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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노머스 크로니클] 라이드플럭스① : 제주에서 출발한 자율주행, 최초를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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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6-30 05:00:18   폰트크기 변경      

로봇에 빠졌던 공학도, ‘운전 대신하는 AI’ 만들어
무인 시험운행ㆍ자율주행트럭 유상운송 ‘국내 1호’
제주 5㎞ 무료셔틀서 출발…올 코스닥 상장 도전


박중희 라이드플럭스 대표가 <대한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사진: 라이드플럭스 제공

[대한경제=강주현 기자] 


도둑을 잡으려는 로봇이 뒤만 쫓으면 번번이 놓친다. 도둑의 경로를 미리 읽어 길목에 숨어 있어야 잡을 기회를 노릴 수 있다. 십수 년 전 한 공학도가 매달린 이 연구의 핵심은 ‘예측’이다. 상대의 다음 움직임을 미리 짚고 길목을 차지하는 것. 그 공학도는 훗날 자율주행 회사를 세웠고, 이곳이 만든 차들은 도로 위에서 주변 차량과 보행자의 행동을 예측하며 달린다. 박중희 라이드플럭스 대표 이야기다.

박 대표는 지난 23일 <대한경제>와 만나 라이드플럭스를 “운전을 대신하는 인공지능(AI)을 개발하는 회사”라고 소개했다. 사명에도 이런 의미가 담겼다. 이동수단을 뜻하는 ‘라이드(Ride)’에, 공학에서 흐름ㆍ속도를 가리키는 ‘플럭스(Flux)’를 붙였다. 그는 “창업 때부터 로보택시를 염두에 두고, 이동이 더 원활하고 자유로워졌으면 하는 바람에 이런 이름을 지었다”고 부연했다.

원래 그의 관심사는 자율주행차가 아닌 로봇이었다. 서울대 전기컴퓨터공학 석사 시절 들어간 연구실에선 ‘바퀴 달린 로봇이 어떻게 똑똑하게 움직일까’를 다뤘고, 도둑 잡는 로봇을 연구한 것도 이 무렵이다. 이 연구를 계기로 그는 매사추세츠공대(MIT) 기계공학 박사 과정에 진학했다. 지도교수는 칼 이아그넴마. 자율주행 스타트업 누토노미를 창업하고, 현대차그룹과 앱티브의 합작사 모셔널 대표를 지낸 이 분야의 개척자다. 로봇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자율주행으로 이어졌다.

박사를 마친 뒤 그는 LG전자에서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개발을 맡았다. 차선유지부터 끼어들기 대응, 신호 인식 등 운전을 돕는 기능을 하나씩 더해가면 언젠가 자율주행이 되리라는 믿음이었다. 그러나 직접 개발에 뛰어들수록 생각이 달라졌다. 이런 식의 개발은 “걷기와 뛰기를 열심히 연습하면 언젠가 우주까지 뛸 수 있다는 것”과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시험주행 중인 라이드플럭스 자율주행차./사진: 라이드플럭스 제공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더 미룰 이유가 없었다. 제대로 된 자율주행을 만들려면 처음부터 새로 시작하는 수밖에. 해외에서는 이미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직접 로보택시 서비스에 나선 터였다. “이대로면 한국의 자율주행 기술력이 크게 뒤처질 수 있겠다”는 위기감이 그를 떠밀었다. 그렇게 2018년 라이드플럭스가 출발했다.

마침 든든한 우군도 얻었다. 자율주행을 ‘서비스’로 본 박 대표는 카셰어링과의 연계를 구상했는데, 쏘카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자율주행이 서비스가 되리라는 데 서로 생각이 맞았다. 이렇게 성사된 30억원의 시드 투자가 라이드플럭스의 첫 밑천이 됐다.

창업 직후 그는 1년에 걸쳐 초기 멤버 10명을 모았다. 자금에 여유가 있었는데도 채용은 신중했다. 초기 멤버가 회사 문화를 좌우한다는 믿음에서다. 먼저 찾아온 사람도 결이 맞지 않으면 돌려보냈고, 꼭 필요하다 싶은 인재는 몇 번이고 찾아가 설득했다.


그렇게 모인 이들은 모두 제주로 내려갔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먼저 시험 환경이다. 해안ㆍ산악ㆍ도심ㆍ고속화도로가 모두 1시간 거리 안에 있고, 회전교차로와 비신호 교차로도 많다. 눈ㆍ비ㆍ안개 같은 날씨도 고도에 따라 빠르게 바뀐다. 다양한 도로 환경을 짧은 거리에서 압축적으로 시험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다른 하나는 상용화 가능성이다. 제주를 찾는 사람 대부분은 이동수단이 필요하지만 차를 가져오긴 어려워 렌터카를 쓴다. 박 대표는 이런 특성이 자율주행차 비율을 빠르게 끌어올리기에 유리하다고 봤다.


낯선 곳에서 함께 부대끼며 조직 문화에도 공들였다. 직책 대신 서로 이름 뒤에 ‘님’을 붙여 부르는 것도 이때부터 자리 잡았다. 대표인 그 역시 ‘중희 님’으로 통한다. 자유롭게 말하되 맡은 일엔 책임지고, 특히 안전 문제는 누구나 즉시 제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중시했다. 이렇게 다진 문화 덕분인지 퇴사율이 낮고, 목표를 향한 구성원들의 결속도 단단하다.


처음엔 센서 같은 부품까지 직접 구해 차에 달아야 했다. 그렇게 만든 첫 차로 2019년 자율주행 운행 허가를 받아 도로에 나섰다. 2020년 5월, 라이드플럭스는 제주공항과 쏘카스테이션을 잇는 약 5㎞ 구간에서 첫 서비스를 시작했다. 요금은 받지 않았고, 누구나 호출해 탈 수 있었다. 정부 지원도 없었다. 박 대표는 “자율주행도 서비스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라이드플럭스는 제주에서 로보버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사진: 라이드플럭스 제공

이듬해 운행 구간은 제주공항~중문 왕복 80㎞로 늘었다. 흥미로운 건 승객들의 반응이었다. 처음 10분쯤은 핸들이 저절로 돌아가는 모습을 신기한 듯 살피다, 어느새 무인 차량에 몸을 맡긴 채 스르르 잠들곤 했다. 박 대표는 이를 여느 기술 지표보다 선명한 신호로 해석했다. 잠들 만큼 편하다는 건, 그만큼 차를 믿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라이드플럭스는 창업 초기부터 ‘모듈러-AI’라는 독자 구조를 설계했다. 인지와 판단을 여러 AI 모듈로 짜되, 기존 규칙 기반 방식보다 AI 활용도를 높인 방식이다. 차가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 추적할 수 있는 ‘설명 가능성’을 확보한 게 특징이다. 최근에는 인지부터 제어까지 AI가 통합 처리하는 ‘E2E(엔드투엔드)’ 기술을 선택적으로 결합했다. E2E는 복잡한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지만 이따금 엉뚱한 판단을 내리기도 한다. 그래서 검증된 기존 방식을 함께 돌려, 두 판단이 엇갈리면 더 안전한 쪽을 택한다.

차가 주변을 인지ㆍ판단ㆍ제어하는 핵심 기술뿐 아니라, 운전석을 비우는 데 필요한 정밀지도와 데이터 설루션, 원격관제까지 모두 자체 기술로 확보한 점도 강점이다. 무인 운행은 차 한 대만 똑똑하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도로를 ㎝ 단위로 담은 정밀지도가 받쳐주고, 돌발 상황에 대비해 차량을 멀리서 살피고 제어하는 관제망도 함께 돌아가야 한다. 게다가 같은 소프트웨어를 택시ㆍ버스ㆍ트럭에 두루 얹어, 여러 차량의 주행 데이터를 한데 모아 성능을 끌어올리는 선순환 구조다.

이런 기술적 토대 위에서 라이드플럭스는 ‘최초이자 유일’ 타이틀을 여럿 거머쥐었다. 국내에서 처음이자 유일하게 운전석을 비운 무인 시험운행 허가, 또 자율주행트럭의 유상 화물운송 허가를 받았다. 그리고 올해,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에 도전한다. 첫 단추인 기술성평가는 이미 통과했다.


(2편에서 계속)


라이드플럭스 임직원들이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 라이드플럭스 제공


■ 오토노머스 크로니클 (Autonomous Chronicle)

자율주행은 지금 어디까지 왔나. 기술 패권 경쟁과 규제, 그리고 산업 지형의 변화를 좇고 그 이면을 들춘다. 화려한 발표 뒤에 가려진 현장의 속사정과 성공ㆍ시행착오의 순간들을 들여다본다.




강주현 기자 kangju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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