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완성차들 중국 기술 흡수전
자율주행은 수익화 경쟁 단계로
‘전시장 안의 전시장’ 꾸린 화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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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차이나 2026은 단순한 신차 전시장이 아니었다. ‘무엇이 새로운가’ 대신 ‘무엇이 표준인가’를 보여준 자리였다. 혁신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 혁신들이 너무 빠르게 보편화됐기 때문이다.
콧대 높던 해외 완성차들은 중국의 배터리ㆍ인공지능(AI)ㆍ전자 아키텍처를 자사 차량의 핵심 부품으로 들이기 시작했고, 화웨이는 자동차 부품부터 유통ㆍ플랫폼ㆍ서비스까지 산업 전반을 손에 쥐며 아예 새로운 판을 짜려 한다. 자율주행은 이미 기술 실증을 넘어 수익성을 따지는 단계다.
상편이 ‘표준이 된 사양들’을 짚었다면, 이번 편은 ‘누가 표준을 운영할 것인가’의 이야기다. 전시장을 몇 바퀴 더 도는 동안 분명해진 사실 하나, 중국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은 개별 완성차 브랜드에서 기술 스택과 생태계를 쥔 사업자들로 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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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토차이나 2026 전시장 내 화웨이 부스./사진: AFP=연합 |
◆폭스바겐부터 현대차까지, 중국 기술을 핵심으로
오토차이나 2024의 키워드 가운데 하나는 ‘리버스 조인트벤처(Reverse Joint Venture)’였다. 중국이 해외 완성차를 받아들이고자 합작사를 세웠던 과거와 달리, 거꾸로 해외 완성차가 중국의 기술을 받아들이려 협력 구조를 짜기 시작한 것이다.
립모터(Leapmotor)와 스텔란티스의 협력이 대표적이다. 셀투섀시(Cell-to-Chassis, 배터리셀을 모듈ㆍ팩 단계 없이 차체 구조에 직접 결합해 무게와 부피를 줄이는 기술)를 보유한 중국 스타트업의 기술을 전통의 서구 완성차가 역수입하는 방식이었다. 스텔란티스에 올라탄 립모터 기술은 2025년 약 60만대 판매에 이어 2026년 1분기 11만대 이상을 기록한 양산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오토차이나 2026에서도 새로운 협력 방식이 눈길을 끌었다. 코어 기술 자체를 수용하려는 ‘중국 기술의 내재화(Inbound Tech Sourcing)’다. 지분 투자나 단순 판매 제휴는 이미 철 지난 이야기다. 해외 완성차들은 중국의 배터리, 전기전자 아키텍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AI 콕핏,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자사 차량의 핵심 기술 스택(자동차에 들어가는 하드웨어ㆍ소프트웨어를 한 묶음으로 보는 기술 구성)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인 차이나, 포 차이나, 투 글로벌(In China, For China, To Global)’이라는 전략을 발표한 현대차가 명확한 사례다. 처음 공개한 중국 전용 아이오닉 V는 모멘타(Momenta, 중국 자율주행 스타트업) 기반 ADAS, CATL 배터리, 스냅드래곤 8295 칩 기반의 LLM 스마트 AI 어시스턴트를 얹었다. 향후 5년간 20종의 신차 출시를 예고하고, 베이징현대를 중국 역량 위에서 다시 설계하겠다는 입장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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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토차이나 2026 기간 현대차 미디어 행사에서 최초 공개된 아이오닉 V./사진: 연합 |
폭스바겐은 아예 중국 현지에서 개발한 전자 아키텍처(CEAㆍChina Electronic Architecture)가 기반인 ‘ID. 아우라 T6’를 소개했고, 아우디 E7X는 상하이자동차(SAIC)와 공동 개발한 플랫폼 위에서 레벨3 고도 자동화 주행을 표방했다.
더 흥미로운 건 샤오펑이 자사 차세대 지능형 주행 시스템 ‘VLA(비전-언어-행동) 2.0’의 중국 시장 첫 고객으로 폭스바겐을 지목했다는 점이다. AI 주행 모델이 한 제조사 안에 갇히지 않고 공급 체계를 통해 여러 브랜드로 확산되는 구조. 그 출발점에 폭스바겐이 섰다.
배경은 분명하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중국 내 입지가 좁아지고 있어서다. 판매량도 5년 전 대비 20% 이상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기술 수용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화웨이라는 포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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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웨이 생태계 이미지./표: China's Overlapping Tech-Industrial Ecosystems, Kyle Chan, 2025. 1. 22. |
이번 전시에서 화웨이의 위용은 압도적이었다. 화웨이가 주도하는 자동차 연합체 HIMA(Harmony Intelligent Mobility Alliance)의 메인 부스만 4400㎡에 달했고, 아이토ㆍ럭시드ㆍ스텔라토ㆍ마에스트로ㆍ상지에 등 협력 브랜드 차량 20여대를 한 자리에 모았다. 여기에 핵심 솔루션관, 디지털 파워관, 아이토 전용관까지 따로 두고 부스 4개 이상을 동시에 운영했다. 사실상 ‘전시장 안의 전시장’을 따로 차린 화웨이였다.
중국 생태계 주권 경쟁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자신감 덕분이다. 화웨이는 부품부터 유통, 서비스까지 자동차 산업의 모든 단계에서 빠짐없이 존재한다. 맡은 역할은 크게 네 가지로 볼 수 있는데, 우선 라이다ㆍ칩ㆍ전동화 모듈 같은 핵심 부품을 만들어 판다. 그 위에 차량용 운영체제부터 통신, 데이터 처리까지 한 번에 묶은 풀스택(full-stack,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모두 직접 다루는 방식) 플랫폼을 얹는다.
기왕 플랫폼을 만들었으니 아이토(AITO)-세레스, 럭시드-체리, 스텔라토-베이징자동차, 마에스트로-장화이자동차, 상지에-SAIC처럼 완성차 업체와 손잡고 새 브랜드를 만든다. 여기에 앱과 매장, 시승, 충전망까지 직접 운영해 소비자와도 마주한다. 자동차 산업의 운영체계 자체를 설계하는 포식자가 화웨이다.
판매 실적도 상당하다. 2026년 4월 기준 HIMA의 누적 인도량은 135만대를 넘겼다. 1분기 인도량 11만27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41.9% 증가했고, 연말까지 판매 거점 2459개ㆍ충전건 200만기 연계를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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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토차이나 2026 전시장 내 화웨이 부스./사진: AFP=연합 |
◆자율주행, 기술 실증에서 수익화 단계로
자율주행은 이번 전시에서 별도 섹션이 없었다. 대신 완성차 부스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중국에서 자율주행은 더 이상 신기한 미래 기술이 아니라, 완성차 경쟁력을 좌우하는 ‘옵션’ 중 하나일 뿐이다.
자율주행의 무게중심도 단순 기술력에서 비용 효율과 대량 배포 역량으로 옮겨졌다. 포니AI의 메시지를 보자. 제임스 펑 최고경영자(CEO)는 2027년 로보택시 총비용을 23만 위안(약 4900만원) 이하로 끌어내리겠다고 밝혔다. 중국 내수 테슬라 모델3 시작가보다 낮은 수준이다. ‘유닛 이코노미(Unit Economy, 차량 1대당 수익성)’ 경쟁의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신호다. 포니AI는 CATL과 손잡고 레벨4 자율주행 경상용 트럭도 함께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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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토차이나 2026 전시물./사진: AP=연합 |
위라이드는 레노버와 2026년부터 5년 내 글로벌 20만대 공동 배포를 선언했다. 신형 컴퓨팅 플랫폼 3.0은 자율주행 시스템 비용을 50%, 차량 생애주기 총소유비용(TCO, 차량 구매부터 폐차까지 들어가는 전체 비용)을 84% 절감한다는 설명이 따라붙었다.
지리는 호출 플랫폼 카오카오 모빌리티와 함께 중국 최초의 로보택시 전용 프로토타입(시제품) ‘에바캡(Eva Cab)’을 내놨다. 1960억개 파라미터(AI 모델의 학습 변수)의 LLM과 1400 톱스(TOPS, 초당 1조회 연산) 설루션을 얹었고, 차내 스티어링휠은 사라졌다. 월드액션모델(World Action Model)이라는 새 구조도 얹었다. 멀리 내다보는 주행 계획과 눈앞 상황에 즉각 반응하는 판단을 따로 굴리지 않고 서로 맞물려 돌아가도록 한 방식이다.
◆신차 대신 표준을 보다
중국 전기차가 빠르게 성장한 건 자동차 회사들이 잘해서만은 아니다. 배터리, 스마트폰, 반도체, 통신, 산업 자동화 같은 주변 산업이 맞물려 함께 자라온 덕이다. 산업끼리 서로 끌어주고 끌려가는 구조다. 그 사이 빠른 충전, 추위에 강한 배터리, 낮은 가격, 똑똑한 운전 보조 같은 사양은 어느새 ‘있으면 좋은 것’이 아니라 ‘없으면 안 되는 기본기’가 됐다. 화웨이는 바로 이 모든 산업의 힘을 자동차 한 대 안에 끌어모으는 자리에 올라섰다.
이제 중국 자동차 산업의 경쟁은 잘 팔리는 차 한 대를 내놓는 단계가 아니다. 새로운 표준을 누가 더 빨리 보급형 차까지 확산하고, 보다 넓은 협력 생태계 위에서 퍼뜨리느냐. 오토차이나 2026이 남긴 진짜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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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토차이나 2026 전시장에서 관람객으로 북적이는 CATL 부스./사진: AFP=연합 |
■ 모빌리티 오디세이
세계는 그야말로 로보택시 전쟁터다. 〈대한경제〉가 창간 62주년을 맞아 국내 대표 자율주행 전문가인 차두원 퓨처링크 대표이사와 함께 글로벌 자율주행 시장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미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 독일, 영국, 두바이, 그리고 한국까지 — 7개국의 전략을 심층 해부하고, 한국이 ‘글로벌 자율주행 3대 강국’에 도달하기 위한 길을 모색한다.
차두원 퓨처링크 대표는 현대모비스, 현대차, 포티투닷,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등에서 자율주행 R&D와 정책 수립을 경험했다. 저서로 《잡킬러》, 《이동의 미래》, 《포스트 모빌리티》 등이 있다.
※본 기고는 퓨처링크의 공식 입장이 아닌 필자의 개인적 견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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