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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타, 법정시한 준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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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7-24 05:00:24   폰트크기 변경      


[대한경제=임성엽 기자]정부의 늑장 예비타당성(예타) 조사가 법정시한(1년)을 5배 가까이 넘기면서, 그 사이 폭등한 공사비와 토지 보상비를 고스란히 사업비로 떠안은 수도권 철도망들이 ‘경제성 부족’이라는 낙인 속에 줄줄이 궤도를 이탈하고 있다. 정부가 스스로 늦춘 조사 탓에 사업성을 깎아놓고, 그 사업성 부족을 이유로 사업을 접는 자가당착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 균형발전본부는 ‘예타 제도 개선 건의안’에 이런 문제점 개선 요청(안)을 포함, 제안했다. 기획예산처의 예타 조사제도 개편안에 ‘조사기관을 늘린다’는 대안만 제시됐을 뿐, 실질적인 법정기한 준수 방안이나 기간 단축 대책은 빠져있기 때문이다.

국가재정법상 예타 조사는 현장조사를 포함하더라도 9개월에서 최대 1년 이내에 완료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현장에선 법정시한은 사문화됐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신분당선 서북부연장(용산~삼송) 사업은 KDI가 조사를 붙잡고 있던 기간만 무려 5년1개월(61개월)에 달해 법정 시한의 5배를 초과했다. 강북횡단선(청량리~목동)과 목동선(신월동~당산역) 역시 각각 2년 8개월(32개월), 2년 9개월(33개월)간 예타 늪에 갇혀 있다가 최종 탈락했다. 난곡선(보라매공원~난향초)은 조사를 시작한 지 4년 9개월(57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결과를 내놓지 않고 끌어오고 있는 대표적인 ‘늑장 행정’ 사례다.

문제는 조사가 하세월 지연되는 동안 수도권의 토지 보상비와 건설 원자재 가격, 인건비가 가파르게 폭등했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연 조사 기간 발생한 물가 상승분을 비용 항목에 모조리 재산정해 반영한다. 이로 인해 사업 기획 당시에는 편익(Benefit)과 비용(Cost)의 균형이 맞아 우수했던 사업조차, 늑장조사로 경제성(B/C) 낙제점을 받게 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편익은 한정된 상황에서 분모만 자극하니 예타 통과에도 난항이 더해지는 구조다.

늑장 예타의 피해는 수도권 주택공급 시장으로 그대로 전가되고 있다. 신분당선 서북부연장선은 당초 3기 신도시인 고양 창릉지구를 포함한 수도권 서북부와 서울 도심을 직결하는 핵심 광역교통축이었다. 이 노선의 좌초로 신도시 인프라 투자가 시기를 놓치면서 도로 혼잡이 심화되고 있다. 마찬가지로 별내선 연장선(3.2km)이 경제성 부족을 이유로 지연될 경우 남양주 왕숙 신도시 등 동북부권 광역교통대책의 체감 ‘실효성’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정부와 서울시가 탄소중립,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를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음에도, 정작 정부의 늑장 예타로 선제적 인프라 투자를 구조적으로 가로막고 있는 셈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B/C가 우수한 사업들조차 심의 단계 비용 폭등으로 경제성 낙제점을 받는 문제가 되풀이되고 있다”며 “국가재정법 원칙대로 예타 조사 기간을 9개월(최대 1년) 이내로 엄격히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성엽 기자 starle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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