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주ㆍ시공 등 참여자별 관리 책임
실제 효과보다 ‘처벌ㆍ제재’만 골몰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중대재해처벌법이 산업재해 예방 효과 대신 기업에 부담만 주고 있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정부ㆍ여당은 건설업계를 겨냥해 ‘더 센’ 규제를 추진하고 나섰다.
‘건설안전특별법’이 가장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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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미지투데이 |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인 문진석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안은 ‘건설현장 안전사고 최소화’를 목표로 발주자ㆍ시공자 등 건설공사 참여자별로 안전관리 책임을 부여하고, 건설사고가 발생하면 처벌ㆍ제재하는 게 핵심이다.
이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안전관리 의무를 소홀히 해 사망사고가 발생한 경우 건설사업자, 설계자, 감리자, 건축사에게는 1년 이하의 영업정지 명령이나 매출액의 최대 3%에 달하는 과징금이 부과된다. 발주ㆍ설계ㆍ시공ㆍ감리자는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된다.
하지만 산업안전 전문가들은 형사처벌ㆍ행정제재 강화 등을 통한 규제는 이미 한계에 이르렀다고 보고 있다.
산업안전 관련 규제가 이미 차고 넘치는 상황에서 기존의 규제를 합리화하고 실효성 있게 정비하는 대신 처벌이나 제재만 강화한다면, 건설안전 관련 예산이나 인원을 아무리 늘리더라도 중대재해 예방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진우 서울과기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산업안전에 대한 규제나 중대재해 처벌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지금도 과잉 규제와 실효성 없는 규제가 굉장히 많을 뿐만 아니라 처벌 수위도 전 세계에서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 교수는 “건설안전특별법의 입법취지는 그야말로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며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복되는 내용이 굉장히 많을 뿐만 아니라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해석될 수 있는 애매모호한 내용도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치주의 국가에서 어떻게 이런 법이 성안ㆍ발의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건설안전 향상에 기여하기보다는 건설안전을 완전히 형식화시키거나 오히려 건설안전을 완전히 망가뜨리는 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결국 건설현장에서 중대재해를 줄이려면 ‘처벌ㆍ규제 강화’가 아닌 ‘사고 예방’에 초점을 맞추고 현장의 인식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경영책임자가 아무리 산업재해 예방에 의욕을 갖고 있더라도 현장 근로자의 인식이 따라가지 못하면 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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