을 날렸다. 노사갈등과 규제 강화로 인한 투자환경 악화로 철수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김희용 기자 hy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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