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 마틴 토론토대 경영대학원 명예교수 |
[대한경제=한형용 기자]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회장은 존재하지 않는 미래를 발굴하고 과거에 묶이지 않았다. 그는 경영자를 넘어 전략적 이론가이자 통합적 사상가다.”
로저 마틴 토론토대 경영대학원 명예교수는 18일 고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회장의 3주기(10월25일)를 맞아 열린 ‘삼성 신경영 3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국제학술대회는 이 선대회장의 업적과 경영 철학을 재조명하고자 마련됐다.
2017년 세계 1위 ‘경영 사상가’로 선정된 마틴 교수는 ‘이건희 경영학의 본질’이란 기조연설을 통해 이 선대회장의 경영방식을 되짚었다.
마틴 교수는 “이 선대회장은 ‘전략 이론가’였다”고 평가한 뒤 “신경영 선언 당시 이 선대회장의 어록을 분석해 보면 그는 미래에 대한 상상력과 통찰력을 보유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선대회장은 당시 존재하지 않는 미래를 발굴하고 발명하는 입장이었고 과거에 묶여 있지 않았다”며 “관련 데이터와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설득력 있는 주장을 했고, 삼성의 전략을 구사했다는 점에서 대단한 전략 이론가”라고 강조했다.
브랜드 가치 보전 등 도전을 극복한 할리우드 영화 ‘레고무비’를 예로 들기도 했다. 그는 “이 선대회장 역시 양자택일의 상황에서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건설적으로 직시하고 개별 모델의 요소를 포함해 각각 우수한 요소를 포함한 새로운 형태로 갈등에 대한 창의적인 해결책을 만드는 능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전략 이론가이자 통합적 사상가인 이 선대회장의 경영철학이 삼성을 초일류 기업으로 이끌었다는 의미다.
아울러 이 선대회장의 ‘질(質)’ 중심의 신경영 선언을 통해 삼성의 향후 혁신 전략도 제안했다. 마틴 교수는 “삼성이 직원의 몰입도를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려 건전한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직원들의 ‘행복의 3위 일체’ 달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행복의 3위 일체는 커뮤니티로부터의 가치 인정, 타인의 가치 인정, 스스로의 가치 인정 등 세가지 요소의 조화를 의미한다.
로저 마틴 교수는 기조연설을 마무리한 뒤 언론 인터뷰를 통해 질의응답 시간을 갖기도 했다.
로저 마틴 교수는 이 자리에서 이 선대회장을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홈런왕인 베이비 루스(Babe Ruth)에 빗대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건희 회장은 단순히 발전하겠다가 아니라 최고, 초일류가 되겠다고 했다”며 “그런데 말뿐이고 달성하지 못했다면 비현실적인 사람이라고 얘기하겠지만 이건희 회장은 이것을 실제로 달성했기 때문에 인상이 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야구 선수 베이비 루스가 월드시리즈에서 홈런을 날리겠다고 손짓한 적이 있다”며 “만약에 못했다면 오만한 사람이라고 평가받았겠지만 베이비 루스는 실제로 홈런을 쳤기 때문에 그만큼 인정을 받았는데 이런 점에서 이 회장이 베이비 루스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형용 기자 je8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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