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주 4.5일제’ㆍ‘로봇 투입 저지’ 공세…방산ㆍ조선업계도 연쇄 긴장
노동생산성 OECD 최하위권인데 보상은 ‘역대급’…재계 “기업 존립 위태로운 수준”
[대한경제=이근우 기자] 올해 춘투(春鬪)는 ‘노란봉투법’이라는 법적 날개를 단 노동계가 사상 유례없는 고수위 요구안을 들고나오며 산업계를 사면초가로 몰아넣고 있다. 특히 국가 경제의 대들보인 반도체부터 미래 방위산업, 자동차·조선에 이르기까지 노조의 요구가 ‘기업의 지불 능력’과 ‘생산성’이라는 객관적 지표를 한참 벗어났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삼성전자 노조가 이례적인 강경 기조를 이어가는 표면적 배경은 역대급 실적이다. 올해 1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55% 급증한 57조2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노조의 요구는 이러한 실적조차 무색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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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그룹노조연대가 지난해 9월30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성과급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제공 |
노조는 연간 반도체 영업이익을 270조원으로 가정하고, 그 15%에 달하는 40조5000억원을 성과급 재원으로 마련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삼성전자가 주주 배당에 사용한 총재원의 4배에 달하는 규모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의 미래 투자 재원과 주주 이익을 완전히 무시한 채 전체 수익의 상당 부분을 노조가 독점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며 “사회적 공감대를 얻기 힘든 도를 넘은 요구”라고 지적했다.
국가 경제에 미칠 파장도 심각하다. 이달 초순(4월1~10일) 기준 반도체는 전체 수출의 34%를 차지하는 핵심 품목이다. 만약 노조의 예고대로 파업이 실행될 경우, 평택 사업장에서만 하루 최소 5조원에서 최대 9조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자동차와 조선업계에서는 임금 인상을 넘어 ‘근로 형태’와 ‘미래 기술 도입’을 놓고 갈등이 폭발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월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과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외에도 매주 금요일 4시간 근무(주 4.5일제) 도입을 요구할 예정이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피지컬 AI’ 로봇의 현장 투입을 둘러싼 충돌이다. 노조는 AI와 로봇 도입이 고용 축소로 이어진다며 노동조건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등 조선업계도 마찬가지다. 사측은 인력 부족 해소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미래 첨단 조선소(FOS)’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휴머노이드 로봇 도입을 서두르고 있으나, 노조는 이를 ‘고용 위협’으로 규정하고 전면전을 예고했다. 생산성 향상을 위한 기술 혁신이 노조의 반대에 막혀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로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을 맞은 방위산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노조는 이번 교섭에서 기본급 11.14% 인상(43만9700원)과 함께 타결금 및 격려금 명목으로 각 2000만원씩 총 4000만원의 일시금 지급을 요구했다. 이러한 강경 요구는 LIG 넥스원, 현대로템 등 다른 방산 업체로 번지고 있다.
임단협 때마다 반복되는 노조의 무리한 요구는 한국의 낮은 노동생산성 지표로 이어진다.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44.4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56.5달러를 크게 밑돌고 있다.
반면 1인당 연간 실근로시간은 2008년 2200시간대에서 2023년 1800시간대로 줄어들며 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감소 폭을 보였다. 일하는 시간은 급격히 줄고 생산성은 정체된 상황에서, 보상만큼은 세계 최고 수준을 요구하는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영계 관계자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전쟁 리스크 등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노조의 집단 이기주의적 요구는 기업의 존립 기반인 투자 역량을 훼손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근우 기자 gw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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