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김호윤 기자] 한미약품그룹 4자연합 내부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을 상대로 신청한 100억원 규모의 주식 가압류가 인용되면서 주주 간 협약 위반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법원은 지난달 29일 신 회장이 임 부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한미사이언스 주식 가압류 신청을 받아들였다. 신 회장 측은 임 부회장이 4자협약에 명시된 의결권 공동행사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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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그룹 본사 전경 / 사진: 한미약품 제공 |
4자연합의 뿌리는 2024년 임종윤ㆍ임종훈 형제 측을 지지하던 신동국 회장은 같은 해 7월 모녀인 송영숙 회장ㆍ임주현 부회장이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지분 6.5%를 약 1644억원에 사들이는 계약을 맺으며 모녀 측으로 돌아서면서 시작됐다. 지분 이전은 그해 9월 마무리됐고 신 회장은 11월 임시주총에서 한미사이언스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됐다.
이렇게 형성된 3자 연합에 2024년 12월 라데팡스파트너스의 특수목적법인(SPC)인 킬링턴 유한회사가 합류하면서 ‘4자 연합’이 완성됐다. 이들은 이사회 구성과 의결권 공동행사, 우선매수권과 동반매각참여권 등을 담은 주주 간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4자 연합 주도로 형제 측을 제치고 전문경영인 체제가 안착하는 듯했다.
그러나 지분 구조가 법정 공방으로 이어지며 경영권 갈등에 다시 불이 붙었다. 이번에는 임 부회장과 사모펀드 에쿼티퍼스트 간의 환매조건부(RP) 주식거래가 문제가 됐다. 임 부회장은 4자협약이 체결되기 5개월 전인 2024년 7월, 자신이 보유한 지분 중 2.7%를 에쿼티퍼스트에 환매조건부로 넘겼다. 4자협약 체결 당시‘보유 지분’이라고 밝힌 9.15%에 이미 처분된 2.7%가 포함돼 있었던 셈이다.
에쿼티퍼스트가 해당 주식을 시장에 매각하면서, 임 부회장은 이 지분에 해당하는 의결권을 2025년과 2026년 정기주주총회에서 행사하지 못했다. 신 회장 측은 임 부회장이 주식의 시장 매각을 막을 별도 약정을 마련하지 않아 의결권 공동행사 의무를 위반했다는 입장이다.
이번 가압류 결정으로 임 부회장의 계약 위반이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 가압류는 향후 위약벌 청구 등에 대비해 재산을 보전하는 임시조치이며, 협약 위반 여부와 책임 범위는 본안 재판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양측과 관련된 지분 거래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신 회장은 홍지윤씨 등 7명으로부터 한미사이언스 지분 5.27%를 추가로 장외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거래가 완료되면 22.88%인 신 회장 개인 지분은 28%대로 높아질 전망이다.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 겸직)도 지분 2.5%(170만9788주, 약 820억원 규모)를 나우아이비22호펀드에 매각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임 대표는 매각과 함께 모친ㆍ누나와 함께하겠다는 뜻을 밝혀, 이 거래가 사실상 모녀 측에 힘을 싣는 결정으로 해석됐다.
이 때문에 실질 의결권 구도를 둘러싼 해석이 엇갈린다. 모녀 측은 임성기재단ㆍ가현문화재단 등 오너 일가 지분과 라데팡스(킬링턴) 지분 9.81%를 합산해 우호지분을 40%대로 보는 반면, 신 회장 측은 에쿼티퍼스트를 거쳐 시장에 매각된 6.6%(임주현 2.7%ㆍ임종훈 3.44%ㆍ송영숙 0.46%)를 제외하면 모녀 측 실질 의결권은 34.4% 수준에 그친다고 반박한다.
신 회장 측 지분은 한양정밀 포함 약 35%로, 이 계산대로면 근소하게 앞선다는 주장이다. 나우아이비 지분(2.5%)을 모녀 측 우호지분으로 분류하는 것에 대해서도 공시의무 또는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구도 속에 임종호 부사장 등 사촌 일가가 보유한 2.7% 지분의 향배가 경영권을 가를 캐스팅보트로 거론된다.
김호윤 기자 khy2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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