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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두원의 모빌리티 오디세이]④ 미국上: 50개 주ㆍ50개의 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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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3-10 10:00:27   폰트크기 변경      

미국 자율주행의 가장 큰 적은 기술이 아니라 규제였다. 캘리포니아는 자율주행 트럭에 운전자 탑승을 의무화하고, 텍사스와 애리조나는 무인운행을 허용한다. 50개 주마다 법이 달라 자율주행 기업들은 주별로 별도 허가를 받아야 하는 비효율 속에 갇혀 있었다. 이른바 패치워크 규제(Patchwork Regulation, 주마다 자율주행 관련 법규가 달라 전국 단일 기준이 없는 상태), 조각보처럼 누더기가 된 규제 체계다.

그 사이 중국은 주행 규모와 기술력 양쪽에서 미국을 추월하기 시작했다. 위기감은 정부 최상층부에서 먼저 터져 나왔다.

◆“중국과 경쟁, 무엇을 잃는지가 중요”

지난해 4월 숀 더피 미국 교통부 장관은 “행정부는 중국과 혁신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무엇을 잃고 얻느냐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밝히며 ‘자율주행 프레임워크 2025’를 발표했다. 주별 파편화된 규제를 연방 단일 기준으로 통합하고,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 허가만으로 50개 주 전체에서 운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프레임워크는 안전ㆍ혁신ㆍ상용화라는 세 축으로 설계됐다.

안전 축에서는 자율주행차 사고 보고 체계를 손봤다. 사고 보고 기한을 기존 1일에서 5일로 완화하고, 약 138만원 미만 경미 재산 피해의 보고 기준을 합리화해 기업의 행정 부담을 줄이면서도 핵심 안전 데이터 수집의 실효성은 유지하는 방향이다.

혁신 축에서는 1960년대에 만들어진 연방자동차안전기준(FMVSS)이 도마에 올랐다. 모든 차량에 운전대ㆍ페달ㆍ사이드미러를 의무화하는 이 기준은 애초에 사람이 운전하는 차를 전제로 설계된 것이라, 무인 자율주행차의 개발과 승인에 구조적 걸림돌이었다. 고속도로교통안전국은 변속기 조작 장치, 앞유리 성에 제거 장치, 등화 장치 등 세 항목의 현대화 개정안을 제안했고,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은 CES 2026에서 “1~2년 내 관련 규칙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자율주행차 면제 프로그램의 적용 대상도 수입차에서 미국산까지 확대됐다. 이 면제 프로그램의 실질적 성과가 조옥스(Zoox)다. 조옥스는 2025년 8월 운전대와 페달이 없는 로보택시(운전자 없이 자율주행 기술로 운행되는 무인 택시 서비스)로 공공도로 시범운행 허가를 취득했다.

상용화 축에서는 기업이 자율주행 시스템의 안전 데이터를 자발적으로 공유하면 신속 승인(패스트 트랙)을 제공하는 ‘자율주행차 안전 투명성 평가 프로그램’이 제안됐다. 다만 제조사당 연간 판매 한도는 2500대로 유지돼, 대규모 상업 배포에는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표: 필자 제공

◆의회가 나서다


행정 조치만으로는 2500대 한도의 벽을 넘을 수 없다. 결국 무대는 의회로 옮겨갔다.

2026년 1월 하원 에너지통상위원회 산하 소위원회가 청문회를 열었고, 2월 5일 밥 라타 하원의원이 두 법안을 공식 발의했다. ‘자동차 현대화법’은 제조사당 연간 면제 한도를 2500대에서 9만대로 대폭 올리는 내용이고, ‘2026 자율주행법’은 연방 우선권을 확립해 주정부의 추가 규제를 금지하고, 안전 사례(Safety Case) 보고를 의무화하는 법안이다. 두 법안이 모두 통과되면 조작기 없는 로보택시를 전국 규모로 대량 배치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마련된다.

두 법안은 2026년 2월 10일 하원 에너지통상위원회를 12대 11이라는 아슬아슬한 표차로 통과했다. 현재 하원 본회의 표결을 대기 중이며, 공화당이 219석을 확보하고 있어 통과 가능성이 높다. 빠르면 2026년 3~5월 사이 본회의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별도로 상원에서는 2025년 5월 발의된 ‘자율주행차 가속법’이 심사 중이고, 하원에서는 레벨4(정해진 영역 안에서 운전자 개입 없이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단계) 이상 자율주행 트럭의 운전자 탑승 의무를 연방 차원에서 무효화하는 ‘아메리카 드라이브스(AMERICA DRIVES)법’도 추진되고 있다. 물류 업계의 강한 요구에 힘입어 자율주행 트럭 관련 법안이 로보택시보다 먼저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흥미로운 전략도 하나 있다. 2022~2026 회계연도를 대상으로 한 ‘인프라 투자 및 일자리 법’이 2026년 9월 30일 만료되는데, 이 법이 끝나면 연방정부가 각 주에 도로ㆍ교통 예산을 집행할 법적 근거 자체가 사라진다. 의회가 반드시 통과시켜야 하는 이른바 ‘머스트 패스(Must-Pass)’ 입법이다. 하원 에너지통상위원회를 중심으로 이 후속 법안에 자율주행 조항을 끼워 넣어 별도의 입법 난관 없이 연방 기준을 제도화하자는 논의가 진행 중이다.

◆최대 변수는 상원

하원을 넘더라도 상원이 고비다. 미국 상원에서 법안을 표결에 부치려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종결하는 ‘클로처’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에 필요한 찬성표가 100석 중 60표다. 현재 공화당이 53석을 확보한 상황에서 민주당 의원 최소 7명의 초당적 지지를 끌어내지 못하면 법안은 해당 회기 내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다.

민주당 측에서도 ‘자율주행 안전 데이터법’ 등을 병행 발의하며, 사고 데이터와 운영 설계 영역의 한계를 대중에게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의 자율성을 인정하되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는 견제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가장 빠른 시나리오는 하원 본회의 통과→상원 필리버스터 극복→대통령 서명으로 2026년 하반기 법률 발효다. 상원이 수정안을 내면 양원 협의위원회를 거쳐 2026년 말~2027년 초 발효도 가능하다. 순조롭게 진행되면 2027년부터 조작기 없는 로보택시의 대규모 상업 배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자율주행 로봇택시 ‘조옥스(Zoox)’가 이동하고 있다./사진: 연합

◆주정부도 반격

연방 정부가 규제 통합에 속도를 내는 사이, 주정부의 저항도 거세지고 있다. 그 갈등 구조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 게 뉴욕주다.

지난 2월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는 당초 예산안에 포함시켰던 뉴욕시 외곽 소도시의 로보택시 상업 운행 허용 제안을 철회했다. 배경은 뉴욕시 의회와 노동계의 강한 반발이다. 옐로우캡과 우버ㆍ리프트 운전자의 생계 위협, 샌프란시스코 등에서 발생한 자율주행차의 긴급 차량 진로 방해 사례, 사고 시 법적 책임 소재의 불명확성이 핵심 반대 논거였다.

이 사례가 중요한 건 ‘차량 표준은 연방, 영업 허가는 지자체’라는 구조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점에서다. 연방 법안이 통과돼 차량의 설계ㆍ제작 기준이 연방으로 통합되더라도, 상업적 영업 허가권과 도로 이용 규제권은 여전히 주정부와 지자체의 영역에 남는다. 뉴욕처럼 노동 이슈나 지역 안전을 이유로 상용화 승인을 거부하는 지자체의 결정까지 연방이 무력화하기는 어렵다.

캘리포니아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2026년 7월 시행되는 ‘자율주행차법’을 통해 교통법규 위반이나 긴급 차량 업무 방해 시 제조사의 운영 허가를 조정ㆍ취소할 수 있는 권한을 강화했고, 자율주행 트럭에 숙련 운전자 탑승을 의무화하는 법안도 재추진 중이다. 텍사스 역시 자율주행차에 대한 별도 등록ㆍ허가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연방의 획일적 기준에 비판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연방 정부는 두 가지 카드를 쥐고 있다. 입법을 통한 강제적 선점, 그리고 연방 도로 기금이라는 경제적 지렛대다. 자율주행 가이드라인을 수용하지 않는 주에 도로 예산을 삭감하거나 우선순위에서 제외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에 맞서 캘리포니아와 뉴욕 등은 헌법상 ‘주의 경찰권(주민의 안전ㆍ건강ㆍ복지를 보호할 수 있는 규제 권한)’을 내세워 대응하고 있다.

이 갈등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연방 우선권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캘리포니아 등이 위헌 소송을 제기하면 대법원 최종 판결까지 3~5년이 소요될 수 있다. 그동안 미국 최대 시장인 캘리포니아에서의 상업화가 지연되고, 중국과의 격차가 벌어질 위험이 있다.

◆2027년 이후 시나리오


결국 2026년은 미국 자율주행의 분수령이다.

긍정적 시나리오에서는 2026~2027년 연방 입법이 통과돼 연방 우선권이 확립되고 면제 한도가 9만대로 확대된다. 2027년부터 레벨4 로보택시가 대규모로 배치되며 미국이 글로벌 자율주행 리더십을 유지하게 된다.

부정적 시나리오에서는 상원 필리버스터가 극복되지 못해 법안이 좌초하고 패치워크 규제가 지속된다. 주정부 소송까지 겹치면 미국 내 자율주행 시장은 기술 수용도가 높은 지역과 규제 중심 지역으로 나뉘어 장기간 분절된 양상을 띠게 된다.

어느 쪽이든 하나의 사실은 분명하다. 미국 자율주행 기업들은 이미 상당한 수준의 기술적ㆍ상업적 준비를 마친 상태다. 남은 것은 연방 정부와 주정부, 그리고 의회가 이 구조적 긴장을 얼마나 빨리 풀어내느냐다. 다음 편에서는 이 규제 전쟁의 한복판에서 독주 체제를 굳히고 있는 웨이모와, 그 뒤를 쫓는 조옥스ㆍ테슬라의 기업 경쟁을 살펴본다.


테슬라 모델Y 실내./사진: 테슬라 코리아 제공

■ 모빌리티 오디세이

세계는 그야말로 로보택시 전쟁터다. 〈대한경제〉가 창간 62주년을 맞아 국내 대표 자율주행 전문가인 차두원 퓨처링크 대표이사와 함께 글로벌 자율주행 시장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미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 독일, 영국, 두바이, 그리고 한국까지 — 7개국의 전략을 심층 해부하고, 한국이 ‘글로벌 자율주행 3대 강국’에 도달하기 위한 길을 모색한다.

차두원 퓨처링크 대표는 현대모비스, 현대차, 포티투닷,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등에서 자율주행 R&D와 정책 수립을 경험했다. 저서로 《잡킬러》, 《이동의 미래》, 《포스트 모빌리티》 등이 있다.

※본 기고는 퓨처링크의 공식 입장이 아닌 필자의 개인적 견해입니다. 본문에 포함된 원화는 관련 정책 발표 시점 환율로 환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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