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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대책, 매수수요 심리 자극 제한적”…양극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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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09-26 16:31:53   폰트크기 변경      


[대한경제=김현희ㆍ김수정 기자] 정부가 주택공급 부족에 따른 불안심리를 잠재우기 위해 9·26 주택공급대책을 발표한 가운데 부동산 전문가들은 "주택공급대책에 대한 시장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오히려 주택담보대출 만기 50년 상품과 특례보금자리론의 제한이 수요심리를 위축시키는 단초를 제공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당분간 관망세를 유지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가운데 고금리에 익숙해진 갈아타기 수요들이 다시금 상급지로의 이동을 시작하는 등 완만한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 전고점 안팎서 매수-매도 줄다리기 심화

KB국민은행의 KB부동산 9월 주택가격 동향에서는 이달 KB선도아파트 50지수가 전월보다 1.28% 오르며 지난 2021년 10월(1.42%) 이후 22개월만에 최대 상승 폭을 나타냈다. 선도아파트 50지수는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인 은마아파트, 잠실주공5단지, 압구정 현대를 비롯해 헬리오시티, 반포 아크로리버파크, 마포 래미안푸르지오 등이 포함돼있다.

이처럼 올해 4분기에도 서울 상급지 아파트들의 퀀텀점프가 전망될까.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힘들다"는 답을 공통으로 내놨다. 추가 상승력이 있으려면 서울과 서울 외곽 지역간의 갭 메우기가 끝나야 하는데, 서울 외곽 지역은 이제서야 회복기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난 2022~2023년 전고점을 기준으로 매수자와 매도자간의 줄다리기 양상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 팀장은 "서울 지역조차도 중저가 아파트들의 회복세가 아직 멀었다"며 "서울 수도권이 다 살아나야 추가 상승을 논할 수 있는데, 지금은 서울 지역 내에서도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도 "(주택공급대책이 나온다고 해도) 서울 지역은 강남 중심으로 수요 대기자들이 관망하다가 진입 시도를 할 것"이라며 "다만 전국적으로는 주택공급대책이 수요심리를 자극할만한 방안을 던져주지 않아 관망세를 이루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주담대 만기 50년 상품 제한과 특례보금자리론의 중단 가능성이 주택공급대책보다 수요심리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대출 부담을 줄여줬던 상반기에는 갈아타기 수요 및 투자 수요도 함께 움직였지만, 대출 제한 등이 되면서 고금리 기조에 심리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올해 4분기는 전국적인 관망세에 이어 강남 지역도 소강국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 지방 '양극화' 계속···GTX 호재지역 '주목'

지방 지역에 대한 시각은 부동산 전문가들간에 엇갈린 시각을 보였다. 지방 지역은 여전히 미분양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의견과 지방경제 활성화를 전제로 하지 않으면 수요 자체가 흔들릴 것이라는 분석이 혼재했다. 특히 대구와 울산 등 미분양이 상당한 지역은 회복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지방 지역은 지방경제 활성화 정책과 부동산 정책이 함께 맞물려야 하는 특수성이 있다"며 "지방지역에 한해 악성 미분양 취득세 및 양도소득세 감면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방인구가 줄어들면서 지방 지역 아파트를 매수하려는 수요 자체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부산과 대전 등 일부 광역시 지역은 그나마 지방 중심 도시 역할을 하는 만큼 수요가 받쳐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지역은 오히려 악성 미분양만 늘어날 것이라는 의견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도 "광역시와 다른 지방지역의 차이가 극심할 것"이라며 "광역시 중심으로 미분양 감소세가 빨라지고 있지만 다른 지방은 전반적으로 좋지 못해 자본력과 인구가 부족한 지역은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경기 수도권은 1기 신도시 중심으로 수도권광역고속철도(GTX) 노선이 지나가는 지역 아파트의 상승세가 기대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내년 4월 수서-동탄간 GTX 개통이 예정된 만큼 서울 접근성이 상당하다는 점에서 1, 2기 신도시의 가격 상승여력은 여전하다는 것이다. 특히 동탄신도시는 올해 초까지 낙폭이 과다했던 만큼 회복도 빠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1기 신도시 특별법이 지지부진해도 가격상승 여력이 있다"며 "고양과 일산 등 수도권 내에서도 GTX 호재 중심으로 집값이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원갑 수석위원은 "GTX 호재 지역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초까지 낙폭이 과다했던 만큼 회복도 빠르다"며 "1기 신도시 자체는 내년 국회의원 총선 결과에 따라 법 향방이 갈리기 때문에 선거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1기 신도시를 대체하는 광명과 하남 지역을 눈여겨보라는 의견도 나왔다. 송승현 대표는 "광명과 하남 지역의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1기 신도시보다 높았다"며 "오히려 매수자들은 서울에서 20억원 투자해서 2억원 벌기보다 수도권 5억원 투자해서 2억원을 버는 선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약 훈풍 당분간 지속"···"분양권 거래는 아직"

분양가 상승이 지속되는 가운데 정부의 주택공급대책에는 분양가 상승을 억제할 방안이 담기지 않았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 점을 지적하며 "당분간 청약시장 훈풍이 지속되겠지만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 실수요자들이 기축 매수로 돌아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청약 수요들이 감당할 수 있는 분양가 수준은 주변 시세 대비 1억~2억원 수준일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윤지해 팀장은 "현재는 주변 시세보다 1억~2억원 높아도 분양 완판까지 가는데, 3년 후에도 주변 시세만큼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어서 그렇다"며 "건설사들이 주변 시세에 맞춰 1억~2억원 수준 이상의 분양가로 책정하는 등 분양가 조정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분양가와 구축 시세가 같으면 신축을 사자는 심리를 활용한다는 것이다.

다만 분양가 상승에 따른 피로감 등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지점을 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송승현 대표는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되는 순간, 청약시장은 얼어붙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현희ㆍ김수정 기자 m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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