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형 대신 본질 집중해 국내 첫 무인주행
누적 882억원 들여 세계 최소 자본 무인화
트럭ㆍ로보택시ㆍ레벨2+로 코스닥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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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중희 대표(가운데)와 라이드플럭스 임직원들이 무인 자율주행차의 첫 도로 주행을 관제 화면으로 지켜보고 있다./사진: 라이드플럭스 제공 |
[대한경제=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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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라이드플럭스 전 직원은 일을 멈추고 관제 화면 앞에 모였다. 화면 속 차는 운전석을 비운 채, 서울 상암 일대 일반도로를 시속 50㎞로 거침없이 달렸다. 신호를 지키고, 끼어드는 차를 피하고, 길 건너는 사람을 기다리는 일도 거뜬히 해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들의 얼굴엔 말 대신 감정이 스쳤다. 6년을 좇아온 장면이 눈앞에서 펼쳐진 순간이었다.
2024년 11월 28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운전석을 비운 자율주행차가 통제되지 않은 실제 도로를 달린 날이다.
박중희 라이드플럭스 대표는 창립 후 가장 의미 있는 순간으로 이날을 꼽는다. 그는 이 성취를 단순한 운으로 보지 않았다. 비슷한 시기 출발한 경쟁사들이 무너지는 동안 라이드플럭스가 살아남은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자율주행 업계에는 비슷한 시기에 출발했다 사라진 이름이 적지 않다. 기술이 완성되지 않았음에도 무리하게 차량 대수만 늘렸던 결과다. 대외 홍보와 투자금 확보를 위해 수십~수백대의 차량을 도로에 투입했지만 정작 자율주행과는 거리가 멀었고, 운영 비용만 눈덩이처럼 불었다. 큰 사고가 나거나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는 경우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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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상암 일대 일반도로를 달리는 라이드플럭스 무인 자율주행차./사진: 라이드플럭스 제공 |
라이드플럭스는 반대로 갔다. 투자금에 여유가 있어도 꼭 필요한 만큼의 차량만 운영했다. 눈에 보이는 지표 대신, 실제로 무인화에 성공하는 것에 집중한 것. 그렇게 한 걸음씩 쌓은 것이 국내 최초 무인 자율주행으로 돌아왔다. 박 대표는 “차량 대수는 자본이 있다고 늘려도 되는 게 아니다”라며 “기술이 안정적으로 검증되면 조금 늘리고, 또 검증되면 늘리는 식으로 단계를 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물 운송에서도 기술력을 입증했다. 라이드플럭스는 대형 트럭에 11톤(t) 화물을 싣고 서울과 충북 진천을 잇는 장거리 구간을 단 한 차례의 조작 개입 없이 주파했다. 고속도로뿐 아니라 신호ㆍ회전교차로가 뒤섞인 혼잡한 도심 도로까지 스스로 판단해 통과했다. 고속도로에 머물던 기존 자율주행트럭의 한계를 넘어, 물류 거점에서 거점까지 전 구간을 잇는 ‘허브 투 허브’ 운송을 실제로 보여준 것이다.
그 기술은 이제 매출로 이어진다. 7월 1일 한진택배와 국내 첫 자율주행트럭 유상 화물 운송을 시작한 것. 군산에서 전주를 거쳐 대전에 이르는 편도 116㎞ 구간을 주 2회 오간다. 타타대우 맥쎈 25t 대형 트럭에 최대 11t의 택배 화물을 싣고 최고 시속 90㎞로 달린다. 안전을 위해 운전석엔 안전요원이 탑승한다. 4월 유상 화물 운송 허가를 받은 지 석 달 만이다.
이런 무인화는 단번에 이뤄지지 않았다. 라이드플럭스는 이 구간을 한 차례 시연이 아니라 정기적으로 반복 운행하며 데이터를 쌓아왔다. 박 대표는 끊임없는 반복에서 무인화가 완성된다며 “100번이고 1000번이고 달려서, 그 대부분의 구간을 사람 개입 없이 통과해야 비로소 운전석을 비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직 내부적으로도 안전에 대해선 철저한 무관용을 원칙으로 두고, 문제가 의심되면 누구든 곧바로 알릴 수 있는 채널을 두고 함께 해결책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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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드플럭스 자율주행차 라인업./사진: 라이드플럭스 제공 |
무인 자율주행차가 상암에서만 유효하다는 일각의 비판 섞인 시선에도 그는 담담하다. 박 대표는 “지금 미국 주요 도시를 누비는 웨이모도 2020년 피닉스의 작은 지역에서 무인 운행을 시작했다”며 “우리 소프트웨어는 어디서든 똑같이 작동하기 때문에 한 지역에서 검증되면 다른 지역으로 넓히는 건 시간문제다. 자신 있는 곳부터 시작하면 된다”고 말했다.
박 대표가 가장 힘주어 강조하는 대목은 자본 효율이다. 라이드플럭스가 지금까지 받은 투자는 누적 882억원. 그는 “전 세계에서 무인화를 달성한 기업은 몇 곳 안 되고, 대부분 조 단위 자본을 썼다”며 “우리는 가장 적은 자본으로 해낸 축에 든다”고 말했다. 특허 효율이 근거다. 그는 “웨이모가 100억원을 투자해 얻는 특허가 한두 건이라면, 우리는 같은 돈으로 15건의 특허를 냈다”고 설명했다. 라이드플럭스가 지금까지 출원한 특허는 130여 건, 등록은 100건을 넘는다.
이런 성과는 라이드플럭스의 사업성을 증명하는 지표도 된다. 박 대표의 논리는 명확하다. 적은 자본으로 무인화에 이른 만큼, 같은 성과를 내고도 손익분기점에 더 빨리 닿을 수 있다는 것이다.
라이드플럭스의 사업 영역은 택시ㆍ버스 같은 여객, 화물 트럭, 그리고 자율주행 기능을 덜어낸 레벨2+(조건부 자율주행) 운전자보조 시스템까지 세 가지로 나뉜다. 이 가운데 박 대표는 트럭 사업이 먼저 자리 잡을 것으로 본다. 라이드플럭스가 공략하는 지점은 물류 거점과 거점 사이 중ㆍ장거리를 오가는 ‘미들마일’ 운송이다. 기사 수급이 어렵고 사고도 잦은 영역이라, 민간 물류 기업들의 관심이 크다는 것이다. 관심을 보이는 기업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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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드플럭스 무인 자율주행차./사진: 라이드플럭스 제공 |
자율주행의 강점이 가장 도드라지는 무대이기도 하다. 사람이 모는 트럭은 운행 시간에 제약이 따르지만, 자율주행 트럭은 24시간 쉬지 않고 달릴 수 있다. 박 대표는 “한 대를 도입하면 2년 안에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레벨2+ 기술 양산도 1~2년 안에 시작될 전망이다. 완성차 기업들이 운전자를 돕는 첨단 기능을 필요로 하지만 직접 갖추긴 쉽지 않은데, 라이드플럭스가 레벨4(특정 조건에서 운전자 개입 없이 자율주행) 로보택시용으로 쌓은 기술에서 라이다나 정밀지도 같은 무거운 요소를 덜어내 가볍게 공급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박 대표가 목표하는 흑자 전환 시점은 2028년이다. 적은 자본으로 무인화에 이른 만큼 손익분기점에 더 빨리 닿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셈법이다.
그 길목에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이 있다. 라이드플럭스는 첫 관문인 기술성평가를 전문기관 두 곳 모두에서 ‘A’ 등급으로 통과했다. 평가위원들이 제주와 상암에서 직접 차에 올라 기술 완성도를 확인했다. 마침 제주에서는 도로 한복판에서 갑작스러운 공사가 벌어졌다. 인부가 라바콘을 꺼내 길을 막는 돌발 상황. 예고 없이 끼어든 변수였지만, 차는 스스로 이를 피해 주행을 이어갔다. 의도치 않았던 상황이 외려 라이드플럭스의 기술력을 확실하게 입증해준 것이다.
상장 채비도 갖췄다. 공동 주관사로 한국투자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을 두고 하반기 상장예비심사 청구를 준비하고 있다. 산업은행과 쏘카 등을 주주로 두고 지금까지 882억원을 유치했다. 연내 코스닥 입성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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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드플럭스 무인 자율주행차가 서울 상암 일대 도로를 주행하고 있다./사진: 라이드플럭스 제공 |
■ 오토노머스 크로니클 (Autonomous Chronicle)
자율주행은 지금 어디까지 왔나. 기술 패권 경쟁과 규제, 그리고 산업 지형의 변화를 좇고 그 이면을 들춘다. 화려한 발표 뒤에 가려진 현장의 속사정과 성공ㆍ시행착오의 순간들을 들여다본다.
강주현 기자 kangju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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