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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자율주행 산업은 더 이상 추격자가 아니다. 전기차 시장에서 증명한 압도적 물량 공세와 속도의 경제를 자율주행에 그대로 이식하면서 게임의 규칙을 직접 만드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현장부터 보자. 베이징, 상하이, 우한, 심천, 광저우 등 주요 도시에서는 이미 3100대가 넘는 무인 로보택시가 24시간 유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높은 하드웨어 가성비와 AI를 결합한 중국 기업들은 테슬라를 추격하는 E2E(엔드투엔드) 모델을 넘어, 수십억 개 파라미터 규모의 대규모 언어모델을 차량에 직접 탑재하는 VLA(비전-언어-행동) 모델 양산 단계에도 진입했다.
기업만 뛰는 것이 아니다. 중국 정부는 2025년 10월 ‘친환경자동차 기술로드맵 3.0’(이하 로드맵 3.0)과 ‘AIDV 시대 연구보고서 6.0’(이하 연구보고서 6.0)을 잇따라 공개하며 모빌리티 산업의 글로벌 패권을 확보하겠다는 청사진을 펼쳤다. 이 두 문서는 같은 시기 발표된 ‘제15차 5개년 규획’의 핵심 키워드인 ‘신질생산력(고기술ㆍ고효율ㆍ고품질)’을 모빌리티 분야에서 실현하기 위한 마스터플랜이다.
◆차-로-운 일체화, 중국만의 게임 규칙
로드맵 3.0의 자율주행 분야 핵심은 ‘차-로-운 일체화’다. 차량(車)ㆍ도로 인프라(路)ㆍ클라우드(雲)를 하나로 묶어 도로 인프라와 클라우드를 적극 활용해 자율주행의 난제를 풀어내는 전략이다. 단순한 슬로건을 넘어 중국 자율주행의 기본 골격이 되는 셈이다.
구조를 뜯어보면 이렇다. ‘차(車)’는 고성능 센서와 AI를 탑재해 주변 환경을 인지ㆍ판단ㆍ제어하되,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하지 않고 도로와 클라우드에서 내려오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받아 현장에서 실행하는 역할이다. ‘로(路)’는 교차로 카메라ㆍ레이더ㆍ라이다 등이 설치된 지능형 도로 인프라로, 차량이 인지하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보완하고 신호 체계를 동적으로 조정한다. ‘운(雲)’은 클라우드와 데이터센터로, 다수 차량과 도로에서 쏟아지는 데이터를 수집해 고정밀 지도 업데이트, 경로 최적화, AI 모델 학습과 배포를 수행하는 두뇌 역할을 맡았다.
이 세 요소는 V2X(차량-사물 간) 통신으로 긴밀히 연결된다. 웨이모나 테슬라처럼 차량 자체 센서와 AI만으로 모든 상황을 처리하는 방식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중국이 이런 모델을 택한 배경에는 체제적 강점이 있다. 전국 도로에 지능형 인프라를 깔 수 있는 국가 주도 투자 역량, 화웨이ㆍ차이나모바일 등 통신 인프라, 알리바바ㆍ텐센트 등 클라우드 사업자가 동시에 움직일 수 있는 생태계가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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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 필자 제공 |
◆2035년 2500만대, 중국이 새로 짜는 판
로드맵 3.0의 자율주행 전략은 단일 목표로 밀어붙이는 구조가 아니다. 시장 특성과 기술 성숙도에 따라 영업차량, 개인차량, 협력주행이라는 세 축으로 나눠 동시에 추진한다.
가장 먼저 상용화 속도를 내는 건 로보택시, 온디맨드(수요응답형) 셔틀, 간선물류 트럭 등 자율주행 영업차량이다. 특정 지역과 노선에서 전문 관리되기 때문에 레벨4(정해진 영역 안에서 완전 자율주행) 기술을 선도적으로 검증하는 역할을 맡는다. 목표는 2030년 10만대, 2035년 100만대 이상이다.
규모 면에서 본게임은 개인 소유 차량인 지능형 커넥티드 자동차(승용ㆍ상용)다. 가장 큰 시장이지만 개인 안전 책임이 크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접근한다. 레벨3(특정 조건에서 자율주행)ㆍ레벨4급 승용차를 2030년 전체 판매량의 35%, 2035년 7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2040년에는 레벨4가 신차에 전면 적용되고 레벨5(완전 자율주행) 차량이 시장에 진입한다.
이 두 축을 밑에서 받치는 안전망이 협력주행 시스템(C-ADAS/C-ADS)이다. 개인 차량이든 영업 차량이든 공통으로 깔리는 기반 기술로, 악천후ㆍ복잡한 도심ㆍ돌발 상황 등 차량 혼자서는 해결하기 어려운 영역의 안전성을 보완한다. 중국이 이 기반 기술에 특히 힘을 싣는 이유는 명확하다. 국가 주도 인프라 투자라는 체제적 강점으로 게임의 규칙 자체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로드맵 3.0은 승용ㆍ상용차 목표를 퍼센트로만 제시하고 구체적 대수는 밝히지 않았다. 2026년 칭화대 자오푸취안 교수팀이 공개한 내수 판매 예측치를 적용하면 윤곽이 드러난다. 2030년 승용차 내수 2600만대 기준 레벨3·4급은 910만대, 2035년 3200만대 기준으로는 2240만대다. 여기에 상용차와 자율주행 영업차량까지 더하면, 2035년 중국의 레벨3 이상 자율주행 차량 시장은 약 2500만대 규모로 성장한다.
어느 한 축이 지연되더라도 다른 영역이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리스크 분산 구조, 그리고 2030년 1선 도시에서 시작해 2035년 주요 도시ㆍ고속도로, 2040년 전국 통합 인프라로 단계적 확장하는 설계가 로드맵 3.0의 핵심이다.
◆SDV를 넘어 AIDV로, 중국이 만드는 새 표준
로드맵 3.0에 이어 발표된 연구보고서 6.0은 한 단계 더 나간다. 소프트웨어가 차량을 정의하는 SDV 시대를 넘어, AI가 차량을 정의하는 AIDV(AI 정의 차량) 시대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선언한 것이다. 130여개 회원사(완성차ㆍ반도체ㆍ소프트웨어 기업ㆍ대학)가 공동 집필에 참여한 이 보고서는 2024년 8월 중국 국무원이 발표한 ‘인공지능 플러스 행동’ 전략의 자동차 분야 실행 계획이다.
SDV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가능한 플랫폼이라면, AIDV는 그 플랫폼 위에서 AI가 스스로 인지ㆍ판단하고 학습을 통해 지속 진화하는 차량이다. 단순히 OTA(무선 업데이트)로 기능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차량→클라우드→차량의 데이터 순환 구조를 통해 AI 모델 자체가 계속 진화하는 시스템을 지향한다.
AIDV의 운영체제인 AIOS도 기존 차량 OS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CPUㆍGPUㆍASIC 등 이종 자원을 통합 관리하고, AI 모델을 독립적으로 고빈도 업데이트하며, 기능 안전뿐 아니라 모델 편향과 데이터 오염 방지까지 다룬다. 중국 정부는 “OS는 반도체보다 더 시급한 전략 과제이며, 자동차 지능화의 승패를 좌우하는 핵심”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생태계 구심점은 중국 자동차 기초 소프트웨어 생태위원회인 오토세모(AUTOSEMO)다. 2025년 상반기 대규모 오픈소스 커뮤니티를 출범시키고, 화웨이 하모니OS, 바이두 원신 플랫폼, 동소프트 루이츠 등 다양한 OS가 경쟁하는 구도를 만들었다. 정부는 ‘개방을 전제로 다양한 경로 공존을 허용하고, 시장 검증을 통해 최적의 국산 OS를 선별한다’는 원칙 아래 시범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목표는 2030년까지 AIOS 기반 애플리케이션 보급률 90% 이상 달성, 그리고 중국 주도의 글로벌 자동차 소프트웨어 표준 정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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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 필자 제공 |
◆단순한 기술 목표가 아니라 국가 전략
로드맵 3.0과 연구보고서 6.0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중국은 테슬라나 웨이모와 같은 토대 위에서 경쟁하려는 것이 아니라, ‘차-로-운 일체화’와 AIDV라는 새로운 규칙을 만들고 그 위에서 글로벌 표준 주도권을 쥐겠다는 것이다. 2035년 약 2500만대, 2040년 완전 자율주행 사회라는 목표는 비현실적 시나리오가 아니라 구체적 대수와 침투율로 설계된 실행 계획이다.
다음 편에서는 이 국가 전략 위에서 실제로 뛰고 있는 중국 기업들의 기술 경쟁과 생태계 전쟁을 살펴본다.
■ 모빌리티 오디세이
세계는 그야말로 로보택시 전쟁터다. 〈대한경제〉가 창간 62주년을 맞아 국내 대표 자율주행 전문가인 차두원 퓨처링크 대표이사와 함께 글로벌 자율주행 시장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미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 독일, 영국, 두바이, 그리고 한국까지 — 7개국의 전략을 심층 해부하고, 한국이 ‘글로벌 자율주행 3대 강국’에 도달하기 위한 길을 모색한다.
차두원 퓨처링크 대표는 현대모비스, 현대차, 포티투닷,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등에서 자율주행 R&D와 정책 수립을 경험했다. 저서로 《잡킬러》, 《이동의 미래》, 《포스트 모빌리티》 등이 있다.
※본 기고는 퓨처링크의 공식 입장이 아닌 필자의 개인적 견해입니다. 본문에 포함된 원화는 관련 정책 발표 시점 환율로 환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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