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자보다 퇴사 많은 순유출 현상
응시자격 ‘5년제 건축학인증’ 강화
중소사 인력난 vs 전문성 확보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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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전동훈 기자]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건축 경기가 불황에 빠진 가운데 건축설계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중소 건축사사무소는 일감 부족에 더해 인력 수급의 어려움마저 겪고 있다.
24일 건축공간연구원이 지난해 말 발간한 ‘건축서비스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2021년과 2022년 건축설계업계 퇴사자가 입사자보다 많은 ‘인력 순유출’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서는 2021년과 2022년 ‘건축 설계 및 관련 서비스업’ 입사자가 각각 8113명, 2358명인 데 반해 퇴사자는 7390명, 3078명으로 파악돼 인력 이탈이 가속화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오는 2027년부터 건축사시험 응시자격이 5년제 건축학인증 대학과 건축전문대학원 졸업자로 제한되면서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애초 이 같은 정부의 조치는 지난 2011년 건축사법 개정안 공표 당시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도입됐다. 다만, 전국 194개 건축 관련 학과 중 인증 프로그램 운영 대학이 69곳에 불과해 신규 인력 유입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특히 중소 설계사무소들은 유례없는 인력난에 직면했다고 토로한다.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도 두드러진다. 대전지역의 중소 건축사사무소 A사 대표는 “불안정한 수주로 인해 준수한 임금을 보장하기 어려워졌다”며 “서울로 떠나는 우수 인재를 붙잡아둘 유인이 없다”고 전했다.
자격시험 제도를 둘러싼 건축계 내부의 견해차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실무 중심의 자격제도 개편을 주장하는 측은 4년제ㆍ전문대 졸업생들의 건축사시험 응시 기회 보장을, 현행 5년제 인증 교육과정 유지를 주장하는 측은 전문성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맞서고 있다.
서울의 한 중견 건축사사무소 B사 임원은 “건축이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체계적인 교육과정은 필수”라며 “5년제 인증체계 하에서도 합격률 조정을 통해 얼마든지 인력 충원에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장에서는 제도 보완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의 중소 건축사사무소 C사 관계자는 “현장 전문가들의 경력을 인정하는 자격 제도 없이 향후 인력수급 대란은 불가피하다”며 “등급제 도입 등 현실적 대안을 마련할 때”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정형 중앙대 건축학부 교수는 “건축 교육의 질적 향상이라는 제도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업계가 당면한 인력난을 해소할 수 있는 절충안 마련이 시급하다”며 “건축계 전반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교육기관과 현장,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합리적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동훈 기자 jd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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