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장대교 설계 자립ㆍ제도개선
40여개국 120건, 1.8억달러 수주
국내 SOC 성숙…해외 생존 과제
공제조합 이익금 5%씩 출자해
해외사업 전담 인력 1만명 양성 제안
국제계약ㆍPMㆍ경영 인재 키워야
금융 앞세운 개발사업형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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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호 다산컨설턴트 회장은 〈대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해외 인프라 사업을 수행할 때는 상대국의 경제 여건에 맞춰 비용과 방식을 설계하고, 엔지니어의 기술적 판단을 바탕으로 최적의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며 “국내에서 수행하던 설계를 그대로 옮기는 방식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안윤수 기자 ays77@ |
[대한경제=전동훈 기자] “건설 관련 공제조합의 이익금 5%씩을 출자해 해외시장을 이끌 전문인력 1만명을 시급히 양성해야 합니다.”
올해 ‘엔지니어링의 날’ 기념식에서 금탑산업훈장을 수훈한 김정호 다산컨설턴트 회장은 최근 〈대한경제〉와 만나 “국내 사회간접자본(SOC)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든 만큼, 엔지니어링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해외시장을 개척할 인재와 사업 기반을 국가적 차원에서 뒷받침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회장은 국내 민자 인프라 시장의 태동과 K-엔지니어링 세계화를 함께 이끈 산증인이다. 군 공병으로 첫발을 뗀 그는 시공과 감리, 설계, 경영을 두루 거치며 51년간 산업 현장을 지켰다.
고속도로 59건과 장대ㆍ해상교량 43건 등 국가 주요 기반시설 구축에 참여했고, △서울∼문산고속도로 △광명∼서울고속도로 △거가대교 등 굵직한 민간투자사업을 발굴ㆍ수행하며 국내 민자시장의 외연을 넓혔다.
기술 자립에도 공을 들였다. 2000년대 울산대교와 천사대교 설계를 통해 장대특수교량 설계기술 자립을 이루면서다. 천사대교는 지난 2023 FIDIC(국제엔지니어링컨설팅연맹) 어워드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세계적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세계 최대 용량(27만㎘급) 액화천연가스(LNG) 저장탱크 원천기술 개발을 이끌어 ‘삼척 LNG 저장탱크’에 적용한 점도 돋보인다. 김 회장은 이를 토대로 싱가포르 28만㎘급 저장탱크 설계를 수행하며 기술 수출에도 기여했다. 친환경 수처리와 가축 매몰지 복원, 능동방음시스템 등에서도 지속적인 연구개발(R&D)을 통해 특허와 신기술 확보를 주도했다는 평가다.
산업의 제도적 기반을 다지는 데도 힘을 보탰다. 한국건설엔지니어링협회장으로 재임하며 건설엔지니어링 대가의 부당 감액 금지를 추진하는 등 업계 권익 보호에 앞장섰다. 정부와 협의해 관련 법령과 제도 40건을 개선하며 산업의 위상을 높인 점도 수훈의 주요 배경이다.
해외 진출 성과도 두드러진다. 김 회장은 지난 2006년 직접 베트남에서 시장조사와 현지 네트워크 구축에 나서며 해외시장 개척의 물꼬를 텄다. 이후 다산컨설턴트는 현재까지 약 40여 개국에서 총 120건, 1억 8324만 달러 규모의 사업을 수주했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위상도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다산컨설턴트는 올해 글로벌 건설전문지 ENR이 발표한 ‘세계 225대 설계회사’ 가운데 208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222위로 처음 순위권에 진입한 데 이어 2년 연속 선정됐으며, 순위도 14계단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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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회장이 수훈 공로 가운데 해외시장 개척을 각별하게 꼽는 것은 이 분야를 산업의 중장기 동력으로 보고 있어서다. 그는 “국가가 발전할수록 신규 인프라 투자 비중이 낮아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며 “노후 시설 개량 수요만으로 산업의 외연을 넓히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이어 “해외시장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고 부연했다.
다만, 국내 엔지니어링업계가 해외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할 준비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고 봤다. 설계기술 자체보다 국제계약과 법률, 프로젝트 매니지먼트(PM), 독립적인 기술 판단 역량이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김 회장은 “해외 발주처가 원하는 것은 사소한 결정까지 되묻는 기술자가 아니라 축적된 경험과 전문성을 토대로 최적안을 제시하는 컨설턴트”라며 “설계기술에 계약과 사업관리, 조직을 이끄는 경영 역량까지 더한 인재를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기 교육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국제엔지니어링컨설팅연맹(FIDIC) 계약조건과 해외사업 실무를 단기간에 익히는 데 그치지 않고, 대학원 과정과 현장 실습을 결합한 장기 양성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다산에서도 젊은 기술인의 FIDIC 교육과 공적개발원조(ODA) 전문가 교육, 글로벌 엔지니어링 대학원 과정 참여를 꾸준히 지원해왔다.
건설 관련 공제조합과 공공 부문이 공동 재원을 마련해 대규모 전문인력을 양성하자는 주장도 그 연장선에서 나왔다. 김 회장은 “연간 이익금의 5%씩만 출자해도 업계 전체가 활용할 수 있는 해외사업 인력 기반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해외 진출 방식도 단순 도급에서 개발사업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민간 엔지니어링사의 신용과 자본만으로 대규모 사업의 금융과 보증을 조달하기 어려운 만큼, 공공부문의 금융과 운영 역량을 더해 사업을 선점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엔지니어링산업의 잠재력도 용역 대가에만 가둬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엔지니어링은 그 자체로 고부가가치를 완성하는 산업이라기보다 연관 산업의 가치를 창출하고 부가가치를 높이는 출발점”이라며 “해외사업의 상단을 장악해야 건설사와 제조업체까지 함께 진출하고, 그 성과를 산업 전체로 확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다산컨설턴트의 새 수장이 된 김 회장은 인터뷰 내내 수훈의 공을 임직원에게 돌렸다. 그는 “시장 여건이 녹록지 않은 시기에 중책을 맡아 어깨가 무겁다”며 “거창한 청사진을 내세우기보다 직원이 자부심을 느끼는 회사, 서로 의지하며 함께 성장하는 회사를 만드는 데 온 힘을 쏟겠다”고 강조했다.
전동훈 기자 jd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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