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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SK그룹 회장, 곽노정 SK하이닉스 CEO 등 주요 경영진이 마켓사이트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 첫 줄 여덟 번째부터 최재원 SK스퀘어 수석부회장, 곽노정 SK하이닉스 CEO, 최태원 SK그룹 회장, 고승범 SK하이닉스 사외이사 겸 이사회 의장, 유정준 SK(주) 미주총괄 부회장). /사진:SK하이닉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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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노정 SK하이닉스 CEO가 나스닥 ‘오프닝 벨’ 행사에서 AI 메모리 비전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심화영기자 |
[대한경제=심화영 기자] SK하이닉스가 10일(현지 시간) 미국 나스닥 시장에 데뷔하며 ‘글로벌 반도체 거인’으로서의 존재감을 증명했다. 첫날 주가가 13% 넘게 급등하며 마이크론의 시가총액을 제쳤고, 역대 외국 기업 중 최대 규모인 40조원의 실탄을 확보했다. 다만 상장 직후 터져 나온 미국 정부의 전공정 팹(공장) 투자 압박은 향후 글로벌 투자 재원 배분을 두고 SK하이닉스가 풀어야 할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10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 시장에서 거래를 시작한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는 공모가(149달러) 대비 13.08% 오른 168.4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시초가는 170달러였으며 장중 한때 177달러까지 치솟는 등 글로벌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ADR 종가를 원화 기준으로 환산하면 국내 주식 한 주당 약 252만8000원 수준으로, 전날 유가증권시장에서 기록한 SK하이닉스 종가(218만원)보다 약 16% 높은 가격이다. 국내 증시에 비해 만성적인 저평가를 받아왔던 기업가치가 미국 시장에서 재평가될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상장은 규모 면에서도 기록적이다. SK하이닉스는 ADR 1억7790만주를 발행해 총 265억달러(약 40조원)를 조달했다. 외국 기업의 미국 ADR 상장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이며, 미국 기업까지 포함하면 최근 기업공개(IPO)를 진행한 스페이스X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수준이다.
상장 기념 ‘오프닝 벨(Openning Bell)’ 행사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등 주요 경영진이 참석했다. 곽 사장은 “투자자와 고객의 신뢰에 감사드린다”며 “기술 혁신을 통해 메모리의 가능성을 확장하고 AI가 있는 모든 곳에서 함께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최태원 “메모리 사이클, AI가 완전히 바꿔놨다”
최태원 회장은 상장 직후 열린 국내 기자 간담회에서 “구조적인 변화는 일어났다. 옛날과 똑같은 사이클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건 확실하다”고 말했다. 호황과 불황을 반복해 온 메모리 반도체 업황의 전통적 주기가 AI 혁명으로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는 진단이다. 그는 “사이클이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니겠지만 지금은 수요와 공급 사이 격차가 매우 크다”며 “수요 증가 속도가 공급을 늘리는 속도를 훨씬 능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급 확대의 어려움도 언급했다. 최 회장은 “공급을 늘리는 데 걸리는 리드타임이 크고 제약 조건도 많아 아무 데나 공장을 지을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AI 빅테크들의 메모리 수요는 폭발적인 반면 공급은 병목에 부딪힌 상태로, 애플조차 중국 메모리 기업 제품 도입을 미국 정부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뉴욕에 오기 전 캘리포니아에서 만난 고객사들 모두가 얼마나 메모리를 받을 수 있을지 물어봤다”며 현재의 AI를 ‘4, 5살짜리 어린아이’에 비유해 앞으로도 학습에 필요한 메모리 수요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국내 주가와의 격차 우려에 대해서는 “완벽한 시장이라면 두 주가가 같아야 하지만 시장 특성과 투자 선호도가 다르니 차이가 날 때가 있을 수 있다. 다만 그게 영원하진 않을 것”이라며 이번 상장이 글로벌 시장 접근성을 넓히고 미래 투자 유치 가능성을 높여 전체 파이를 키운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美 “삼성·하이닉스도 미국 공장 지어라”…40조 실탄으로 AI 메모리 주도권 강화
SK하이닉스가 미국 자본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직후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 메모리 기업들에 대한 미국 투자 확대 압박 수위를 한층 높였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전날 뉴욕주 마이크론 공장 행사에서 “마이크론이 앞장서고 있으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결국 미국으로 와 공장을 짓게 될 것”이라며 “이미 양사와 투자 확대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이 추진하는 반도체 공급망 재편 전략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마이크론은 이날 2035년까지 미국 투자 규모를 2500억달러로 확대하고 D램 생산의 40%를 미국에서 담당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 정부는 이를 계기로 글로벌 메모리 생산기지까지 미국으로 유치해 AI 반도체 공급망을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전략이다.
SK하이닉스는 이번 ADR 상장으로 총 265억달러(약 40조원)의 대규모 자금을 손에 쥐었다.
당초 SK하이닉스는 이 자금을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과 충북 청주 P&T7 공장 증설, 그리고 대당 5000억원이 넘는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구매 등 국내 시설에 집중 투입할 계획이었다. 최근 정부의 메가프로젝트에 발맞춰 삼성전자와 함께 국내에 총 4500조원(SK하이닉스 분 총 1000조원) 규모의 초대형 투자 계획을 확정해 두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거센 투자 압박이 가시화되면서 SK하이닉스는 한정된 재원을 어디에 먼저 배분할지 ‘우선순위’를 다시 짜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미국에 팹을 지을 경우 국내보다 막대한 인건비와 건설비가 들고 협력사 생태계가 얇아 속도 조절이 불가피하다.
최 회장은 관심을 모은 미국 내 신규 메모리 공장 투자 가능성에 대해서는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반도체 공장은 전력과 용수, 대규모 부지 등 여러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며 “그런 조건이 맞는다면 미국이든 다른 나라든 검토할 수 있지만 아무 곳에나 공장을 지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심화영 기자 doro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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