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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한슬애 기자 |
[대한경제=신보훈 기자] 발전 5사의 임직원 수는 약 1만4000명이다. 여기에 각 화력발전소의 협력업체 종사자까지 더하면 관련 직원은 수만명에 달한다.
발전공기업 구조개편에 따라 통ㆍ폐합이 이뤄지면 해당 직무 종사자 수는 매우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들은 충남ㆍ경남ㆍ부산ㆍ울산 등 전국 각지에서 생활하고 있어 통폐합에 따른 지역사회의 타격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지역경제도 문제지만, 각 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한 지가 10년밖에 안 됐다. 저마다 대형 건물을 본사로 짓고, 직원들도 적응을 마쳤는데 또다시 합치거나 폐쇄하면 그 비효율은 누가 감당해야 하나“고 부정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정부의 공공기관 구조개편 언급에 노조는 벌써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전력산업노동조합연맹(전력연맹)은 최근 성명서를 통해 “갑작스러운 발표로 특정 공공기관을 구조조정의 대상으로 지목하는 방식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전력연맹은 “재생에너지 시대를 맞아 전력산업 구조개편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은 공감한다”면서도 “발전공기업을 화석연료 시대의 구시대적 유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전기에너지의 공공성을 전제로 이들의 역할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신재생발전공사 신설 역시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신재생발전은 에너지균등화비용(LCOE·전기생산단가)이 높아 전문기관의 적자 경영이 불가피하다. 그 비용을 누가 충당할 것인지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새로운 공기업이 만들어지면 해당 직원들은 기존 화력발전사에서 충원해야 하는데, 젊은 직원들 중심으로 ‘탈출 러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어떤 형태로든 신재생 관련 공기업이 생기면 누가 화력발전사에 남아 있고 싶어 하겠나. 고연차 직원들은 영향이 덜 할 수 있지만, 십수 년 더 근무해야 하는 젊은 직원들은 서로 떠나려고 할 것”이라며 “지역경제도 문제다. 지금도 각 발전본부가 지역경제를 떠받치고 있는데, 만약 본사 자체가 통폐합되면 지역사회의 반발도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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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세종청사 전경./ 대한경제 DB |
기후에너지부 개편, 산하기관 이관도 고차방정식
에너지공기업 구조개편과 함께 추진되는 기후에너지부(가칭) 신설과 이에 따른 산하기관 이관 역시 복잡한 문제다.
국내 에너지 공기업은 전력구매 및 송배전사업자인 한국전력과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사, 전력거래를 중계하고 계통을 관리하는 거래소 등으로 분리돼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에너지공단,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등 산업부 산하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과 에너지경제연구원 등 국책연구기관의 기능도 세분화돼 있다. 정부의 조직 개편이 이뤄지면 이들 기관의 역할 또한 조정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전기위원회의 운영과 전력수급기본계획ㆍ집단에너지공급기본계획 등 중장기 계획 수립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최근 자리를 잡은 각종 발전입찰시장 운영 주체에도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다.
기후에너지부가 신설되면 산업기술혁신촉진법에 따라 운영되는 산업통상자원R&D전략기획단 내 에너지MD(매니징 디렉터)그룹 등의 기능도 통ㆍ폐합 돼야 한다. 에너지MD그룹은 에너지 분야의 연구개발(R&D) 기획ㆍ평가ㆍ관리 및 구조조정 등의 업무를 맡는데, 에너지 기능이 분리되면 존립 근거가 사라진다.
이들 기관의 이관 여부는 산업통상자원부 내 에너지 기능이 어디까지 분리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는 2021년 에너지차관을 신설하면서 1실ㆍ2국ㆍ4정책관 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현재 에너지정책실장은 공석이다.
이 밖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의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등 타 에너지 관련 연구기관의 운영 문제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업계 관계자는 “에너지 분야는 시간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단순히 어떤 정책기능을 다른 기관에 갖다 붙인다고 원활히 운영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며 “에너지차관을 도입한 지 5년도 안 됐는데, 또다시 조직을 개편하는 방향이 옳은지 모르겠다”고 회의적인 모습을 보였다.
다른 관계자는 “안정적인 전력공급은 국민 편익뿐만 아니라, 국가 산업 경쟁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됐다”며 “어떤 방향이 됐든 디테일한 부분까지 세밀하게 설계해야 개편에 따른 부작용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보훈 기자 b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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