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38년까지 석탄발전소 37기 폐쇄 예정
같은 기간 신재생발전 비중 33%로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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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김기봉 기자 |
[대한경제=신보훈 기자] 국내 전력산업이 2001년 한국전력의 발전 부문 분리 이후 24년 만에 구조개편을 앞두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공공기관 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냈고,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중심으로 한 정부 조직개편도 확실시되고 있어, 기능이 중복되는 에너지공기업이 그 타깃이다.
1일 정부 및 관계기관에 따르면 대통령 비서실장을 팀장으로 하는 공공기관 개혁 태스크포스가 조만간 설치될 예정이다. 이는 지난달 대통령이 “공공기관이 너무 많아서 숫자를 못 세겠다”고 언급한 데에 따른 후속 조치다.
에너지 공기업은 그 중에서도 주요 구조조정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현재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에너지ㆍ발전 공공기관은 약 30개인데, 설립 목적이 유사하고 업무가 중복되는 기관의 통ㆍ폐합이 유력하다.
특히 남동ㆍ남부ㆍ동서ㆍ서부ㆍ중부 등 화력발전 5사가 ‘개편 1순위’로 지목되고 있다. 정부의 탄소중립 계획에 따라 화력발전소의 단계적 폐쇄가 예정돼 있고, 재생에너지 확대 등이 구조개편에 힘을 싣는다.
다만 지역사회의 반발은 변수다. 2010년대 중반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따라 전국 각지에 본사를 둔 에너지공기업 중 어디를 개편 대상으로 삼든 지역민심은 들고 일어설 것이 뻔하다. 여기에 노조의 반발도 넘어야 할 큰 산이다.
이병준 고려대 교수(前 대한전기학회장)는 “기저전원 역할을 담당했던 석탄발전 축소에 따라 발전ㆍ에너지공기업의 구조를 개편하는 방향은 필요하다고 본다”면서도 “단순히 공공기관 수와 인원을 줄이기 위한 목적이 아닌 국내 주요 전원사업자의 역할 재정립과 안정적인 미래 전력 공급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정립하고 관련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 “기관 수 줄이기가 정책 목표 되면 안 돼”
“AI시대, 안정적인 전력공급 목표부터 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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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한슬애 기자 |
정부가 사실상 공식화한 공공기관 구조개편의 첫 번째 대상은 한국남동ㆍ남부ㆍ동서ㆍ서부ㆍ중부 등 한국전력 산하 화력발전 5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
1일 관계기관에 따르면 현재 5개로 운영되는 화력발전사는 2∼3개로 축소하고, 신재생에너지를 전문으로 개발하는 신재생발전공사 등을 신설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국내 전력산업은 20년 넘게 변화가 없었다. 2001년 한국수력원자력을 포함한 6개 발전자회사가 한국전력에서 분사된 이후 현재의 구조를 유지해 왔다. 2016년 해외자원개발 기능 재편 논의와 함께 한국가스공사 및 석유공사의 통합이 검토된 적 있지만, 이 마저도 2018년 최종 철회됐다. 하지만 시대적 변화에 따라 석탄발전소의 단계적 폐쇄가 진행되면서 기능이 중복되는 화력발전사의 구조개편은 불가피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현재 국내에서 운영되는 석탄화력발전기 61기 중 2038년까지 폐쇄되는 곳은 총 37기다. 당장 태안화력 1호기는 오는 12월부터 문을 닫고 천연가스(LNG)발전소 전환을 앞두고 있다. 내년 6월부터는 하동ㆍ보령화력이, 2027년엔 삼천포화력 등이 단계적으로 폐쇄된다. 빈자리는 신재생 발전이 채운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20년 6.6%에 불과했던 신재생발전 비중은 2030년 21.7%, 2038년에는 33.0%까지 늘어난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올해부터 석탄발전소 폐쇄가 본격화되고, 신재생발전을 주도적으로 추진할 기관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큰 틀의 방향성은 이미 세웠고, 세부적인 방법론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번에 발전공기업 통ㆍ폐합이 실현되면 24년 만에 대규모 구조개편이 이뤄지는 셈이다.
대통령실도 이 같은 방향에 힘을 싣고 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큰 틀로 보면 제일 큰 게 발전공기업이고, 통폐합이 주제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 실장은 “화석연료 시대에는 몇십 개 발전원이 대량의 전기를 발전해 송배전했지만, 신재생에너지는 발전원이 수만ㆍ수십만개나 된다. 전력공급 체계가 달라진 만큼 발전공기업의 형태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발전공기업 구조개편을 단순히 숫자 줄이기 차원에서 접근하면 안 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화력발전사들은 그동안 국내 전력산업의 기저전원 역할을 수행해 왔는데, 명확한 정책목표 설정 없이 통폐합을 추진하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문주현 단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에너지공기업 구조개편은 국내 전력산업 경쟁력 향상이나, 안정적인 전력공급시스템 구축 등을 위해 논의돼야 한다. AI(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에너지 믹스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먼저 세우고, 후속 조치로서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며 “에너지공기업 통ㆍ폐합은 정책 목표의 결과물이 돼야지, 개편 자체가 목적이 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정부가 방향성을 정하기 전 충분한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정연제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시기적으로 전력산업 구조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은 맞다”면서도 “재생에너지 발전을 공공이 주도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고, 민간이 더 잘할 수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아직 정부와 여당 내에서도 입장이 통일되지 않은 것 같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이어 “무엇보다 해당 분야에는 이미 수많은 종사자가 일하고 있다”며 “구조개편 전에 다양한 관점의 논의가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보훈 기자 b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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