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김수정 기자] 퇴직공제부금 일액 인상으로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기반은 마련됐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누락 없는 관리’가 핵심 과제로 지목된다. 특히 일부 현장에서 관행처럼 남아 있는 ‘쪼개기 계약’과 ‘근로일수 미신고’ 문제를 해소하지 못할 경우 인상 효과가 반감될 수 있어서다.
건설근로자 퇴직공제제도는 근로일수에 따라 공제부금을 적립하는 구조인 만큼 실제 투입된 인력과 근로일수가 정확히 신고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공제부금을 회피하는 편법이 자행된다. 공사 계약을 기준 이하로 쪼개 가입 대상에서 벗어나거나, 일부 근로자의 근로일수를 축소 신고하는 식이다.
일각에선 이번 공제부금 인상으로 편법이 성행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공제부금 전액을 사업자가 부담하는 구조이다 보니, 영세 사업장이나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서 관리의 사각지대가 오히려 넓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건설근로자 보호라는 제도의 취지를 달성하려면 단순한 공제부금 인상만이 아닌 현장 관리의 체계를 고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이를 위해서 단속 강화와 함께 시스템 연계 확대가 필수적인 부분으로 꼽힌다.
2024년 전자카드제가 전면 확대되면서 제도적 관리 시스템은 일단 만들어졌다. 근로자의 출퇴근 기록을 전산 처리해, 이를 퇴직공제 신고의 근거 자료로 활용하는 체계다. 그러나 현재 전자카드제는 퇴직공제 신고와 100% 연동한다고 보기 어렵다. 출퇴근 기록 시 자동 신고로 전환되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에서다. 사업주는 카드 기록과는 별개로 근로일수를 수정하거나 입력할 수 있다.
다만 100% 연동을 하려면 전자카드 사용률을 높여야 하는 과제도 존재한다. 건설근로자공제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약 5만1000개소의 현장에 전자카드제가 적용 중인데, 서울의 사용률만 해도 80% 중반대에 그친다. 지방은 이에 훨씬 못 미치며, 지역별 편차도 크다.
지방의 소규모 사업장까지 전자카드를 도입하려면 적잖은 비용이 수반되는 만큼, 이에 대한 지원 방안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이번 인상 조치가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지는 현장의 관리 수준에 달려 있다”면서 “공제부금 인상이 근로자 복지 향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얼마를 내느냐’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정확히 적립되느냐’를 관심 있게 살펴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수정 기자 crys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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