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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그룹, 스타벅스 ‘5.18 탱크데이’ 고의성 못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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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5-26 10:45:03   폰트크기 변경      
"경찰 조사서 밝혀지면 민형사상 책임 물을 것"

해당 직원 3명 휴대폰 제출 거부에 조사 한계

4단계 결재 전 과정 ‘필터링’ 작동 안 해…검증 체계 부실 자인

선불충전금 환불 위한 규정 마련 공정위와 협조 중

정용진 회장 가능한 시점에 직접 광주 방문 시사


신세계그룹이 26일 스타벅스코리아의 5.18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과 관련해 자체 진상조사 결과를 설명했다. (왼쪽부터) 이규봉 경영지원총괄 전무, 전상진 경영총괄부사장, 김수완 대외협력본부장 부사장, 양종환 감사팀장 상무. /사진: 문수아기자 

[대한경제=문수아 기자] 신세계그룹이 스타벅스 코리아의 ‘5.18 탱크데이’ 마케팅 사태를 자체 조사만으로는 매듭짓지 못하고 경찰 수사에 공을 넘겼다. 고의성을 입증할 증거를 끝내 확보하지 못한 데다, 핵심 관련자 일부가 휴대폰 제출을 거부하면서 회사 차원의 진상 규명이 한계에 부딪힌 결과다.

신세계그룹은 26일 정용진 회장의 대국민 사과에 이어 진상조사 결과 발표 자리를 갖고 사건 경위와 재발방지 대책을 설명했다. 이규봉 경영지원총괄 전무, 전상진 경영총괄부사장, 김수완 대외협력본부장 부사장, 양종환 감사팀장 상무가 자리했고, 브리핑은 전상진 부사장이 맡았다.

▲마케팅 직원 5명 중 3명 핸드폰 제출 거부… 회사 내부 조사 한계
조사의 핵심은 고의성 규명이었다. 신세계그룹은 사건 직후인 19일부터 일주일간 마케팅을 진행한 스타벅스 코리아 임직원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내부 조사에 착수했다. 해당 직원과 경영진이 특정 목적을 갖고 마케팅을 기획했는지가 최대 쟁점이었고, 아무런 제동 장치 없이 사안이 실행된 승인 과정도 함께 들여다봤다.

결론은 ‘판단 불가’였다. 전 부사장은 “현재까지 조사 결과 해당 직원들과 임원진이 고의성을 가지고 마케팅을 기획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명확한 근거는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회사가 확보할 수 있는 증거 자체가 제한적이라는 이유를 댔다. 이번 마케팅은 이(e)커머스팀이 제안해 팀장ㆍ담당ㆍ본부장ㆍ대표이사 보고 라인을 거쳐 확정됐다. 전체 조사 대상은 임원진 5명, 실무진 5명, 결재 합의 라인 5명 등 15명으로 사내 메일·업무용 노트북·메신저를 디지털 기반으로 조사하고 10명 이상을 면담했다.

그러나 행사를 기획한 직원 5명 중 3명이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휴대폰 제출을 거부하면서 사적 영역의 사전 모의 여부는 끝내 확인하지 못했다. 무관함을 입증하겠다며 휴대폰을 낸 2명에게서도 사전 모의 정황은 나오지 않았다. 사내 메신저 대화가 회사 서버에 일주일만 저장되는 탓에 최초 기획 단계의 대화 역시 복원이 불가능했다. 직원들은 “기존 텀블러 홍보 문구와 라임을 맞췄다”, “AI에 물어봤다”, “5.18은 생각조차 못했다”며 고의성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그룹은 자체 조사의 한계를 수용하고 경찰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방침이다. 경찰 조사에서 5ㆍ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하려는 고의성과 사전모의 여부가 입증되면 즉시 해고하고 민ㆍ형사상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현재는 마케팅에 관여한 5명 전원을 직무에서 배제하고 대표와 담당 임원을 해임한 상태다.

▲2주에 한 번씩 마케팅 프로모션… 매출 압박에 기존 사전 검수 기능 유명무실
신세계그룹은 검증ㆍ리스크 관리 체계의 부실을 인정했다. 매출 압박 탓에 과도한 마케팅 프로모션을 운영하면서 기존에 갖춰져있던 시스템 조차 작동하지 못한 것이다. 논란이 된 마케팅 역시 당초 2026년 썸머 프리퀀시와 연계할 계획이었지만, 지난해 가습기 리콜 이슈로 행사가 연기되면서 5월 이커머스 매출 급감이 예상됐다. 이에 텀블러군 매출 중 20% 이상 비중을 차지하는 탱크, 단체, 나수 3대 텀블러를 활용하기로 급작스럽게 기획이 바뀌었다.

마케팅 진행 과정에서 4단계 결재를 거쳤지만 누구도 “5.18에 탱크데이는 부적절하다”고 제동을 걸지 않았다. 행사 합의자 7명 중 일부는 디자인 시안이 담긴 메일 첨부 파일조차 열지 않고 관행적으로 승인한 사실이 회사 조사 결과 밝혀졌다. 과거 가동되던 법무팀 검증 절차도 마케팅의 즉시성을 이유로 생략됐다. 매출 위주로 격주 단위 행사를 쏟아내는 과정에서 △예산 △CSR △법무 등 합의 부서가 통째로 배제된 것이다.

전 부사장은 “최초 기획자가 실수나 잘못된 생각으로 행사를 기획했더라도 결재가 올라가는 과정에서 검수 기능이 살아 있었다면 이런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시스템 개선을 후속 과제로 제시했다.

▲“온라인 각종 의혹은 사실 아냐”… 선불충전금 환불도 조치 마련 중
온라인에서 확산한 일부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탱크 텀블러 명칭이 계엄군의 탱크를, 503㎖ 용량이 특정인의 수인번호를 상징한다는 의혹에 대해 신세계그룹은 “명칭은 물탱크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해외 제조사의 공식 입장을 확인했고, 503㎖는 17온스를 환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해당 제품은 2023년부터 호주ㆍ태국 등에서 동일 용량으로 판매됐고, 일본ㆍ슬로바키아 등도 17온스를 503㎖로 표기한다는게 신세계그룹 측의 설명이다.

미니탱크 텀블러 출시일(4월 16일)이 세월호 참사일을 겨냥했다는 의혹도 사실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스타벅스 코리아가 4월 21일을 제안했으나 행사 업체가 브랜드데이 일정에 맞춰 4월 16일로 확정 통보하면서 날짜가 결정됐다. 세트 할인율 21%가 집단 발포일(5월 21일)을 상징한다는 의혹 역시 미니탱크 텀블러 가격을 2만5000원에서 1만2500원으로 내리면서 세트가격이 6만원에서 4만7500원으로 조정돼 산출된 수치라고 밝혔다.

불매 움직임과 맞물려 또 다른 쟁점으로 떠오른 선불충전금 환불 문제에 대해서는 개선 작업이 진행 중이다. 그룹은 환불ㆍ멤버십 탈퇴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공정거래위원회의 신유형 상품권 표준약관상 일정액을 사용해야 환불이 가능한 규정을 들어 관련 부처와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장에서 환불하는데 필요한 시스템 조정도 함께 추진 중이다.

미국 글로벌 본사도 사태의 엄중함을 인지하고 조사 상황을 공유 받고 있으며, 내부 통제 절차 개선안을 수일 내 협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콜옵션 행사 여부에 대해서는 “귀책사유에 따른 의무 불이행 시 행사할 수 있다고 계약서에 명시돼 있으나 현재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그룹 판단”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 회장이 직접 광주를 방문해 사과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전 부사장은 “현재는 진상 규명이 우선”이라면서도 “적정 시점에 광주 현장 방문 등 공개적 의사 표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이 직접 나와 사과를 하는 등 그룹 차원의 진화 시도에도 논란은 쉽게 잦아들지 않는 분위기다. 특히, 정 회장이 사과문에서 “지금은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앞으로 나아가려는 노력이 더 필요한 시기”라며 “각자 생각은 다를 수 있지만,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고 더 나은 세상을 미래 세대에게 남겨주고 싶다는 마음만큼은 우리 모두 같다고 믿는다”고 한 대목이 도마에 올랐다. ‘5·18 탱크데이’ 논란을 ‘생각이 다른 영역’으로 치부하는 것이냐는 지적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이어졌다.


문수아 기자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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