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차두원의 모빌리티 오디세이]③ 중국下: 기업 간 기술경쟁과 생태계의 힘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기사입력 2026-03-06 10:00:25   폰트크기 변경      
규칙 기반 구조에서 피지컬 AI로…중국 기업들의 질주

중국 정부가 ‘차-로-운 일체화’와 AIDV(AI 정의 차량)라는 거대한 설계도를 펼쳤다면, 그 위에서 실제로 달리는 것은 기업들이다. 2025년을 기점으로 중국 자율주행 산업은 단순한 추격을 넘어 독자적 기술 패러다임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자율주행 두뇌가 바뀌고 있다

핵심은 기술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중국 자율주행 기업들은 전통적인 규칙 기반 구조에서 E2E(센서 인식부터 차량 제어까지 AI가 일괄 처리하는 방식) 및 VLA(카메라 영상과 언어적 추론을 결합해 상황을 판단하는 모델) 중심의 피지컬 AI 전략으로 급격히 방향을 틀고 있다. 피지컬 AI란 디지털 세계가 아닌 물리적 현실에서 스스로 인지하고 판단해 행동하는 AI를 뜻한다.

다만 현실의 상용화 전략은 좀 더 신중하다. 중국 주요 기업들은 E2E와 규칙기반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방식을 과도기적 해법으로 택했다. 대규모 데이터를 학습한 신경망이 복잡한 주행 상황을 인지하고 판단하되, 안전과 직결된 최종 제어 단계에서는 엄격한 규칙을 적용하는 구조다. AI의 판단력과 규칙의 안정성을 동시에 취하면서 복잡한 도심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현실적인 상용화 방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표: 필자 제공

◆리샹ㆍ샤오펑ㆍ화웨이ㆍ모멘타, 네 기업의 기술 경쟁

이런 기술 전환을 실제로 이끌고 있는 것은 기업들이다. 네 곳의 행보를 들여다보면 중국 자율주행 기술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 윤곽이 잡힌다.

리샹(Li Auto)은 320억개 파라미터(AI 모델의 학습 변수) 규모의 클라우드 기반 모델을 구축한 뒤, 모델 증류(대규모 모델을 압축해 경량화하는 기술)로 차량에 탑재 가능한 36억개 파라미터 규모의 소형 모델을 만들었다. 리샹이 최근 공개한 자율주행 AI 모델 MindVLA는 고정밀 지도에 의존하지 않고도 CoT(Chain-of-Thought, 사고의 사슬) 방식으로 복잡한 교통 법규와 비정형 환경을 논리적으로 분석한다. CoT란 AI가 답을 바로 내놓는 것이 아니라 “이 상황에서는 이러이러하니까 이렇게 판단한다”는 식으로 추론 과정을 단계별로 거치는 방식이다. 자율주행 시스템이 단순한 패턴 매칭을 넘어 논리적 추론 주행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샤오펑(Xpeng)은 자체 개발한 VLA 2.0과 XBrain 시스템으로 성능을 끌어올렸다. 운전자 개입 빈도를 측정하는 MPI(Miles Per Intervention, 운전자 개입 없이 주행한 거리) 지표가 기존 규칙기반 대비 13배 이상 개선됐다는 설명이다. 6만5000년 분량의 주행 데이터를 학습에 활용해 돌발 상황 대응력을 이전 세대 대비 10배 이상 강화했다. 자체 개발한 튜링 AI 칩에 최적화해 인지부터 제어까지 응답 지연 시간도 대폭 줄였다.

화웨이는 자율주행 솔루션 치쿤(Qiankun) ADS 4.0에 고도화된 E2E 모델을 적용해 응답 지연을 이전 대비 약 50% 단축했다. 주목할 점은 접근법이 다르다는 것이다. 시각 정보를 언어로 변환하는 과정을 거치는 일반적 VLA 대신, 시각 데이터를 주행 행동으로 즉시 연결하는 독자적인 WEWA(World Engine World Action) 아키텍처를 채택했다. 중간에 언어 변환 단계를 생략해 정보 손실을 최소화하고 인지에서 제어까지의 경로를 최적화한 구조다.

모멘타(Momenta)는 양산 차량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알고리즘 학습에 다시 활용하는 ‘데이터 플라이휠(데이터가 쌓일수록 AI 성능이 개선되고, 성능이 개선될수록 더 많은 데이터가 쌓이는 선순환 구조)’ 전략으로 중국 최초로 E2E 대규모 모델을 양산 차종에 적용했다. 현재 전 세계 40만대 이상에 솔루션이 탑재돼 있으며, 메르세데스-벤츠·BMW·도요타 등과 협력하며 기술적 범용성을 인정받고 있다.

기업마다 기술 명칭은 다르지만 본질은 같다. 시각 정보를 물리적 세계 모델과 연결해 논리적 추론을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모두 VLA 범주에 속하며, 피지컬 AI의 핵심 구조를 공유하고 있다.

테슬라와의 차별점도 여기서 갈린다. 테슬라의 E2E가 카메라 영상을 차량 제어로 직접 연결하되 판단 과정이 드러나지 않는 블랙박스형이라면, 중국 기업들은 대규모 언어모델 기반의 CoT 방식을 채택해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를 스스로 생성할 수 있는 구조를 지향한다. 프롤로그에서 다룬 엔비디아 알파마요가 ‘설명 가능한 AI’를 내세운 것도 같은 흐름이다.


◆포니AIㆍ바이두ㆍ위라이드, 3강 체제의 현주소


리샹ㆍ샤오펑ㆍ화웨이ㆍ모멘타가 기술의 칼을 갈고 있다면, 실제 도로 위에서 로보택시 서비스로 시장을 장악한 건 또 다른 기업들이다. 현재 중국 자율주행 시장은 포니AIㆍ바이두ㆍ위라이드의 3강 체제로 재편됐다.

포니AI는 올해 1월 기준 로보택시 1159대(7세대 667대 포함)와 로보트럭 190대 이상을 운영 중이다. 도요타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bZ4X 기반 대량생산에 착수하는 등 완성차 제조사와의 협력을 통한 양산 체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연내 3000대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바이두는 1000대 이상의 로보택시를 11개 도시에서 운영하며, 우한에서는 시 전체 택시의 1%를 차지하는 400대 이상을 투입해 2025년 3분기 수익성을 달성했다. 누적 운행 건수가 지난 2월 기준 2000만건을 돌파했으며, 싱가포르ㆍ두바이ㆍ말레이시아 등으로 글로벌 확장도 본격화하고 있다.

위라이드는 로보택시 750대 이상, 로보버스 147대 이상 등 전체 1600대 이상을 운영하며 7개국 30개 도시에 진출해 글로벌 확장 면에서 가장 앞서 있다. 자체 개발한 완전무인 로보택시 GXR을 주력 차종으로 전환 중이다.


표: 필자 제공

◆텐서의 반전, 로보택시에서 개인용 자율주행차로


3강이 로보택시 시장을 주도하는 사이, 전혀 다른 판을 짜고 나선 기업도 있다. 한때 1000대 넘는 로보택시를 운영하며 3강에 버금가는 존재감을 보였던 오토엑스가 2025년 8월 텐서(Tensor)로 사명을 변경하며 완전히 다른 길을 택한 것이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심화 속에서 중국 내 모든 사무실을 폐쇄하고 100% 미국 기업으로 재탄생한 텐서는, 로보택시가 아닌 개인 소유용 레벨4 자율주행차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겠다고 선언했다. 2026년 1월 CES에서 공개한 텐서 로보카는 100개 이상의 센서와 엔비디아 8000TOPS(초당 8000조회 AI 연산이 가능한 수준) AI 슈퍼컴퓨터를 탑재하고, 수동 운전과 완전 자율주행을 모두 지원하는 듀얼 모드 시스템을 갖췄다. 모든 데이터를 클라우드가 아닌 차량 내부에서 처리하는 프라이버시 우선 설계도 특징이다. 약 20만달러(약 2억7000만원)로 추정되며, 베트남 빈패스트 공장에서 생산해 2026년 하반기 미국ㆍ유럽ㆍUAE에 출시 예정이다.

텐서의 전략 전환은 세 가지 의미가 있다. 미중 지정학 리스크 회피, 경쟁 과열된 로보택시 시장 탈출, 그리고 테슬라가 독주하는 개인용 자율주행차 시장에 새로운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점이다. 중국 내 일부 자율주행 및 완성차 제조사도 개인용 자율주행차 개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B2C 자율주행차 시장의 실현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사례가 될 전망이다.

◆중국 자율주행의 성공 방정식

중국 자율주행이 이토록 빠르게 확산된 배경에는 기업ㆍ정부ㆍ지방이 맞물린 구조가 있다.

출발점은 기업 간 협력 기반의 대량생산 체제다. 포니AI를 예로 들면, 완성차 제조사가 CAN(차량 내부 통신 네트워크) 데이터와 설계 정보를 제공하고 최종 양산차의 테스트와 품질 판단까지 담당하는 구조다. 기존처럼 완성차를 사서 자율주행 장비를 개조하는 방식보다 비용ㆍ품질ㆍ안전성 모든 면에서 유리하다.

여기에 세계에서 가장 빠른 규제 체계가 뒷받침됐다. ‘시범→확대→전면 허용’ 3단계 전략으로 상용화를 가속한 것이다. 베이징시는 2025년 4월 자율주행차 조례를 제정해 사고 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고 무인운행을 법적으로 허용했으며, 원격 모니터링 오퍼레이터 비율도 1대3에서 1대10으로 완화했다. 다만 이런 규제 혁신이 효과를 발휘한 것은 기업들의 기술 발전과 협력 구조가 동시에 뒷받침됐기 때문이라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지방정부의 역할도 크다. 우한시는 바이두에 특정 구역 내 독점 운영권을 부여해 공격적으로 지원하고, 광저우는 포니AI와 위라이드의 경쟁 체제를 조성해 기술 혁신을 유도한다. 같은 나라 안에서도 도시마다 지원 방식을 달리해 다양한 상용화 모델을 동시에 실험하는 셈이다.


텐서 로보카./사진: 필자 제공

◆전기차 다음은 자율주행이다

중국은 이미 ‘시장 선점→표준 주도권 확보’라는 전략을 본격 가동하고 있다. 오토세모의 AIOS(AI 기반 자율주행차의 운영체제) 기술 규격을 국제 표준화 기구에 제안하고, 화웨이 하모니OS를 해외 완성차에 공급하는 등 소프트웨어ㆍOS 표준 수출도 추진 중이다.

풀스택 기술 주권, 거대 데이터 생태계, 파괴적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글로벌 자율주행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잡겠다는 전략은 전기차에서 이미 검증된 공식이다. 자율주행 분야에서도 같은 시나리오가 반복될 수 있을지, 그 답은 2027~2030년 사이에 나올 것이다.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관련기사
▶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대한경제i' 앱을 다운받으시면
     - 종이신문을 스마트폰과 PC로보실 수 있습니다.
     - 명품 컨텐츠가 '내손안에' 대한경제i
법률라운지
사회
로딩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