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영 근간 흔들 수 있는
원청 사용자성 인정 여부 판단
'재판장급 파워' 이야기도 나와
지노위별 사건 수십개씩 달해
검토위한 물리적 시간 태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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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한슬애 기자 |
[대한경제=신보훈 기자]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 공익위원들의 위상이 최근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시행으로 기업 경영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 여부를 판단하게 되면서다. 기업 인사노무 담당자들 사이에선 “지노위 공익위원의 영향력이 재판장급으로 커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17일 노동계에 따르면 통상 지노위의 심판회의는 근로자위원 1명, 사용자위원 1명, 공익위원 3명 등 총 5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대립 관계인 근로자 및 사용자위원을 제외하면, 사실상 3명의 공익위원이 심판회의 결정권을 쥐고 있다. 공익위원 3명 중 2명만 동의하면 안건이 가결되는 구조인 셈이다.
과거 지노위의 판단은 노동자의 부당해고 구제나 정직·감봉 처분의 적절성 등 개별 사안에 한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기업 입장에서는 사건이 인용되더라도 해당 직원에 대한 보상이나 복직을 조치하면 돼 리스크의 범위가 비교적 작았다.
이러한 분위기는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180도 달라졌다. 하청 노조가 원청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교섭 요구나 교섭단위 분리신청 사건은 회사 경영 전반과 노사 관계 지형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지노위가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할 경우 원청 실수요자는 하청 노조와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하고, 교섭 결렬에 따른 파업을 막을 법적 수단이 없어진다. 하청 노조의 파업은 일상적인 기업 경영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현행법에 의하면 지노위의 판단에 불복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거나, 소송을 통해 법원의 판단을 받아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법원의 확정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지노위의 판단은 법적 효과가 그대로 유지된다. 수년간 소송이 이어지는 동안 원청은 하청 노조의 교섭에 응해야 하고, 이를 거부할 경우 부당노동행위로 처벌받을 수 있다. 심판회의를 좌우하는 지노위 공익위원의 영향력이 ‘판사급’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반면 공익위원들의 전문성과 물리적 검토 기간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동시에 제기된다. 노란봉투법으로 커진 영향력에 비해 지노위 위원 구성 및 사건 배정 시스템 등은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지노위 공익위원은 산업별 특성이나 사안의 복잡성과 관계없이 주로 변호사나 법학과 교수로 채워진다. 급변하는 산업 생태계와 중층적 고용 구조를 심도 깊게 이해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여기에 노동법 사건의 경우 시정신청이 접수된 후 최대 20일 이내에 결론을 내려야 하는 규정도 걸림돌이다. 기업 경영의 막대한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는 대형 사안을 3주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검토해 판단을 내야 하는 구조다. 노란봉투법 시행 후 지노위별로 사건이 수십 개씩 몰리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검토를 하기에는 물리적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와 관련, 한 노무법인 관계자는 “지노위 사건 결과에 따른 기업 경영의 파급효과가 크고 이를 결정하는 공익위원의 권한은 커질 대로 커졌는데, 위원 구성 및 사건 배정 절차는 아직도 과거에 머물러 있다”며 “해외에서도 유례없는 법을 서둘러 시행하는 과정에서 심판 시스템에 대한 정교한 설계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신보훈 기자 b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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