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임성엽 기자]수도권 외곽 분양 시장이 미분양 무덤으로 전락했다. 시장 여건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 부동산 규제 부작용이 객관적인 지표로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28일 <대한경제>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의 주택공급ㆍ청약 결과를 분석한 결과, 6ㆍ27 대책 이후 지난해 7월부터 이달까지, 수도권 외곽지역에선 총 24차례 주택 분양을 했다. 이 가운데 19차례(79.16%)나 미분양 사태가 발생했다.
‘평택 브레인시티 비스타동원’은 1577세대를 대거 공급할 계획이었지만 청약 접수는 52건에 그쳤다.
‘북오산자이 드포레’는 1401세대 중 266세대만 청약했다. 양주 회천지구 A-4BL 로제비앙 엘가도 356세대를 분양할 계획이었지만 접수 건수는 단 13건에 불과했다. 이천 증포6지구 ‘칸타빌 에듀파크’ 역시 353세대 모집에 청약 세대는 고작 21세대에 그쳤다. 이 외에도 오산세교 등 수도권 외곽지역은 ‘미분양 무덤’이 됐다.
이처럼 수도권 외곽의 청약 시장이 얼어붙은 원인은 명확하다. 대출규제로 기존 주택을 처분하고 갈아타려는 실수요자들의 주거 이동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40대 강모씨는 분양대금의 5% 수준의 계약금을 내고 아파트 분양계약을 했다. 강 씨는 기존 보유 주택을 처분한 뒤, 잔금 대출을 받아 입주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기존 주택 매각은 지연됐다. 강화된 대출규제로 잔금 시점의 자금 조달 가능성까지 불확실해지자 강 씨는 계약을 해지했다. 그는 총 분양대금의 10%에 달하는 금액 수천만원을 포기했다. 고강도 다주택 규제를 안고 수도권 외곽지역의 구축 아파트나 빌라 등 비아파트를 매수할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강 씨 사례는 수도권 외곽지역을 중심으로 흔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은 정부 정책이 야기한 구조적 문제로 보고 있다. 안성, 평택, 양주, 이천 등은 자체 수요만으론 신축 분양 물량과 기존 구축·비아파트 매물을 동시에 소화할 수 없는 지역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다주택자 규제(취득세 8% 중과 등)를 일괄 적용해 외부 자금의 유입 통로를 차단했다. 환금성이 전무한 상태에서 실수요자들은 ‘LTV 0%’의 대출 절벽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
수도권 1주택자가 기존 집을 팔지 못한 채 입주 시점을 맞이하면 서류상 다주택자로 묶여 신규 아파트 잔금대출이 전면 거절된다. 현금 동원력이 부족한 계약자들이 잔금을 납부하지 못해 입주가 대규모로 지연되면, 대출(중도금ㆍ잔금)에 보증을 섰던 HUG(주택도시보증공사)가 은행에 돈을 대신 갚는 대위변제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HUG나 건설사가 원리금을 대신 갚은 뒤 수분양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지만, 집이 팔리지도 않고 현금도 없는 계약자들은 빚을 갚을 길이 없다. 결국 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로 등록, 계좌 압류와 금융거래 제한 등 치명적인 경제적 제재를 받게 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박병일 대광건영 대표는 지난 부동산대토론회에서 이런 문제를 지적하면서 “입주까지 자금 마련을 못하면, HUG는 대위변제를 할 것이고, 계약자들은 신용불량자가 될 것”이라며 “솔직히 아파트 값은 서울에서 올라가는데 이걸 경기도 평택, 양주까지 다 포함해서 막아버리는 게 맞나”라고 지적한 바 있다.
대출 규제의 칼날은 고가 아파트가 아닌 서민ㆍ실수요층의 보금자리 마련까지 어렵게 만들고 있다.
5억원 대 수도권 외곽의 새집조차 강화된 LTVㆍDSR 규제지역으로 묶여 있기 때문이다. 6·27 규제 이후 수도권 외곽 지역의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줄면서 디딤돌 대출 한도도 2억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에게 적용되던 LTV마저 80%에서 10%포인트 줄고,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담대 한도 역시 1억원으로 묶였다.
대규모 미분양 사태는 주택시장 생태계 전반을 뒤흔드는 뇌관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청약 경쟁률이 10%를 밑돌면 사실상 분양을 포기하고 택지를 재매각하는 등 사업을 원점에서 접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이미 투입된 막대한 금융 비용은 고스란히 시행ㆍ시공사의 손실로 전가된다.
분양업계 한 관계자는 “청약률이 5%대에 그친다는 것은 사실상 실패한 사업”이라며 “건설사들은 현재 미분양이 해결되지 않으면 새로운 사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공급부족 사태가 더 극심해 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성엽 기자 starle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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