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5개 크기 리노베이션
1년11개월만에 다시 문 열어
구성원들 생각 나누는 공간 지향
피지컬AI 맞춤형 근무환경 조성
1층엔 계단형 라운지 ‘아고라’
카페ㆍ라운지ㆍ옥외정원 이어져
다른 층도 한눈에…연결성 부여
2층 미팅룸 17개…파격 인테리어
관수ㆍ배송ㆍ순찰 로봇 3종 투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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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그룹 양재사옥 로비./사진: 강주현 기자 |
[대한경제=강주현 기자]
“현대차그룹이 처음부터 강조한 건 사람이었다.”
서울 서초구 현대차그룹 양재사옥의 로비 리노베이션(개보수) 설계를 맡은 스튜디오스 아키텍처(Studios Architecture)의 알렉산드라 빌레가스 산느 디자인 디렉터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으로부터 이런 주문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대부분의 기업은 브랜드 전시장 역할을 하는 인상적인 로비를 만들어 달라고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달랐다”며 “전시가 아니라 사람들이 실제로 모이고 마주치고 아이디어를 나누는, 살아있는 공간을 원했다”고 말했다. 구글ㆍ메타ㆍ애플 같은 글로벌 기업 본사를 여럿 설계해 온 스튜디오스 아키텍처에도 쉽지 않은 주문이었다.
◆ ‘전시장’ 아닌 ‘사람’을 택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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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그룹 양재사옥 로비./사진: 현대차그룹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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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그룹 양재사옥에서 열린 로비 스토리 타운홀이 끝난 후 정의선 회장이 임직원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 현대차그룹 제공 |
2000년부터 현대차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 온 서울 서초구 양재사옥 로비가 1년 11개월에 걸친 리노베이션을 거쳐 올해 3월 다시 문을 열었다. 새 로비는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교류하며 생각을 나누는 ‘광장’으로 재탄생했다. ‘소통이 곧 성과로 이어진다’는 정 회장의 지론대로다.
지난 5월 양재사옥에서 열렸던 ‘로비 스토리 타운홀’에서 정 회장은 “로비 리노베이션(개보수)을 준비하며 가장 많이 떠올린 단어가 소통이었다”며 “임직원 한 명 한 명이 지닌 좋은 아이디어와 역량이 서로 연결되면 훨씬 큰 성과가 된다”고 했다. 이어 “번뜩이는 아이디어는 한자리에만 머물면 나오지 않는다. 짧은 대화나 우연한 마주침에서 튀어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이런 방향은 현대차그룹이 그리는 미래상과도 이어진다. 그룹은 자동차를 넘어 사람 곁에서 움직이는 ‘피지컬 AI’(현실 공간에서 작동하는 인공지능) 기업으로의 전환을 내걸고 있다. 그만큼 소프트웨어ㆍ엔지니어링 인재를 붙잡을 근무 환경이 중요해졌다. 정 회장은 타운홀 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도 “엔지니어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더 활발하게 일하고 좋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게 만드는 게 핵심”이라며 “좋은 분들이 많이 들어와 자기 생각을 펼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외국인 임직원이 늘면서 사옥 안 외국어학습센터를 넓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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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그룹 양재사옥 로비 천장./사진: 강주현 기자 |
◆광장ㆍ라이브러리ㆍ로봇으로 채운 로비
재탄생한 로비는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까지 약 3만6000㎡ 규모, 축구장 5개를 합친 넓이다. 이 공간엔 하나의 원칙이 관통한다. 임직원이 1층에서 마주치고, 2층에서 논의하고, 다시 쉼터로 흩어지는 흐름이 끊기지 않게 한다는 것이다.
1층 한복판에는 고대 그리스 광장에서 이름을 따온 계단형 라운지 ‘아고라’를 놓고, 그 주위로 카페와 라운지, 옥외 정원을 촘촘히 이었다. 양옆을 막고 있던 벽을 헐고 층과 층을 위아래로 트자, 다른 층에서 벌어지는 움직임까지 한눈에 들어왔다. 산느 디렉터는 이를 건축 용어로 ‘시각적 연결성(Visual Connectivity)’이라 부르며, 사람은 다른 사람의 움직임이 보이는 곳으로 자연스레 끌려 거기서 에너지를 얻는다고 설명했다.
2층엔 미팅룸 17개를 뒀다. 1층의 우연한 만남이 위층의 깊은 논의로 이어지도록 동선을 짜고, 에스컬레이터 위치까지 그에 맞춰 옮겼다. 일부 회의실엔 이탈리아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토일렛페이퍼와 손잡은 파격적 인테리어를 입혔다. 사내 라이브러리는 일본 츠타야 서점을 운영하는 CCC와 협업해 주제별로 책을 골라 놨다. 정 회장이 직접 협업을 제안한 공간으로, 그는 “책을 읽는 것도 일의 연장이고, 그런 순간에 좋은 아이디어가 가장 많이 나온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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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그룹 양재사옥 로비 2층에 위치한 라이브러리./사진: 강주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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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재사옥 로비 조경에 물을 주는 달이 가드너./사진: 현대차그룹 제공 |
로봇 배치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현대차ㆍ기아는 조경에 물을 주는 관수(灌水)로봇 ‘달이 가드너’, 음료를 나르는 배송로봇 ‘달이 딜리버리’, 순찰을 도는 보안로봇 ‘스팟’ 등 3종을 로비에 들였다. 배송로봇은 한 번에 최대 16잔까지 나르고, 보안로봇은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에 자체 자율주행 모듈을 얹었다. 로봇 전용 대기공간과 엘리베이터까지 따로 둬, 사람과 로봇이 한 공간에서 자연스레 오가도록 했다.
‘사람’을 앞세운 이 역발상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현대차그룹은 로비를 연 뒤에도 임직원 의견을 받아 공간을 계속 손보고 있다. 정 회장은 “앞으로도 여러분이 양재사옥을 쓰는 모습을 지켜보며 더 발전시키고 고쳐 나가겠다”고 말했다.
강주현 기자 kangju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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