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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편에서 살펴본 규제 전쟁이 무대라면, 그 위에서 실제로 뛰는 주연은 기업들이다. 현재 미국 로보택시 시장은 사실상 웨이모 독주 체제다. 그 뒤를 테슬라와 아마존 산하 조옥스(Zoox)가 쫓고 있다. 이 경쟁의 한쪽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자율주행 생태계가 두 개의 독립된 궤도로 나뉘기 시작했다.
◆웨이모, 숫자로 말하는 독주
웨이모의 독주는 숫자로 확인된다. 지난해 연간 이용 건수 1500만건, 전체 누적 이용 횟수 2000만건을 돌파했다. 올 초에는 약 2500대의 차량으로 주간 45만건 이상의 유상 운송 서비스를 기록했는데, 2024년 대비 3배 이상 성장한 수치다.
주행 데이터도 압도적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실제 도로에서의 무인 주행 거리가 1억2700만마일(약 2억438만㎞)에 달하며, 시뮬레이션 데이터를 포함하면 올해 2월 기준 누적 2억마일(약 3억2186만㎞)을 돌파했다. 웨이모는 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중대 부상 이상 사고 발생률이 인간 운전자 대비 약 90% 낮고 에어백 전개 사고도 82% 낮다고 밝히고 있다.
자본도 뒤따랐다. 2026년 2월 160억달러(약 23조2000억원) 규모의 초대형 투자 유치를 마감했다. 대주주인 알파벳이 약 150억~170억달러, 나머지는 외부 글로벌 투자기관이 분담하는 구조다. 전체 누적 투자액은 약 275억달러(약 39조9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기업가치는 2024년 10월 450억달러(약 65조2000억원)에서 2026년 2월 1260억달러(약 182조7000억원)로 16개월 만에 2.8배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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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웨이모 자율주행차./사진: 연합 |
기술적으로는 2024년 하반기 공개된 6세대 드라이버(웨이모의 자율주행 시스템 명칭)가 전환점이 됐다. 13개 카메라, 4개 라이다(레이저로 주변 환경을 3차원으로 인식하는 센서), 6개 레이더와 외부 오디오 수신기로 구성됐는데, 기존 5세대보다 센서 수를 줄여 비용을 낮추면서도 최대 500m까지 주야간 전천후 인지가 가능하다. 안개, 눈, 비, 폭염 등 극한 기상에서도 주행할 수 있어 서비스 지역의 지리적 한계를 넘는 기반이 됐다.
차별점은 ‘검증 가능한 안전 AI(Demonstrably Safe AI)’라는 시스템 설계를 공식 채택한 것이다. AI의 추론 능력을 활용하되, 판단 결과를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별도의 검증ㆍ안전 레이어를 두고 AI를 통제하는 구조다. 판단 근거를 설명하기 어려운 테슬라의 블랙박스형 E2E(센서 인식부터 차량 제어까지 AI가 일괄 처리하는 방식)와 대조된다.
프롤로그에서 다룬 엔비디아 알파마요가 ‘설명 가능한 AI’를 내세운 것도 같은 방향이다. 웨이모는 이 방대한 주행 데이터를 월드 모델(구글 딥마인드 지니3 기반의 차세대 시뮬레이션 엔진으로, 실제 주행 환경을 대규모로 재현해 AI를 훈련시키는 기술) 학습에도 활용하며 자율주행의 신뢰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하지만 이 압도적 숫자에도 그림자는 있다. 실제 도로에서 벌어지는 예측 불가능한 돌발 상황, 이른바 엣지 케이스(Edge Case)가 여전히 상용화의 걸림돌이다. 2026년 1월부터 고속도로교통안전국은 웨이모 차량의 스쿨버스 부적절 추월과 응급차량 진로 방해 사고에 대해 정밀 조사를 시작했다. 스쿨버스 추월 사고의 경우, 시스템 오판과 원격 지원 요원의 잘못된 판단이 겹치며 기술적ㆍ운영적 한계를 동시에 드러냈다. 3월 초에는 좁은 골목에서 마주 오는 차량과 대치한 채 수 분간 움직이지 못한 사례도 보고됐다.
사이렌을 울리는 응급차량의 경로를 막거나, 복잡한 이면도로에서 제대로 주행하지 못하는 이런 돌발 거동은 지자체가 상용화 승인을 주저하게 만드는 반대 명분이다. 상편에서 다룬 뉴욕주의 로보택시 상용화 철회도 타 도시의 이런 사례가 반대 논거로 작용한 결과다. 웨이모가 기술적 우위를 넘어 실질적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려면, 사고율이 낮다는 통계적 방어에 그치지 않고 공공 안전과 직결된 엣지 케이스에서도 완벽한 대응 능력을 데이터로 입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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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율주행 로봇택시 ‘조옥스(Zoox)’가 이동하고 있다./사진: 연합 |
◆개조에서 양산으로
데이터와 기술만으론 시장을 지배할 수 없다. 차량을 대량으로 찍어내는 생산 역량이 필요하다. 미국 자율주행 기업들은 기존에 완성차를 사서 자율주행 장비를 개조하던 단계를 넘어, 전용 생산 인프라를 갖춘 양산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웨이모는 지난해 5월 애리조나주 메사에 마그나와 공동 운영하는 자율주행차 전용 공장을 가동했다. 현재 재규어 아이페이스에 웨이모 드라이버를 탑재하는 시설로, 올해 말까지 2000대 이상 추가 생산이 목표다. 장기적으로는 연간 수만대 생산 능력 확보를 지향한다.
차종도 다변화하고 있다. 중국 지커(Zeekr)의 로보택시 전용 전기 미니밴을 기반으로 한 ‘오하이(Ojai)’를 지난해 하반기부터 실도로 테스트 중이다. 중국에서 수입된 차체에 웨이모의 센서와 소프트웨어를 애리조나 공장에서 통합하는 방식으로, 결빙 방지 히터와 먼지 제거용 소형 와이퍼까지 내장해 미국 북동부 등 다양한 기후대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다만 미 의회 일각에서는 중국산 차체 활용이 중국산 커넥티드카 규제의 편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차와의 협력도 본격화됐다. 2024년 10월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해 아이오닉5에 웨이모 드라이버 6세대를 탑재할 계획이다. 조지아주의 현대차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생산한 차량이 웨이모의 자율주행 통합 공정을 거쳐 미국 전역에 공급될 예정이다.
조옥스도 생산 역량 내재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헤이워드에 약 2만㎡ 규모의 로보택시 전용 양산 시설을 두고, 양방향 주행이 가능한 자율주행 전용 차량을 직접 생산한다. 지난해 6월 공장 가동을 시작했고, 9월에는 라스베이거스에서 무료 시범 서비스를 개시했다. 2027년까지 연간 1만대 이상 생산 체계 구축이 목표이며, 현재 샌프란시스코와 라스베이거스에서 약 50대를 운영 중이다. 2026년 초 라스베이거스에서 유상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테슬라도 2026년을 전환점으로 삼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지난 1월 다보스 포럼에서 “2026년 말까지 미국에서 테슬라 로보택시가 광범위하게 보급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프롤로그에서 다뤘듯이 모델 S와 X 생산을 중단하고 프리몬트 공장을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생산 라인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하며, “테슬라는 더 이상 자동차 회사가 아니라 AI와 로봇 회사”라는 방향을 분명히 했다.
알파벳 최고 비즈니스 책임자 필립 신들러도 “웨이모의 성장 모멘텀은 강력하며, 2026년은 흥미진진한 해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상편에서 다룬 제조사당 연간 9만대 면제 한도 확대 입법이 현실화되면, 이들이 구축 중인 생산 역량이 곧바로 시장 지배력으로 전환된다. 2026년은 미국 로보택시 시장의 본격적인 경쟁 원년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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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슬라 로보택시./사진: 연합=로이터 |
◆미중 생태계가 갈라진다
기업 간 경쟁의 이면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자율주행 생태계가 물리적으로 분리되는 흐름이 진행 중이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1월 중국과 러시아 기술이 포함된 커넥티드 차량의 수입과 판매를 사실상 원천 차단하는 최종 규칙을 확정했다. 규제 대상은 차량연결시스템과 자율주행시스템에 사용되는 특정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다. 소프트웨어는 2027년 모델부터, 하드웨어는 2030년 모델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된다. 중국 등이 미국 운전자의 정보나 도로 인프라 데이터를 수집하고 차량을 원격 조종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국가 안보 차원의 조치다.
이 규제가 미중 자율주행 협력을 영구적으로 끊는 것은 아니다. 양국 기업들은 중동, 유럽 등 제3국 시장에서 우버 같은 호출 플랫폼을 매개로 간접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우버는 현재 포니AIㆍ위라이드ㆍ모멘타ㆍ바이두 등 중국 자율주행 기업들과 미국을 제외한 시장을 대상으로 투자 및 협력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현 추세가 이어진다면 미국과 중국 본토에서는 각각 독자적 자율주행 생태계를 구축하고, 제3국 시장에서 경쟁하는 구도가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
◆피지컬 AI 패권의 핵심은 자율주행
CES 2026에서 마이클 크라치오스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 실장은 “완전 자율주행은 더 이상 미래의 기술이 아니라 이미 여기 현장에 있다”고 강조했다. 주별로 다른 규제를 줄이고, 연방 차원의 예측 가능한 규제 경로를 만드는 것이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의 진입에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나아가 크라치오스 실장은 자율주행 확산을 위해서는 차량 기술뿐 아니라 데이터센터, 전력, 통신 등 AI 인프라 전반의 병목을 해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반도체, AI 모델, 플랫폼에서 우위를 유지하고, 자율주행을 포함한 AI 응용 서비스가 미국 기술 위에서 작동하도록 글로벌 표준과 생태계를 형성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이는 단순한 자율주행 산업 육성을 넘어, 피지컬 AI(디지털이 아닌 물리적 현실에서 작동하는 AI) 시대의 패권을 자율주행에서부터 확보하겠다는 미국의 전략적 선택으로 읽힌다. 전기차에 이어 자율주행에서도 미중 생태계 분할과 표준 경쟁이 본격화되는 분기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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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웨이모 자율주행차./사진: 연합=로이터 |
■ 모빌리티 오디세이
세계는 그야말로 로보택시 전쟁터다. 〈대한경제〉가 창간 62주년을 맞아 국내 대표 자율주행 전문가인 차두원 퓨처링크 대표이사와 함께 글로벌 자율주행 시장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미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 독일, 영국, 두바이, 그리고 한국까지 — 7개국의 전략을 심층 해부하고, 한국이 ‘글로벌 자율주행 3대 강국’에 도달하기 위한 길을 모색한다.
차두원 퓨처링크 대표는 현대모비스, 현대차, 포티투닷,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등에서 자율주행 R&D와 정책 수립을 경험했다. 저서로 《잡킬러》, 《이동의 미래》, 《포스트 모빌리티》 등이 있다.
※본 기고는 퓨처링크의 공식 입장이 아닌 필자의 개인적 견해입니다. 본문에 포함된 원화는 관련 정책 발표 시점 환율로 환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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