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안재민 기자] 연약지반과 지하수 유입 등 예측이 어려운 ‘지오 리스크(Geo Risk)’에 대해 해외 주요국은 사후 책임 공방보다 사전 계약을 통한 비용·공기 조정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연방조달규정(FAR)을 통해 ‘상이한 현장조건(Differing Site Conditions)’ 조항을 명문화하고 있다.
설계 단계에서 예상한 지반 조건과 실제 현장 여건이 다르거나, 통상적 예측 범위를 벗어난 조건이 발견될 경우 발주처가 계약금액과 공기를 조정하도록 규정한 것이다.
연방 공공공사뿐 아니라 각 주(州) 교통부 프로젝트에서도 유사 조항이 폭넓게 적용되고 있으며, 관련 판례를 통해 발주처 책임 원칙도 상당 부분 정착된 상태다.
영국은 표준 엔지니어링 계약 체계인 NEC(NEC Engineering and Construction Contract)를 중심으로 리스크를 관리한다.
예측이 어려운 지반 조건이나 설계 변경은 ‘보상 이벤트(Compensation Event)’로 분류돼 비용과 공기가 자동 조정되는 구조다. 동시에 ‘조기 경보(Early Warning)’ 제도를 통해 발주처와 시공사가 초기 단계부터 리스크를 공동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싱가포르 건설청(BCA)과 육상교통청(LTA)을 중심으로 지하철 사업의 지반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발주처가 사전 지반조사 데이터를 제공하고, 시공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조건이 발생할 경우 설계 변경과 비용 보전을 인정하는 방식이다. 특히 도심 대심도 터널 공사에서는 지반 조건에 따른 추가 비용을 계약상 리스크 분담 항목으로 명시하는 사례가 일반적이다.
네덜란드는 대표적인 연약지반 국가로, 국가 인프라청(Rijkswaterstaat) 주도의 DBFM(설계·시공·금융·운영) 계약 체계를 통해 리스크를 관리한다.
입찰 단계부터 리스크 프리미엄 반영을 허용하고, 일부 지반 리스크는 발주처가 부담하되 나머지 리스크는 민간이 맡는 구조다. 대신 충분한 예비비 반영을 인정해 리스크를 사전에 가격화하는 방식이 정착돼 있다.
해저터널과 저지대 인프라 사업 비중이 큰 만큼 ‘리스크의 사전 가격화’와 ‘책임 분담 명확화’가 핵심 원칙으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이들 국가가 공통적으로 예측 불가능한 리스크를 계약 단계에서 반영하고, 이에 따라 비용과 공기를 조정한다는 점에서 국내와 차이가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외는 책임 공방보다 리스크 분담 구조 설계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국내는 사후 판단과 귀책 논리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선배 박스도 보내드립니다
안재민 기자 jmahn@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