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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ur &]‘한방의 세계화’ 보제원에서 경험한 한방 문화와 환대의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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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11-02 15:44:46   폰트크기 변경      

[대한경제=박재영 기자] 조선시대 한양에는 교통의 중심지이자 숙소, 식사 등을 제공하는 4대 원(院)이 있었다. 동대문 밖의 보제원, 서대문 밖의 홍제원, 남대문 밖의 이태원, 광희문 밖의 전관원이 그것이다. 그 중 ‘널리 구제한다’는 의미를 담은 보제원(普濟院)은 백성들에게 의술을 행하고 어려운 이들에게는 먹을 것을 제공하는 구휼기관이었다.

오늘날 서울 동대문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한방시장인 약령시를 중심으로 한방 문화의 중심지로 거듭나고 있다. 올해는 매년 열리던 보제원 한방문화축제를 세계한방문화축제로 이름을 바꾸고 한방의 세계화를 향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한국 문화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제기동 약령시장에 위치한 서울한방진흥센터가 케데헌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해외 팬들의 방문도 늘었다.


보제원 세계한방문화축제에서 신농선생 대제향제를 재현하고 있다./사진=동대문구 제공


보제원 세계한방문화축제는 전통 방식대로 진행하는 제향의례로 지난달 30일 막을 올렸다. 약의 신에게 국민들의 안녕을 기원하는 의미의 제사인 신농선생 대제향제를 재현하며 전통을 기리고 한방 산업의 발전을 기도하는 의미의 행사다. 성균관 제례 의식에 따라 초헌관, 아헌관, 종헌관의 세 제관이 한문으로 제사를 진행하면 바로 옆 해설자가 관중들을 위해 한국어로 다시 풀이한다. 전통 방식을 따른 제사는 외국인뿐 아니라 제사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내국인들에게도 흥미로운 볼거리였다.


보제원 세계한방문화축제 대형 비빔밥 퍼포먼스/사진=동대문구 제공


제향의례를 마치고 나서는 주요 행사 중 하나인 대형 비빔밥 나눔이 이어졌다. 한방에서는 ‘약식동원(藥食同源)’이라며, 약과 음식은 그 근본이 같아 치료만큼이나 잘 챙겨 먹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과거 보제원에서도 어려운 백성들에게 음식을 나누곤 했다.

각종 나물이 보기 좋게 배치된 대형 비빔밥을 수차례 섞고 나니 어느새 비빔밥을 먹기 위해 인파가 몰려 있었다. 시민들이 한옥으로 지어진 한방센터 마당 곳곳에 앉아 비빔밥을 먹는 모습에서 나눔의 기쁨이 느껴진다.

최동민 동대문구청장은 “한방을 세계화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올해부터 세계한방축제로 이름지었다”며 “약과 함께 영양도 보충하는 보제원 전통과 문화를 재현한 축제”라고 설명했다.


거리를 돌며 축제가 시작됐음을 알리는 서울약령시 풍물예술단/사진=동대문구 제공


축제 내내 거리에는 흥겨운 풍물놀이 소리도 들려온다. 서울약령시 풍물예술단이 준비한 농악 공연이다. 동대문구민 25명으로 구성된 풍물단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해 운영하는 악단이다. 이날 행사에서는 매주 수요일 연습한 꾕과리, 징, 북, 소고로 각종 음악을 연주해 흥을 올렸다. 과거 풍년을 기원하는 제사인 선농제에 임금이 행차하면 농악대가 따라오며 이를 알리던 소리를 재현해 이번 한방문화제가 시작됐음을 알렸다.

약령중앙로 거리 일대 한방문화체험부스에도 많은 방문객이 몰렸다. △한방 무료 진료ㆍ투약 △전통 한복 체험 △한방 전통차 △한방 김치 만들기 등 한방문화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부스가 많았다. 특히 사전 예약으로 진행한 한방 무료 진료는 동대문구 한의사회와 동대문구 약사회가 협업해 간단한 진료를 마치면, 바로 옆 부스에서 조제한 한약을 제공해 인기를 끌었다.

진료에 참여한 박순재 한의사는 “야외 부스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진료와 처방에 제한이 있어 집에서 달여 마실 수 있는 약 위주로 처방하고 있다”며 “방문객 중 노인 비중이 높아 기력을 올릴 수 있는 약이 많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보제원 세계한방문화축제에서 한의사가 처방한 한약을 즉석해서 조제하고 있다./사진=박재영 기자 young@


한방 진료 외에도 우리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부스들이 눈길을 끈다. 한복 체험 부스는 한복을 무료로 대여해 행사 전반의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평민부터 왕까지 다양한 신분에 따른 한복을 선택해 사이즈와 성별에 따라 빌릴 수 있다. 거리 곳곳에는 한복을 입고 한옥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방문객이 보였다.

한방 화장품과 한방차를 체험하는 부스도 큰 호응을 얻었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한방 관련 제품의 효능을 설명하고, 체험할 수 있는 부스다. 오미자, 복분자, 감초 등이 들어간 담금주 전시 부스에서 전통주의 효능을 읽어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있었다.

축제에 빠질 수 없는 먹거리도 풍부하다. 제기동 맛집으로 알려진 이촌농장이 수육 등을 판매하는 부스는 이른 낮부터 음식을 즐기려는 시민들로 만석을 이뤘다. 한방이라는 주제에도 다양한 국적의 방문객을 고려해 케밥, 터키 아이스크림 등 한식 외 메뉴도 판매했다.

첫 공연인 풍물놀이부터 골목 초입에서 펼쳐진 시민 트로트 공연, 메인무대 김선미, 손민채 등 초대 가수 공연까지 축제 거리는 종일 음악으로 가득 찼다.

한국 생활 7년 차인 영국인 케이트(47세)씨는 “친구 초대로 축제에 방문했는데 한옥이 아름답고, 한의학 문화가 흥미롭다”며 “거리 공연을 보면 이곳이 노년층의 신촌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동대문구 제기동 서울 한방진흥센터/사진=동대문구 제공


축제가 열린 서울한방진흥센터는 한방 문화를 접하고 쉴 수 있는 공간이다. 한옥 건물로 지어진 센터는 한의학을 주제로 박물관과 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만원의 행복’으로 이름지은 한방 체험코스는 약초 족욕, 보제원 한방 마사지를 각각 5000원에 체험할 수 있다. 아름다운 한옥에서 족욕과 마사지를 마치고 한방 매트에 누워 푹 쉬고 나면 피로가 풀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방문객 만족도가 높다고 한다. 한 회차에 20명씩 1일 6회차 진행하는데 주말에는 대부분 예약이 가득 찰 정도로 인기가 좋다. 올해 방문객 17만명 중 약 2만5000명이 외국인으로 해외 방문객 사이에도 한방 체험 코스가 입소문을 타고 있다.

과거 환자를 진료하던 보제원이 이제는 세계인을 손님으로 맞는 환대의 장소로 거듭나고 있다.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흐름 속에서 한방이 또 하나의 K 브랜드로 자리 잡기를 기대해본다. 


박재영 기자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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