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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두원의 모빌리티 오디세이] 오토차이나 2026 리뷰①: 성능의 최전선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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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5-07 12:00:16   폰트크기 변경      
역대 최대 규모에도 감동은 줄었다…중국차 상향평준화의 역설

베이징 신국제전시센터 38만㎡. 2024년 대비 73% 넓어진 전시장에 1451대의 차량이 빼곡히 들어찼다. 세계 최초 공개 차량만 181대. 규모만 보면 단연 세계 최고 수준의 모터쇼였다.

그러나 전시장을 나설 때 남은 감정은 감탄만은 아니었다. 다양한 해외 전시를 참관해 온 필자조차 어디서부터 무엇을 봐야 할지 판단하기 어려운 스케일. 완성차 부스 옆에 배터리 업체, 반도체 기업, 인공지능(AI) 콕핏(cockpit, 운전석과 계기판이 통합된 차량 실내 공간) 공급사가 주제 구분 없이 뒤섞여 사전 학습 없이는 전시의 맥락을 읽기조차 쉽지 않았다.

더 본질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이제 대부분의 중국계 완성차 수준이 비슷한 지점까지 올라왔다. 특정 기업만의 차별성, 눈에 띄는 한 대가 줄어든 자리에 ‘상향평준화’라는 단어가 들어섰다.

흥미로운 건 키워드의 진화다. 필자가 오토차이나 2024를 다녀와 뽑았던 키워드는 사용자 경험(UX First), 혁신가의 모방 딜레마, 리버스 조인트벤처였다. 2년이 지난 지금 그 자리에는 AI 퍼스트 모빌리티, 중국 기술의 내재화, 생태계 주권 경쟁이 들어섰다. 그리고 이 셋을 관통하는 한 단어가 있다.

‘성능의 최전선 경쟁(Performance Frontier Race).’


오토차이나2026 전시장./사진: 필자 제공

◆초고속 충전ㆍ라이다ㆍ고성능 칩…표준이 된 사양들


성능의 최전선 경쟁은 단순한 저가 경쟁이 아니다. 전기차 충전 시간은 내연차 주유 시간과 비슷해지고, 전기차의 약점인 저온 성능을 극복하며, AI는 부가 기능이 아니라 차량 운영체계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경쟁의 기준이 ‘누가 더 좋은 차를 만드느냐’에서 ‘누가 더 빠른 충전과 더 강한 저온 대응력, 더 낮은 가격, 더 높은 지능화 수준을 하나의 표준으로 묶어 시장에 확산시키느냐’로 바뀐 것이다.

이 변화는 완성차 부스보다 배터리ㆍ전동화 전시에서 더 직접적으로 드러났다. 완성차 제조사가 ‘차종’을 보여줬다면, 배터리ㆍ전장 기업들은 ‘앞으로의 표준’을 보여준 것이다.

BYD가 대표적이다. 1000V 고전압 아키텍처에 1000A 전류, 1000㎾ 메가와트급 충전을 결합해 1초 충전 2㎞, 5분 충전 400㎞라는 압도적 지표를 제시했다. 전기차 경쟁이 주행거리뿐 아니라 충전 시간까지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CATL의 발표는 한층 더 선명했다. 3세대 셴싱(Shenxing)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는 10%에서 80%까지 3분44초, 10%에서 98%까지 6분27초, 영하 30도 환경에서 20%에서 98%까지 약 9분에 충전된다. 여기에 3세대 기린(Qilin), 기린 고밀도(Qilin Condensed), 2세대 프리보이 슈퍼 하이브리드(Freevoy Super Hybrid), 넥스트라(Naxtra) 나트륨이온 배터리까지 5종을 한꺼번에 공개했다. 단일 발표회에서 이 정도 포트폴리오를 동시에 풀어놓은 건 이례적이다. 배터리는 더 이상 부품이 아니라 브랜드 경쟁력과 시장 기준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이다.


양왕 U8 영하 30도 극한 환경 테스트 부스 ./사진: 필자 제공

니오는 다른 방향을 택했다. 빠른 충전이 아닌 교환이다. 4세대 배터리 스테이션은 배터리팩 23개를 수용하고 하루 최대 480회, 1회 2분24초의 교환 속도를 제시했다. 2026년 2월 기준 누적 교환 1억회를 돌파했다. 충전 속도가 표준이 됐다면, 니오는 교환 속도라는 또 다른 표준을 내건 셈이다.

라이다와 칩에서도 같은 흐름이 확인됐다. 화웨이의 896라인 라이다, 허사이의 4320채널 6D 풀컬러 라이다가 시선을 끌었지만, 더 의미 있는 변화는 가격 하락과 적용 범위 확장이었다. 한때 플래그십 전유물이던 고성능 라이다가 대중 세그먼트(가격대·차급별로 나눈 시장 구간)까지 내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BYD 시걸(Seagull)은 6만9800~8만5800위안(약 1490만~1830만원) 수준의 엔트리 해치백임에도 라이다 옵션을 달고 등장했다. 한 단계 위 돌핀(Dolphin)도 9만9800~12만9800위안(약 2120만~2760만원) 가격대에서 라이다 적용을 예고했다.

호라이즌 로보틱스의 5나노 통합 자동차용 칩 ‘스타리 6P(Starry 6P)’도 같은 메시지를 던졌다. 650 톱스(TOPS, 초당 1조회 연산) 성능으로 스마트 주행과 콕핏을 한 칩에서 처리하는 이 제품은 이미 BYDㆍ체리 등 14개 완성차 업체와 양산 협력 의향을 확보했다. 고성능 하드웨어가 빠르게 보급형까지 내려가는 흐름. 결국 성능의 최전선 경쟁은 ‘성능의 대중화 경쟁’으로 곧장 이어지고 있다.


니오의 배터리 스왑 스테이션./사진: 필자 제공

◆AI가 재정의하는 자동차

2024년 중국차의 화두가 사용자 경험이었다면, 2026년의 핵심은 더 이상 경험에 머물지 않는다. 자동차가 수려한 화면과 정교한 휴먼-머신 인터페이스(Human-Machine Interface, 사람과 기계가 정보를 주고받는 조작 환경)를 갖춘 제품이 아니라, AI를 중심으로 주행ㆍ콕핏ㆍ서비스ㆍ데이터가 하나의 체계로 통합되는 이동 플랫폼으로 재정의되고 있었다.

전시의 전면에 선 것도 중앙집중형 컴퓨팅, 대규모 언어모델(LLM), 에이전트형 AI(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해 스스로 행동을 계획ㆍ실행하는 AI), 레벨4 자율주행이었다. 개별 기능의 추가가 아니라 자동차 전체를 운영체계로 다시 설계하려는 흐름이다.


오토차이나 2026 전시관 내부./사진: 연합=AP

이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 기업은 화웨이다. 화웨이는 자동차를 단순 기계가 아닌 ‘AI 중심 이동 단말기’로 재구성하고 있었다. 협력 완성차 차량들의 주행 방식, 화면 구성, 음성 인터페이스, 서비스 연결은 개별 기능이 아니라 하나의 체계로 설계됐다. 그 기반에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하모니 기반 스마트 콕핏, 800V 실리콘카바이드(SiC, 기존 실리콘 대비 고전압ㆍ고효율 특성을 가진 차세대 반도체) 플랫폼, 배터리ㆍ섀시 통합 플랫폼이 깔려 있다. 단순한 부품 공급사가 아니라 차량 내부 경험 자체를 설계하는 사업자로 부상한 것이다.

샤오미는 다른 방식을 택했다. ‘사람-자동차-가정(Human×Car×Home)’ 통합이다. 자체 운영체제 하이퍼OS(HyperOS)를 기반으로 사람과 디바이스, 스마트홈, 자동차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는 구조다. 샤오미가 지난해 출시한 첫 전기 세단 SU7의 의미는 단순한 전기차 출시가 아니라 AI 어시스턴트 ‘샤오아이(Xiao AI)’를 중심으로 한 사용자 경험을 차량까지 확장한 데 있다. 샤오미는 완성차 제조사라기보다, 자동차를 자기 시스템에 편입시킨 생태계 사업자에 가깝다.

지위에(JiYue)는 도어핸들리스 설계와 음성 제어 중심 인터페이스로 AI를 보조 기능이 아닌 인터페이스 그 자체로 끌어올렸다. 지리가 ‘풀도메인AI 2.0(Full-Domain AI 2.0)’을 전면에 내세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오토차이나 2026 폭스바겐 부스./사진: 연합=AFP

폭스바겐의 선언은 상징적이었다. 폭스바겐그룹 최고경영자(CEO) 올리버 블루메는 2026년부터 중국 전자 아키텍처 기반 차량에 온보드(on-board, 차량에 직접 탑재되는) AI 에이전트를 적용하고, 글로벌 완성차 기업 최초로 중국 내 현지 개발 차량 포트폴리오에 에이전틱 AI를 대규모 배포하겠다고 밝혔다. 


외국계 완성차 제조사가 중국 현지 아키텍처 위에서 글로벌 최초 AI 에이전트 배포를 선언한 것. 중국이 AI 자동차의 기준을 선도하는 시장이 됐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결국 2026년의 사용자 경험은 더 이상 화면 구성이나 인터페이스의 문제가 아니다. 자동차를 누가 이해하고, 해석하고, 예측하고, 제어하는가가 핵심이 됐다. 경쟁은 소프트웨어를 넘어 센서ㆍ칩ㆍAI 에이전트 배포 범위로 확장되고 있다.

전시는 끝났지만 질문은 남는다. 누가 표준을 만들고, 누가 그 표준 위에서 뛰는가. 다음 편에서는 해외 완성차들이 중국 기술을 자기 차에 끌어들이는 ‘중국 기술의 내재화’ 현상, 그 위에서 자동차 산업 자체의 운영체계를 장악해가는 화웨이의 생태계 전략을 살펴본다.


■ 모빌리티 오디세이


세계는 그야말로 로보택시 전쟁터다. 〈대한경제〉가 창간 62주년을 맞아 국내 대표 자율주행 전문가인 차두원 퓨처링크 대표이사와 함께 글로벌 자율주행 시장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미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 독일, 영국, 두바이, 그리고 한국까지 — 7개국의 전략을 심층 해부하고, 한국이 ‘글로벌 자율주행 3대 강국’에 도달하기 위한 길을 모색한다.

차두원 퓨처링크 대표는 현대모비스, 현대차, 포티투닷,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등에서 자율주행 R&D와 정책 수립을 경험했다. 저서로 《잡킬러》, 《이동의 미래》, 《포스트 모빌리티》 등이 있다.

※본 기고는 퓨처링크의 공식 입장이 아닌 필자의 개인적 견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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