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단독] ‘건설감정실무’ 일부만 보완… 기획소송 줄어들까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기사입력 2026-03-03 06:00:50   폰트크기 변경      
10년만에 개정… 업계 반응

층간균열 보수ㆍ타일 뒤채움 등 담겨
법조계 “하자 소송 패러다임 변화
기준 정립 기대했지만 큰 변화 없어”

전반적으로 기존 실무ㆍ판례 재확인
일부 쟁점 정리 수준에 머물러
사건별 편차 문제 해결되지 않아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아파트 하자소송에서 사실상 ‘규범’으로 자리잡은 ‘건설감정실무’ 개정판이 나왔다. 2016년 개정 이후 무려 10년 만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개정을 통해 하자소송의 근본적인 패러다임 변화나 기준 정립을 기대했지만 ‘기존 틀을 유지한 채 일부 보완에 그쳤다’는 평가도 나온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건설소송실무연구회는 최근 건설감정실무 2026년 개정판을 발간했다.

이번 개정판에는 개정 법률 반영과 함께 △‘하자 판단의 기준’ 신설 △층간균열 보수 방법, 콘크리트 균열 보수, 타일 뒤채움 및 부착강도 부족, 창호ㆍ유리, 방수ㆍ미장, 상도 미시공, 방화문 하자 등 개별 항목 정비 △감정인 유의사항 보강 등의 내용이 담겼다.

중앙지법은 “기술 환경 변화와 관련 법ㆍ제도 개정을 반영하고, 재판 과정에서 감정 결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당사자들의 보완 요청도 반복돼 관련 기준 정비가 필요했다”고 개정 취지를 설명했다.

이에 판사들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관련 단체 의견을 수렴하고, 법원 상임전문심리위원과 감정인들의 도움을 받아 수개월간 논의 끝에 개정판을 마련했다는 게 법원 측 설명이다.


다만 “개정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된 부분은 개정ㆍ신설되지 않거나 소폭 개정에 그쳤다”고 덧붙였다.

하자소송 등 건설 분쟁에서는 감정 결과가 사실상 소송의 승패를 좌우한다. 하자의 종류와 원인 등이 다양하고 복잡해 이를 해결하려면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데, 건설 분야의 비(非)전문가인 판사들로서는 감정인들이 내놓는 감정 결과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문제는 감정 결과의 편차다. 동일한 항목이라도 하자 인정 여부와 보수비 산정 기준이 감정인마다 다른 데다, 심지어 같은 건물ㆍ같은 부분인데도 감정 결과가 세대당 수십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차이가 나는 사례도 있다.

이 같은 혼란을 줄이기 위해 중앙지법은 2011년 건설감정실무를 처음 발간했다. 전국 최대 규모의 하급심 법원인 중앙지법은 건설전담 재판부도 전국에서 가장 많다.

건설감정실무에는 △감정절차 △건축물 하자ㆍ피해 감정 △공사대금 감정 △현장조사ㆍ감정서 작성 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담겼고, 2016년 개정판에는 방화문 성능 하자, 공사기간 연장에 따른 추가 간접비, 인접지 공사 피해 감정 등이 추가됐다.

이후 건설감정실무는 사실상 전국 법원에서 하자 판단 기준으로 자리잡았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행정규칙인 건축공사 표준시방서 등의 기준ㆍ지침보다 더 높은 기준으로 여겨질 정도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주요 하자 항목에 대해 표준화된 기준이 부족한데다, 새로운 하자 항목에 대한 기준도 없다 보니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광주고법은 2022년 아파트 하자소송 2심에서 1심 판결을 뒤집으면서 “개별적인 사정을 따져보지 않고 무조건 2016년 건설감정실무에서 정한 기준을 마치 ‘금과옥조’처럼 받아들여 고집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결국 이 같은 문제가 감정인들의 ‘재량권 남용’ 문제와 결합해 입주자들에게 ‘거액의 하자보수비를 받을 수 있다’며 기획소송을 부추기는 원인이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었다.

게다가 일부 하자 항목은 2016년 개정판이 나온 이후 오히려 혼란이 가중되는 양상을 보였다. 개별 하자 항목 가운데 통상 보수비용이 가장 큰 ‘층간균열’ 문제가 대표적이다.

기존에는 균열 폭 0.3㎜ 미만은 표면처리 공법, 0.3㎜ 이상은 충전식 공법을 적용했지만, 2016년 개정판은 균열 폭과 관계없이 비용이 더 비싼 충전식 공법을 적용하도록 하면서 보수비가 급증하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이번 개정판은 균열 폭 0.3㎜ 미만의 외벽 층간균열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충전식 공법을 적용하되, 누수ㆍ결로 발생 여부, 층간균열 부위에 수밀성ㆍ기밀성을 확보하기 위한 시공상의 조치 여부, 층간균열 부위의 내구성 및 품질상태 등을 고려해 예외적으로 표면처리 공법을 적용할 수도 있다”고 명시했다.

방수키 시공 여부 등 구조적 안전성이 확인되는 경우에는 층간균열이라도 0.3㎜ 미만 부분에 대해서는 표면처리 공법 적용을 인정한 판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 조치로 풀이된다. 기존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판례 흐름을 반영해 예외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최고의 하자소송 전문가인 법무법인 화인의 정홍식 대표변호사는 “실제 내용을 보면 하자 판단 구조나 보수비 산정 체계에 있어 근본적인 변화는 크지 않다”며 “전반적으로는 기존 실무와 판례의 입장을 재확인하고 일부 쟁점을 정리한 수준에 머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여전히 상당 부분이 감정인의 재량에 맡겨져 있어 사건별 편차 문제는 구조적으로 해결되지 않았다는 게 정 대표의 진단이다.

결국 감정인의 재량을 법원이 어떻게 통제할지가 향후 하자소송 실무의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이승윤 기자 leesy@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관련기사
프로필 이미지
정치사회부
이승윤 기자
leesy@dnews.co.kr
▶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대한경제i' 앱을 다운받으시면
     - 종이신문을 스마트폰과 PC로보실 수 있습니다.
     - 명품 컨텐츠가 '내손안에' 대한경제i
법률라운지
사회
로딩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