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지노위, 중흥건설 관련 결정서 입수
“원청의 실질ㆍ구체적 지배ㆍ결정 소명 불충분”
[대한경제=신보훈 기자] 건설사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현장에서 취해야 하는 안전조치는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상 하청 노조에 대한 사용자성 인정 요인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방노동위원회의 판단 취지가 공개됐다. 도급인으로서의 법적 의무 이행과 실질적인 근로조건 지배·결정력은 분리해야 한다는 명확한 근거가 제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18일 대한경제가 입수한 전남지노위의 ‘중흥건설 교섭요구 사실 공고에 대한 시정 신청 결정서’에 따르면 원청 건설사가 노동자의 안전조치를 시행한다고 해서 하청 노동자들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명시했다.
한국타워크레인조종사 노조는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중흥건설이 현장에서 작업 전 안전점검회의(TBM) 및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타워크레인 점검표를 결재하며, 악천후 시 작업 지속 여부를 통제하는 등 산업안전 분야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대해 전남지노위는 지난달 10일 노조의 시정신청을 기각했고, 그 근거를 결정서에 기재했다. 전남지노위는 “원청 건설사의 안전 조치가 산안법상 의무 이행을 넘어, 조종사의 안전 관련 근로조건을 구체적으로 지배ㆍ결정하는 수준에 이른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원청이 행한 안전 관리 행위들은 도급인으로서 부담하는 법률상 의무를 이행한 성격이다. 그런 사정이 곧바로 사용자로서의 지위를 인정하는 근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전남지노위는 타워크레인 조종사의 업무 특수성과 고용 구조도 핵심 기각 사유로 판단했다. 타워크레인은 원청이 소유하지 않고 임대업체를 통해 조달하며, 도급 단가가 임대회사의 수익에 영향을 줄 수는 있으나 이는 시장 내 계약 당사자 간의 가격 형성 문제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전남지노위는 “조종사는 고도의 전문적 판단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며 실질적 결정권을 직접 갖고 있다”면서 “원청의 지휘 아래 상시 편입돼 근무하는 통상적인 하청 근로자와는 작업 편입 구조가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짚었다.
또한 전남지노위는 “(타워크레인) 노조와 한국타워크레인협동조합 간 체결한 단체협약이 조종사의 최저임금 기준, 가동시간, 추가임대료 산정 방식 등을 규율하고 있다”며 “임금의 결정ㆍ지급 주체가 임대회사임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고 규정했다.
노조가 주장한 건설 현장에 대한 토지 권한에 대해서도 사용자성 인정 근거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청이 현장 내 구조물 설치에 관여한다고 해서, 이것이 조종사 휴게시설이라는 근로조건을 결정할 지위에 있는 건 아니라는 결정이었다. 또한 조종사들이 운전석 내에서 관행적으로 휴게와 식사를 하는 것 역시 묵시적 합의와 편의에 따른 관행으로 해석했다.
이번 전남지노위의 판정문 내용은 향후 건설업계 노사관계에 대한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 건설업계 관계자는 “산안법은 원청과 노조를 동등한 관계에서 서로 협조하는 관계로 보는 반면, 노란봉투법은 상하관계가 명확히 입증돼야 한다”며 “원청이 산안법상 법적 의무를 수행했다고 해서 실질적 지배관리 관계로 연결할 수는 없다는 해석이 제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보훈 기자 b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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