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이건희 회장 3주기 추모 삼성 신경영 3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서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 : 연합 |
[대한경제=한형용 기자] 고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회장의 초일류를 향한 ‘신경영 선언’의 의미는 명료했다. 1993년 6월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시작으로 두 달 동안 전 세계 사업장을 돌며 당시 임직원들에게 전달한 경영방침의 핵심은 ‘세계 초일류 기업’이다. ‘프랑크푸르트 선언’이라 불리는 이날의 ‘신경영 선언’은 삼성이 초일류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도화선이 됐다.
경영ㆍ경제ㆍ인문ㆍ인권 분야의 세계 최고의 석학들은 30년이 지난 현재까지 이 선대회장의 ‘도전’, ‘창조’, ‘혁신’, ‘인재’로 압축되는 신경영 전략이 삼성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 경영을 지원하는 ‘유산’이 됐으며, 또다른 미래를 위한 ‘도약대’가 될 것으로 평가했다.
2017년 싱커스50 선정 세계 1위 ‘경영 사상가’로 선정된 로저 마틴 캐나다 토론토대 경영대학원 명예교수는 18일 고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회장의 3주기(10월25일)를 맞아 열린 ‘삼성 신경영 3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서‘이건희 경영학의 본질’이란 기조연설을 통해 이 선대회장의 경영방식을 되짚었다.
로저 마틴 교수 “이 선대회장은 존재하지 않는 미래를 발굴하고 과거에 묶이지 않았다. 그는 경영자를 넘어 전략적 이론가이자 통합적 사상가”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 선대회장은 당시 존재하지 않는 미래를 발굴하고 발명하는 입장이었고 과거에 묶여 있지 않았다”며 “관련 데이터와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설득력 있는 주장을 했고, 삼성의 전략을 구사했다는 점에서 대단한 전략 이론가”라고 강조했다.
기조강연 후 언론 인터뷰에서는 대전환 시기를 맞이한 삼성에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아닌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많은 산업군이나 세그먼트에 진출할 때 오히려 잘하는 분야가 희석될 수 있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두 번째 기조연설자로 나선 김상근 연세대 신학대 교수는 ‘르네상스인 이건희와 KH 유산의 의의’를 주제로 이 선대회장의 경영 분야에서의 유산에 대해 소개했다. 김 교수는 “이 선대회장이 이탈리아 피렌체의 르네상스를 이끈 메디치가에 필적할 만한 업적을 남긴 한국의 ‘시대정신’”이라고 평가하며 문화ㆍ예술ㆍ교육ㆍ의료ㆍ체육 등 분야에서의 사회공헌을 소개했다.
이 선대회장의 유족들은 지난 2021년 미술품 2만3000점을 국가기관 등에 기증하고, 감염병 및 소아암ㆍ희귀질환 극복을 위해 총 1조원을 기부하는 등 고인이 남긴 ‘유산’을 사회에 환원했다.
이어진 세션에서는 △기술 △전략 △인재 △상생 △신세대 △신흥국에 전하는 함의 등 6개 분야를 통해 이 선대회장의 리더십과 삼성의 신경영을 재조명했다.
우선 스콧 스턴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영대 교수는 이 선대회장의 유산을 ‘가능성을 넘어선 창조’의 리더십으로 재정의했다. 스턴 교수는 “반도체, 모바일, 디스플레이 등 세 분야에서 삼성이 이룩한 성공 사례 연구를 연구해보니 경제ㆍ지정학적 불확실성의 시대에 이 선대회장의 ‘가능성을 넘어선 창조’는 삼성뿐 아니라 대한민국이 미래로 나아갈 길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리타 맥그래스 컬럼비아대 경영대 교수는 ‘비즈니스 대전환 시대의 성장 전략’을 주제로 발표를 이어갔다. 맥그래스 교수는 “이 선대회장은 급변하는 글로벌 경쟁 상황을 간파하고 ‘신경영’ 체계를 정립,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키는데 성공했다”며 “오늘날의 성공전략이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의 경쟁 우위에는 수명주기가 있고, 주기도 짧아지고 있다는 것을 인식했다는 의미다.
패트릭 라이트 사우스캐롤라이나대 경영대 교수는 이 선대회장의 신경영은 전략적 인사의 5개 요소를 성공적으로 구현했다고 평가했고, 김태완 카네기멜런대 경영대 교수는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미래 전략을 위한 AI(인공지능) 윤리를 제안했다. 이 선대회장의 신경영이 품고 있는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윤리적 정신의 재발견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과학대 교수는 미래 세대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제2의 신경영’ 도입을 제안했다. 구 교수는 “삼성은 신세대 시각에서 강점으로 부각 가능한 DNA가 있다”며 디지털 역량을 갖춘 리더십과 1인 10색의 취향 시대에 부합하는 상품과 서비스 제공, 사람 중심 그리고 인간 존엄성을 최우선으로 신경영을 업그레이드(인권 경영)을 제시했다.
부탄투안 베트남 풀브라이트대 교수는 삼성의 신경영은 신흥국 기업의 좋은 솔루션이 될 수 있다고 제언한 데 이어 글로벌 경기 변화에 대응할 신경영 진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형용 기자 je8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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